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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스킷 Jul 23. 2023

함부로 쓰는 물건

아꼈던 물건

어릴 때 좋아하는 물건을 아끼는 편이었다.

장난감이었다. 쉽게 얻을 수 없어서 하나하나가 크게 다가왔다. 막 다루고 싶지 않았다. 누군가 좋아하는 물건을 함부로 쓴 뒤 처음과 달라진 물건의 상태를 보면 축 쳐졌다. 조심히 대할 때는 그제야 경계심을 놓았다. 어릴 때 집에 있던 스타크래프트로 미션을 깼을 때였다. 영어도 몰랐고 전투를 제외한 다른 개념도 몰랐다. 미션 하나하나마다 목표가 있었다. 대부분은 보유한 군대로 전투를 승리해야 했다.  지휘관격인 유닛 하나와 보병쯤 되는 유닛 8기 정도가 나오는 첫 미션이었다. 징그러운 적과 싸우며 맵의 상단부에서 제일 아래 하단부까지 전투하며 이동해야 했다. 전투를 할 때마다 유닛의 상태창의 색깔이 바뀌었다. 처음엔 상태표시창이 알록달록 해지는 게 화려했다. 적과 치고받을 때마다 서서히 붉어지더니 유닛이 죽었다. 그때마다 충격에 휩싸였다. 어떻게든 모두 살아남는 것에 플레이 시간을 소비했다. 시간이 지나며 아끼는 것에 무뎌졌다. 어릴 때 했던 그 게임도 다루는 규모가 점점 커지자 유닛들이 전투하며 쓰러져가도 감정적인 반응이 없었다.


함부로 하는 건 관리하는 것보다 쉽다. 해지거나 고장 나는 것이 잘 유지되는 것보다 쉽다. 

시간이 지나며 선택했던 것은 쉬운 것이고 포기했던 것은 좀 더 어려운 것이었다.

최근 들어 아끼고 싶은 것이 몇 개 생겼다. 보관 방법부터 관리 방법을 찾아보았다. 그럴 때마다 작은 애착과 어떤 다짐이 자라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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