“저의 꿈은 아빠입니다.”
초등학교 때 이야기다. 선생님은 어떤 훌륭한 사람이 될 것인지, 각자 공책에 적으라 한다. 진지하게 적고 있는 친구들이 있는 반면, 장래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친구들은 자신의 미래마저 커닝(cunning) 한다. 물론 나도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는 생각해 보지 않았다. 그럴싸하게 적어놓은 친구의 장래를 은근슬쩍 훔쳐 따라 쓴다.
서로 다양하게 써놓은 자신의 장래에 대해 발표 시간을 가졌다. 대통령, 과학자, 소방관, 경찰관, 선생님 등 여럿 장래들이 있었지만 유난히 많았던 건 경찰관이었다. 그때 당시 유행했던 ‘경찰청 사람들’이라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던 프로그램이 있었다. 프로그램의 음악을 흥얼거리며 경찰관을 흉내 내기도 했던 게 어렴풋이 기억난다. ‘빰빰빰빰빰 빠라 바라 빠라 바라~ 이 사건은 어느 지역에서 일어난 사건이므로... ’ 아마도 중독성 있는 음악 때문이지 않았을까 싶다.
차례대로 발표를 이어가고, 황당한 장래를 발표했던 친구가 있었다.
“저의 장래희망은 아빠입니다. 아빠가 되어서 나와 닮은 자식들을 낳아 행복한 가정을 꾸려나가는 게 저의 장래희망입니다.”
선생님과 친구들은 그의 발표가 끝나자마자, 아빠 되는 게 무슨 꿈이냐며 껄껄 웃어댔다. 그 친구는 웃어대는 선생님과 친구들을 보며 머쓱하게 자리에 앉았다. 그러고 선생님은 아이에게 답을 내린다.
“A야 너 가 말한 건 꿈이 아니야. 아빠는 누구나 될 수 있단다. 다시 적어보렴.”
이렇게 그 친구는 자신의 장래를 접어두고 선생님의 말대로 다시 장래희망을 고쳐 쓴다.
선생님이니까. 선생님의 말은 언제나 정답이 되었던 그 시절 이야기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친구의 장래가 아빠라는 것이 틀린 게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남, 여가 만나서 결혼하기까지의 과정은 그렇게 순탄하지 않다. 태어나서부터 금수저인 사람은 돈 걱정 없이 결혼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다만 서로 성격이 맞지 않는다면 그 또한 힘들다. 서로 이해하고 맞춰가는 게 결혼 생활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과정에서 견디지 못해 헤어지고, 파혼하는 사람들을 여럿 보았다. 요즘은 아빠도 육아에 참여하는, 아니해야 되는 시대다. 남자는 돈 벌어오고, 여자는 육아만 해야 되는 구시대는 지났다는 이야기다. 자기 자식을 낳고도 무책임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아빠 혹은 엄마가 된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현시대엔 ‘아빠’도 장래희망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