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 산책

by 배시현

주말에 산책을 나갔어요


앞만 보며 멍하니 걷다 저만치

멈춰버린 개천에 풍경 하나를 보았어요


얼음 속을 구경하는 새


목을 주욱 빼고

시간 가는 줄 몰라요

오른쪽으로 비틀어 서서

시간 가는 줄 몰라요


시간이 멈춰도 흘러가는 게 사람이군요

오른쪽 눈꺼풀만 사람에 펄럭여요


더 가끔은 울렁이는 만유


검은 패딩의 조문객들이

상주를 자처한 갈대와 인사를 나누며

코를 훌쩍여요


그제야 나도 한 발짝 떼려다

발밑에 돌멩이

바위 같은 슬픔에 걸려 고꾸라집니다


어쩔 줄 모르는 마음은 어쩌면 좋을까요

성실한 삶의 허기는 무엇으로 채우나요


집으로 돌아와

무거워진 외투를 벗으며

후두둑 떨어지는 조의금 소리를 들어요

눅눅해서 그림 같은 소리


태양이 등 뒤에서

한 세계를 미지근하게 녹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