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단추를 잘 꿰라

생애 최초 내 집마련, 고척동

by 써니톰


천안 연수원에서 근무하면서 가족이 결합하고

아이들도 낳고 평안하게 직장생활도 편안하고

순탄하게 근무했다.


연수원이라 바쁠 때를 제외하면 대개 오후 6시에

퇴근했다. 입사동기들이 무엇하나 봤더니 자기

나름대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테니스, 바둑, 탁구, 운전면허, 일본어 등 신체

단련이나 자기 계발에 전념했다.

난 군대 있을 때 배우다가 그만둔 중국어가 생각나

알아보니 천안에 화교소학교(초등)가 있다.

저녁에 성인대상 과외반이 있다는 것이다.

당시 단국대(천안)에 중문과가 있어 전공이나 비전공

학생, 일반인이 있어 나도 등록해 배웠다.

당시 한중수교(92년) 전이라 쓸모없는 중국어를 왜

배우냐고 의문을 표시하는 이들이 많았다.


3년 정도 근무하니 광화문 본사로 이동을 위해

서울에 집 장만을 해야 했다.

형이 살고 있는 구로구 고척동 5층, 서민아파트이다.

전세 안고 생애 최초 집 장만이다.


4년 정도 근무하고 있는데 분명히 지방 갈 때는

순환보직이라고 했는데, 시간이 지나도 보직이동을

챙겨주는 사람이 없었다.

나를 챙겨줄 상사들은 다른 보직으로 옮겨 이야기도

꺼낼 수 없었다. 결국 인사부장 면담을 통해 간신히

한 자리 꿰고 전산실로 컴백했다.


전셋집의 만기가 남아 그 집은 들어가지 못하고

결국 또 한 채를 사서 입주했다.

서울 중심가인 강남에서 한참 떨어진 구로구 고척동이다.

나중에 보니 싼 게 비지떡이라 근처 200여 m 떨어진 목동 신시가지(신정동)는 계속 오르는데, 내가 사는 곳은 가격이 요지부동이다.

입지의 중요성을 최초로 느낀 것이다.

대단지에 목동 학군에 학교, 학원가로 인해 시간이

갈수록 가격차가 벌어진다.


부동산, 말 그대로 움직이지 않는(不動) 자산이다.

한번 입주를 시작하면 아이들이 커가면서 쉽게

이사를 갈 수 없다. 고민 많이 해야 한다.

많은 정보를 가지고 비교분석 정리하여 판단해야 한다.


내 직장은 광화문, 대한민국 1번지에 있다.

고종어극 40년 칭경기념비가 있다.

흔히 그냥 '비각'이라 불리고 한양천리 등 지방

거리의 원점이 되는 곳이다.


80년대 말 집값폭등으로 당시 노태우정부에서

시작된 1기 신도시(89~93년도)로

분당, 평촌, 산본, 일산, 중동이 입주되었다.

직장인들이 새로운 아파트에 희망을 품고 입주했다.

동료들은 직장이 가까운 일산, 교통이 좋은 산본, 평촌, 중동에 입주했다.


그 이후에 신도시 아파트 가격이 정체를 보이자

재빨리 강남으로 갈아탄 이들은 집값폭등으로

재산형성의 단단한 한몫을 가졌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집은 투자가 아니라 한 채만

있으면 된다라는 생각을 가진 나 같은 이들은

훗날 후회를 하게 된다.

이른바 '복부인'들의 치마바람이 강남을 중심으로

설쳐대던 시기이다.


'이 과장, 주말엔 뭐 하나?'

'아이들 데리고 나가 놀기에 바쁘지요.

가끔 외식도 하고요.'

'그러지 말고 요사이 뜨는 지역 알려줄 테니,

갈아타기를 위해 부동산(아파트) 좀 보러 다녀?'

선임 선배의 이야기에 뭐 이상한 소리 한다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러 보냈다.


크는 아이들 보기에 바쁜 아내는 내가 서울로 오자

학교를 그만두고 육아에 전념한 상태였다.

나도 아내도 세상 물정 모르고 태평하게만 살고

있었다.


강남, 서초에 처음 입주하거나 나중에라도

갈아타기 한 직장동료들은 재산 가격이 갈수록

벌어져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재산을 모았다.

그러나 일산, 노원, 도봉, 강북구에 들어간 이들은

평생 거기서 살 팔자가 되었다.

그곳의 정체된 주택 가격이 이동의 발목을 잡았다.


서울에 오면 잘 사는 동네를 가라.

세를 살더라도 거기서 살아야 욕심이 생긴다.

'나도 열심히 벌어 잘 살아야겠다'


솔직히 이야기하자.

못 사는 동네는 항상 거기서 거기다.

발전이 없다.


선진국의 도시, 동경이나 뉴욕을 보라.

다운타운인 중심가, 센트럴파크의 맨해튼을 보라.

갈수록 주변지역과 가격차가 벌어진다.

돈이 돈을 몰고 온다.


첫 단추를 잘 꿰야한다.

가진 자들을 비방할 필요가 없다.

지금 시대엔 졸부는 없다.

땅 투기로 갑자기 부자가 된 사람은 많지 않다.


재벌의 후예이거나 첨단기술의 기업주이거나

지식산업의 총수이거나?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자기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5년, 10년, 20년 후 내 모습은?


30, 40, 50, 60세 때의 내 삶을

설계해 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오늘 밤, 생각하고 고민하고 연필로 설계해 보자.


제가 40여 년 전에 했던 것처럼 그저

어느 초노(初老)의 잔소리라고 흘러 보내지

말기를 기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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