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순간 찬란했던 불꽃같은 순간이여, 굿바이
뜨겁게 사랑했고 지독히도 아프게 이별했다.
그와의 사랑을 이야기할 때면 언젠가 그와 함께 봤던 시리도록 아름다웠던 불꽃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많은 인파 속에서 혹시라도 서로를 놓칠까 손을 꼭 잡았다.
팡 - 하는 굉음과 함께 불꽃축제가 시작되었다.
사람들은 환호했고 불꽃은 하늘 위에서 열심히 춤을 추었다.
까만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는 불꽃들, 그리고 홀린 듯 불꽃을 바라보는 그의 표정을 잊을 수 없다.
슬펐다.
그리고 그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사랑해."
스물다섯의 나는 순탄했던 삶에 지겨운 듯 시위하며 길을 잃고 방황 중이었다.
그가 내게 사랑을 고백했을 때, 당신이 나를 좋아하는지 몰랐다며 한사코 발뺌했었더랬다.
당시 평범한 여대생이었던 내게 그는 이미 자신만의 세계를 단단히 구축한 멋진 어른이었고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 생각했으니까.
우리는 이미 이 년 정도 알고 지낸 사이였다.
오랜만에 그가 보낸 연락의 내용은 아주 사소한 부탁과정중한 제안이었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를 만나러 가던 그 날, 내가 얼마나 수많은 옷가지들과 시름을 벌였는지 그는 절대 알 수 없을 것이다.
갑작스러운 그의 고백에 당황하며 거절했지만 실을 이해할 수 없이 끓어오르는 수만 가지의 감정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던 것 같다.
그는 사랑을 고백하고나서부터 마치 뭔가를 작정한 사람처럼 내가 알고 있던 모습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며 매일매일 나를 놀라게 했다.
다른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그의 모습을 내가 알고 있다는 것이 흥분됐다.
그렇다, 나는 그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해 여름, 우리는 모든 것을 멈추고 서로를 사랑하는데 집중했다.
내 말 한마디가 그의 세상이 되었고, 그의 연락만이 나의 탈출구가 되어줬다.
우리는 완벽한 연인이었다.
우리는 자주 비싼 와인을 마셨고 줄곧 멋진 바닷가를 산책했다
그 해의 근 두 달,
마치 대단한 로맨스 영화의 주인공이라도 된 듯 우리는 달콤한 사랑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했다.
불구덩이인 줄 알면서도 불나방이 불길 속으로 돌진하듯 우리는 오로지 사랑을 택했다.
해피엔딩을 사랑했던 나는 현실의 사랑에서도 해피 엔딩이 있을 것이라, 그리고 그 주인공이 꼭 나일 것이라 자부했다.
그렇지 않았다.
완벽한 삶이 있을 수 없듯이 완벽한 사람도, 완벽한 사랑도 없는 것이라는 말 만이 완벽한 사실이었다.
나는 그에게 완전히 의지했다.
그를 위한 내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내 모든 하루의 일정은 그에게 맞춰 흘러갔다.
간간히 그의 작업을 도와줬고, 홀어머니 밑에서 어렵게 큰 그의 어린 시절을 동정했고 , 그 아픔까지 사랑할 수 있을 것이라 단단히 착각했다.
아픔을 가진 그가 보이는 이해할 수 없는 어떠한 행동들까지도 품어보려 애썼다.
나 역시 완벽한 인간이 아니었다.
단단히 오해했고, 실패했다.
누군가를 위한 '나'는 이 세상에 오래도록 존재할 수 없다.
나는 지쳤고 상처받았고, 슬펐다.
그리고 정리되지 않은 이 복잡한 감정들은 폭발했다.
우리는 자주 화를 냈고, 길가에서 소리쳤으며, 마음에도 없는 아픈 말을 쏟아냈다.
겹겹이 쌓인 상처는 굳은살이 되기는커녕 내 가슴에 큰 구멍을 뚫었다.
이제 그가 어떤 달콤한 말을 해도 그 구멍을 통해 흘러나갔다.
이별, 특히나 그토록 사랑했던 사람과의 이별은 고통스러웠다.
우리는 새벽마다 서로를 떠올렸고, 만났고.. 또다시 모든 걸 반복했다.
믿음과 신뢰는 사라지고 남은 건 단 물 빠진 미련뿐이었다.
우리는 끝났다.
그러나 내 삶에서 그를 완전히 지울 수는 없다.
그를 아직도 사랑하고 있다고 오해하지 말길 바란다.
우리는 다른 곳에서, 다른 누군가의 옆에서 각자의 삶을 살아갈 것이다.
다만 언젠가,
나는 그와의 뜨겁고 아팠던 그때의 기억을 떠올릴 것이다.
그 속에는 방황하던 스물다섯의 내가 있을 것이고,
지금의 나와 얼마나 달라졌는지 확인할 수 있겠지.
그렇다.
우리는 사랑했고, 이별했다.
그리고,
성장했다.
그와 사랑하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아프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나도 없을 것이다.
사랑해서 아팠지만
사랑해서 이토록 성장했다.
사랑과 이별에 대해 소소하거나 거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감히 조언하고 싶다.
두려워하지 말 것.
후회를 무서워하지 말 것.
겁이 나서, 걱정이 되어서 일어나지도 않는 수백 가지 상상을 하며
지금 당신의 사랑에 대해 용기를 내지 못하거나 도망가지 말 길 바란다.
아무리 조심해도 일어날 일은 일어나게 되어 있음을 받아들이면 생각보다 사랑이, 삶이 간단해진다.
삶을 향한 여정은 수많은 선택의 순간과 선택에 대한 후회가 늘 존재할 것이다.
후회하지 않는 선택이 있었던가.
아주 방금 전의 점심메뉴에 대한 선택의 순간도, 욱했던 감정과 분노로 튀어나온 아픈 말들도 주어 담을 수 없다.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살아내느냐에 집중하는 게 오히려 편할 것이다.
'지금'을 얼마나 로맨틱하며 낭만적으로 보낼 수 있을지 고민해 보길 바란다.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오지도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 대신
지금 당장의 내 '현재'에 집중해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