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비가 오는 날엔 비가 가장 소란하다
비의 심기를 건들지 않기 위해
차도 사람도 개도
모두 자박자박 흔들린다
때는 이때다
머릿속 방 정리가 시작된다
층간 소음이 비 오는 소리에 묻히길 바라며
희망은 자주 볼 수 있는 책상 위에 올려둔다
미련은 제일 구석진 자리로
바닥에 굴러다니는 아쉬움은 매일 닦아도 까맣다
그 옆으로 뒷걸음질하는 얼룩진 용기
마스크를 끼고 먼지떨이에 묻은 후회를 휴지통에 털어본다
과연 완벽하게 털어본 사람이 있을까?
낡은 커튼을 새 미래로 바꿔본다
바람에 흔들리는 미래를 노오란 해바라기 끈으로 동여맨다
문득 노랫소리가 들리면 창문을 열어볼까?
둘이 자기엔 아름답고 혼자 자기엔 찬란한
싱글용 사랑을 창가로 옮긴다
그 위에 조금 빨간 짝사랑을 덮어두고는 한참을 모른 척했다
꿈을 먹는 꽃송이들
나는 요즘 꿈도 꾸지 않고 기계처럼 자고 기계처럼 일어나는데
사랑에서 잠들면 허리가 아파
바닥에서 잔다
중심이 무너지자
삶이 눕는다
그러면 바닥에 얼굴을 묻고
눈이 퉁퉁 붓게
한 번 물어보시라
잘 딛고 있어야 한다
잘 일어서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