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주말에 산책을 나갔어요
앞만 보며 멍하니 걷다 저만치
멈춰버린 개천에 풍경 하나를 보았어요
얼음 속을 구경하는 새
목을 주욱 빼고
시간 가는 줄 몰라요
오른쪽으로 비틀어 서서
시간 가는 줄 몰라요
시간이 멈춰도 흘러가는 게 사람이군요
오른쪽 눈꺼풀만 사람에 펄럭여요
더 가끔은 울렁이는 만유
검은 패딩의 조문객들이
상주를 자처한 갈대와 인사를 나누며
코를 훌쩍여요
그제야 나도 한 발짝 떼려다
발밑에 돌멩이
바위 같은 슬픔에 걸려 고꾸라집니다
어쩔 줄 모르는 마음은 어쩌면 좋을까요
성실한 삶의 허기는 무엇으로 채우나요
집으로 돌아와
무거워진 외투를 벗으며
후두둑 떨어지는 조의금 소리를 들어요
눅눅해서 그림 같은 소리
태양이 등 뒤에서
한 세계를 미지근하게 녹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