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시계가 멈췄다
새벽이었고
야위었고
홀로
무엇을 마주해
멈춘 것일까
덩그러니
입을 살짝 벌린 채
실낱같은 초침이
왔다 갔다
발길을 재촉해도
미동도 없는 저 고독
창문 옆에 걸려
늙어가는 장롱을 바라보며
추락하고 싶은 본능을 견디고
짓누르는 먼지의 쾨쾨한 잔소리나 이고 지고
어제 갔던 길을
오늘도 걷고
이탈하지 않은
오늘의 정답을
내일의 나에게
정답지를 꺼내 놓고 보는 시험처럼
내일도 오늘과 같을 거라고
색이 조금 바랜 저 장롱처럼
너도 조금일 뿐이라고
무변히도 질긴 새벽
입을 헹군다
멈춘 벽
옆에 앉아본다
끄덕여 본다
끄덕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