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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받지 못하는 폭력

안 되는 걸 인정하고 노력하기

누군가를 완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사실 인간의 영역은 아니다.


삶은 누구에게나 다른 의미이고 또 다른 방식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름은 상대와 나의 커다란 간극을 만드는데 간극을 메우는 것은 상대를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에서부터 시작한다.



연인이든 가족이든 특별히 가까운 사람들에게 우리는 이 간극이 없을 것이라는 큰 오해를 하고 만다. 그 오해로 더욱 상처 받는 것은 모른 채.

가깝기 때문에 나를 완전히 이해할 것이라는 것은 확실한 오해이고 나 역시도 그를 완전히 이해할 수 있다는 것 역시 오해이다.



아빠가 죽음의 문턱에 서 계시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나는 다가올 이별을 예감했다.


두려움은 상실감을 예측하고 상실감으로 바라본 사랑하는 이의 부재는 몸서리칠 만큼 괴로운 것이었다.


눈물로 순간을 버티는 나에게 사랑하는 그가 말했다.


"울지 마. 당신한테 나도 있고 다른 가족도 있잖아.. 큰 딸인 당신이 버티고 있어야지."


이 맞는 말을 들으면서 내가 충격적이었던 건 나에게 남아있는 가족이라는 사실이 아니라. 아빠의 부재를 예감하는 자식으로 이해받을 수 있을 거라는 나의 착각 때문이었다.


이해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

인생을 통틀어 가장 외로운 순간이었다.


_


6살 딸아이가 아토피로 고생하고 있다. 특히 밤이 돼서 졸리기 시작하면 간지러움은 극에 달하는데 긁다가 보면 피가 나고 쓰라린 상태가 되게 된다.


보는 나도 못내 아프다. 얼마나 간지러울까.


보다 못해  한마디 " 시온아 그만 긁어 피나잖아"

"간지러운걸..."

아.

간지러워서 긁을 수밖에 없다는 울음 섞인 아이의 말에 내가 저지르는 의도하지 않은 폭력에 대해 알아차렸다.

사실 본인이 저지르는 폭력에 대해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들이 대부분이라는 점을 인식한다면 이 폭력은 누구나

피해자가 되기도 하고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가족의 부재가 슬프다는 당연함. 간지러워서 긁는다는 자연스러움


보편적인 것 같은 감정들 사이에서 우리는  가해자도 피해자도 될 수 있다.


알아차림만으로도 개인별 방향성을 깨닫겠지만

굳이 폭력을 피하는 방법을 하나 제안하자면 상대와 내가 다르다는 것을 예상하고 다른 걸 이해하는 건 본질적으로 매우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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