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들역(9호선)-한강대교(노들섬)-용산역 걷기
며칠간 장맛비가 내렸다. 아니 쏟아졌다.
큰 비는 그친 것 같지만 아마 올해도 태풍과 함께
한 두 차례 장마가 올 것이다.
비가 많이 오면 강가가 위험하다.
강이 범람하여 강둑이 무너지고 물이 들어오면
물난리가 난다.
불이 지나간 자리는 그래도 흔적이 남지만
물이 지나간 자리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물이 불보다 훨씬 무섭다.
초등학교 어린 시절 방과 후 친구와 콘크리트
시멘트 다리를 건너다 물살에 한참을 떠내려갔다.
어느 얕은 자갈밭에 허우적 대는데 근처 지나가던
순경이 구해주었다.
이 정도 물살은 괜찮겠지. 건너겠지. 친구와 손잡고
건너다 같이 떠내려간 것이다.
그 뒤로 물이 진짜 무섭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누가 '물태우'라 했던가? 물은 불보다, 그 어느
것보다 강하다.
비가 그치자 강가에 가고 싶었다.
그 무서운 소용돌이를 내 가슴에 심고자 했다.
오늘은 9호선 노들역 2번 출구에서 시작한다.
노량진역 쪽으로 사육신공원이 있는데 출구 바로
앞에 노들나루 공원이 있다.
한강대교 가운데는 노들섬이 있는데 그래서 여기가
노들역인가.
공원에는 한국동란 시 한강방어진 전투에서 순직한
군경명단이 있다. 가슴이 아리다. 동족상잔의 비극이
여기서도 보인다.
한강대교를 건너다. 사람과 자전거가 건너기에
그 폭이 넓다. 차가 지나갈 때마다 교량 가장자리는 흔들린다.
생각보다 가운데 노들섬은 가깝다. 산책 길로 안성
맞춤이다. 장마로 한강변 산책길이 물에 잠겼다.
상당히 빠른 유속이 겁나게 한다.
범람하는 황하처럼 온통 누런 흙탕물이 끊임없이
내려오고 가끔 쓰레기도 뒤섞여있다.
우리 인간의 오장육부를 다 뒤집어 토해내면서
새롭게 재탄생하는 것 같다.
노들섬 곳곳에 광복 80주년 맞이 무슨 퍼포먼스 준비
중이다. 큰고 작은 태극기가 곳곳에 휘날리고 있다.
한강대교가 아마 한강 최초의 다리일 것이다.
1938년에 2년간 공사로 완성되고 1984년도에
1년여에 걸쳐 상판보수 공사를 했다고 한다.
동쪽 헬기 이착륙장까지 한 바퀴 돌다가 북쪽
용산으로 방향을 틀어 직진한다.
한강대교 북단에서 서쪽 한강철교 방향으로 걷는다.
내 인생에 처음 가는 길이다. 하긴 한강대교도
버스로는 수없이 건넜지만 도보는 처음이다.
철로 고가를 지나니 바로 순교성지 새남터성당이다.
새남터는 한양성밖 중죄인 처형터이다.
1801년부터 중국인 주진모신부, 한국 최초신부인
김대건신부, 그 뒤 많은 성직자, 평신도가 순교한 곳이다.
특히 외국인 주교와 신부 5명이 처형된 곳이다.
오직 신앙 하나만을 위해 이역만리 외국에서 한 목숨을
기꺼이 하느님께 내놓은 그들 아닌가.
고개가 숙여진다.
우리가 이만큼 잘 사는 데는 수많은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희생과 노력으로 이루어진
<한강의 기적>이다.
가는 길에 그 넓은 용산 철도부지가 국제회의장 등
대규모 국제업무지구로 개발을 위해 지금 울타리
(fence)가 쳐있다.
원효대교에서 올라온 길을 따라 용산전자상가에
들렸다. 평일이어서 인지 사람은 많지 않다.
앰배서더 호텔을 끼고 고가다리를 타고
용산역으로 왔다.
서울에 살면서도 안 가본 곳이 많다.
뚜벅뚜벅 골목길을 다니면서 서울과 근교지역
속살을 더듬을 것이다.
한국, 서울보다 더 좋은 도시 있나요?
산과 강, 공원과 숲, 역사 전통이 현대와 함께
어우러진 서울은 세계적인 도시이다.
가자. 나서자.
신발끈을 매고 나서면 소풍이고 여행이다.
난 진정 한반도와 서울을 사랑하는 한국인이다.
내일은 뜻깊은 광복 80 주년,
여러분과 함께 축하합니다.
Korea figh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