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속눈썹에 기댄 눈이 비눗방울 어린 순간으로 데려갈 때
길 건너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가 소나기 맞으며 지나갈 때
마침 내 손엔 우산이 있고, 오늘 신은 운동화가 마음에 들 때
조용히 혼자 거닐다 하늘을 보니
바람 구름이 어깨동무해 주고 있었을 때
세상이 무서워 질끈 눈 감아버릴 때
부엌에서 들리는 엄마의 도마 소리가 응원가 같을 때
허기진 손이 찬바람에 쓰라릴 때
멀리 당신 그림자가 보이고
당신 주머니에 캔커피가 미지근할 때
온 세상이 당신이었다가
멸종된 세상 앞에서
당신이어야만 하는 이유가
나여야만 하는 이유로 바뀌었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