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지방행정직 공무원으로 발령받으면 동주민센터가 첫 부임지가 될 확률이 높아. 구청이나 시청에 발령받는다고 해도 보통은 부서 내 직원들의 업무를 지원해 주는 '서무'라는 업무를 맡거나 간단한 단위업무를 잠시 보다가 주민센터로 발령받는단다. 결국, 주민등록법, 지방계약법, 지방공무원 인사 혹은 교육지침 등을 접하지. 그러다가 7~8급 정도가 되면 업무계획, 지역축제 개최, 교통행정, 문화예술 업무 지원 등 여러 가지 단위업무를 맡게 돼.
이렇듯 이모처럼 말단 공무원부터 시작한다면 사실, (아쉽게도?) 재산 축적에 도움이 될 시크릿(?)한 정보를 접할 기회는 거의 없단다. 다행히도 고급 정보나 막강한 권력이 없기 때문에 부정청탁, 금품을 접할 기회도 전혀 없단다. 이모처럼 소심한 성격에 검은(?) 손길이 다가온다면 잠도 못 자고 밥도 못 먹을 것 같아. 규정된 절차대로 신고하는 것과는 별개로 마음이 정말 괴로울 것 같아.
그런데도 이모가 '재산'과 관련 해 불편한 점이 있다는 것은 '부끄러움'때문이야.
지아는 학생이니깐 '돈'이 아닌 '성적'으로 예를 들어볼게. 혹시 친구 중 누군가가 지아뿐 아니라 지아 부모님의 성적도 모두 알고 있다면 기분이 어떻겠니? 높은 성적이 아니라 형편없이 낮은 성적까지 모두 다 알고 있다면... 이모처럼 공무원이 되면 '공직자 재산등록'이란 것을 하게 된단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건 발생 후 지금까지도 재산등록 범위를 두고 논란이 많지. 최근에는 시스템이 좋아져서 재산등록 대상자 주민등록번호만 입력하면 금융거래내역이 자동으로 등록되기 때문에 몇 가지만 추가로 입력하면 돼. 그런데 생각보다 생활비 부족으로 빚을 조금 낸 것도 모두 조회되고 재산 감소분에 대한 사유도 자세하게 적어야 돼 부끄러웠던 적도 많았어. 그리고 딸이 공무원이라는 죄(?)로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도 모두 재산 등록을 해야 된단다. 이모 때문에 평생 열심히 노동으로만 돈을 벌고 생활하셨던 외할머니, 외할머니께 너무 죄송했어. 임용된 지 한참 후에야 공무원이 된다는 것은 '나만의 일이 아닌 가족에게까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게 됐지.
또한 공무원의 투자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많기 때문에 조금 위험할 수 있는 투자 방법보다는 안정적인 정도만을 선택해야 된단다. 위법은 아니지만 편법인 것들도 할 수 없기 때문에 재산 축적의 기회가 줄어든다고 보면 돼.
마지막으로, 요즘 한창 인기인 'N 잡러'도 공무원은 금지란다. 공무 외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는 원칙적으로 금지하거든. 수입이 없어도 다른 직업을 갖기 위해서는 기관장의 허가가 있어야 돼. 기관에서는 업무 무관성, 근무시간 외 수행가능 정도 등 여러 가지 면을 고려해서 겸업을 허가해 주는데 외부강의, 집필 등이 아닌 다른 업무는 허가받기가 많이 까다롭단다. '경제적으로 어려워도 아르바이트를 전혀 할 수 없다는 것!'이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아이를 낳아 살다 보면 여러 번 아쉬울 때가 있단다.
세 번째, '공무원을 안 좋게 생각하는 사회적인 인식'이란다.
사실, 이모는 이 부분이 가장 힘들어. 얼마 전 학원에서 돌아온 둥이가 이모에게 묻더라고.
"엄마, 엄마랑 아빠 직업이 공무원이라고 했지?"
"응. 왜?"
"공무원이 나쁜 사람들이야?"
"무슨 말이야?"
"아니, 아까 엘리베이터 안에서 아줌마 아저씨들이 공무원들 일도 안 하고 돈 받는 나쁜 사람들이라던데. 엄마랑 아빠가 나쁜 거야? 나쁜 게 아니고 맨날 바쁜 거 아니야 맨날 바빠서 나랑 놀아주지도 못하잖아."
'성실하게 일 했을 뿐인데 졸지에 아이에게 부끄러운 직업을 갖게 된 엄마!'가 된 것 같아 이모는 정말 속상했단다. 하지만 이모가 더 속상했던 건 만일에 그 엘리베이터 속에 이모가 타고 있었다고 한 들 그분들께 뭐라 말도 못 했을 거라는 거야. 이렇듯 듣고도 못 들은 척 넘길 수밖에 없는 것들이 참 많단다.
이모부는 공무원 업무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말에 매번 상처 받는 이모가 오히려 더 신기하다고 해. 이모부 말씀이 맞는 것 같기도 해. 이모는 왜 16년이나 지났는데도 이런 말을 듣게 될 때마다 가슴이 아픈 걸까? 그냥 넘겨지지가 않아. 왜 저렇게까지 오해를 하시는 걸까...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직업이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이렇게도 욕을 들으면서도 일 해야 되는지 혼란스러워.
광복절을 위해 전봇대마다 태극기를 낑낑거리며 달고 있던 이모를 보던 6살 여자아이의 말,
"엄마, 공부 못하면 저 언니처럼 되는 거야?"부터 시작해서.
놀고먹는다고 대놓고 욕하는 사람들.
"너 공무원인데 이런 거 해도 돼?"라는 친구들의 농담 섞인 말들.
어디서부터 오해를 풀어야 되는 건지, 과연 그 오해가 풀리긴 할지 막막하다 못해 이제는 포기가 되는구나.
"서진아, 세상이 좋을 때나 안 좋을 때나 욕 듣는 것! 그게 우리 직업이야. 힘든 사람들의 마음이 편해지도록 욕 듣는 것도 우리 일이려니... 생각하자. 너무 속상해하지 말고."
유난히 눈에 많이 띄는 직업, 유난히 입에 많이 오르내리는 직업!
그래서 더 속상할 일이 많은 직업인 것 같아.
지아야! 화려한 연예인, 멋지게만 보이는 아이돌 스타들을 생각해 볼래? 하나같이 매우 힘들고 고된 연습생 시절을 거쳤을 거야. 이 길이 맞는지 방황하고, 흔들리는 마음을 수도 없이 다시 잡았겠지? 연습생 시절, 주변에서 그들을 무시하고 눈빛을 애써 외면하고, 유혹하는 손길을 뿌리쳐야 됐을 테고. 하지만 다른 사람들 눈에는 그 힘든 과정이 보이지 않아. 오로지 화려하고 멋진 면만 볼 수 있단다. 이모는 우리 지아가 화려함, 편안함 뒤에 숨어 있는 힘든 시간들을 볼 수 있는 안목을 갖게 되길 바래.
어떤 직업이든지 멋져 보이는 딱 그만큼 아니, 그보다 몇 배 이상의 인내와 고통이 수반된단다. 공무원도 마찬가지야. 특히 공무원은 업무 외 사적인 부분도 많이 제약된단다. 사람들이 직업을 선택하기 전에 그 분야에 대해 많이 알아보겠지만 이렇게 숨겨진 부분은 보통 알기 어렵단다. 그래서 위에서 이모가 말한 화려함 뒤에 숨어진 고통과 노력을 볼 수 있는 안목을 키우는 것이 더욱더 중요해. 그럼, 그 안목은 어떻게 해야 가질 수 있을까? 그건 바로, 그 정도의 고통을 인내해 본 사람들에게만 허락된단다. 지아도 지금 네게 지금 주어진 일을 참고 버티다 보면 더 깊게 숨어진 것들을 볼 수 있게 될 거야. 그것은 나중에 지아가 무엇이든 후회 없는 선택을 할 수 있게 도와줄 거야.
이모는 우리 지아가 남다른 안목으로 멋진 꿈을 이룰 것이라고 믿어!
그럼, 지아야 오늘 하루도 잘 보내고! 이모랑은 다음 편지에서 또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