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어.
글을 쓰는 건 언제나 나에게 위안이었다.
머릿속에서 엉켜있던 실타래 중 하나를 뽑아 글로 풀고 나면
언어로 정제된 글이 그렇게나 마음에 들었다.
행여 누군가의 공감까지 얻게 되는 날이면
나는 오래도록 그 글을 다시 보며 애지중지해 왔더랬다.
장마에도 때가 있고,
태풍에도 지나가는 시간이 있듯,
인생의 폭풍우가 몰아칠 때가 있다.
그럴 땐 피난하듯,
조용히 우는 마음을 삼키며 글을 삼켰다.
글을 멈추고 나면,
물을 머금은 솜처럼 한없이 가라앉는 나를 알지만
그때 내어놓은 글들이 너무 날것 그대로일까 봐 꺼내놓지 못했다.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까 봐,
내 마음이 너무 들여다 보일까 봐,
발가벗겨져 버린 기분일까 봐.
참을 수 없던 어느 새벽, 토해내듯 써낸 글로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나의 글은 나에게 남은 상처의 조각이었다.
생채기 난 마음이 쓰라려 어디에도 내놓을 수 없는 글.
상처를 쓴다는 건,
회복과 용기의 어디쯤인 것 같다.
그동안 '쓰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글은,
사실은 너무 많이 의식하고 있었기에 쓰지 못했던 것이었다.
자기 검열과 자기 회피의 굴레에서 멈추던 글을 다시 써보려 한다.
누군가를 다치지 않게 하지 않으면서도,
또 누군가를 다정하게 위로하고 싶은 나는 여전히 그러하지만,
이제 꼭꼭 싸맨 마음을 편안하게 풀어보고 싶다.
쓰는 사람,
쓰는,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다.
2024 김삿갓문화제에서 일반 부문 장원상을 받았습니다.
글의 일부를 공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