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의 조우

by 배시현

흰 말티즈의 주인 곁으로 검은 옷의 학생이 어기적 다가온다

흰 말티즈는 제 주인의 검은 벗을 향해 마른 돌을 던지고 침을 뱉는다


일초 이초

여우비가 스친다


검은 비는 명징한 얼굴로 자세를 낮추고 의자 끄트머리를 겨우 적신다

쉬이 구부러지는 그의 눈매와 대비되는 올곧은 다리


그는 얼마나 비를 사랑하여

얼마나 신을 증오하여

비를 품은 신이 되었을까


흰 말티즈는 어기적 지나가는 검은 여우비를

제 몸집보다 날렵한 몸짓으로 피한다


한평생 하찮은 인간의 냄새만 맡아온 미물이

처음으로 맡아본 웅장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