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에게 허락되지 않은 자유(2)

by 이서진

지아야, 오늘은 이모가 정말 오랜만에 늦잠을 잔 날이야.

이모는 예민하고 소심한 성격 탓에 걱정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선잠만 자거든. 꿀 맛 같다는 달콤한 10분, 낮잠도 거의 잔 적 없는 이모에게 오늘처럼 개운하게 잠에서 깬 날은 정말 특별하단다. 시간이 지난 후 생각해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들이 많은데... 이모는 뭐가 그렇게 걱정돼서 잠 한번 편하게 못 자는 걸까?


특정한 시간에 꼭 일어나지 않아도 되는 삶! 강제적으로 나를 깨우는 알람과 긴장감이 필요하지 않은 삶!

바로 이모가 꿈꾸는 삶이야. 지아도 그렇지? 하지만 지금은 열심히 살아야 될 나이니깐. 회사에선 한창 성과를 내야 되고, 집에선 아이를 키우고 살림을 꾸려야 할 나이! 노년, 적어도 장년이 될 때까지는 힘들어도 이를 악물고 버텨야겠지? 이모는 외할머니(이모에겐 엄마)를 보면서 정말 많이 느끼거든. 외할머니가 이모나 엄마 나이였을 땐 정말로 바쁘고 힘드셨단다. 하지만 요즘의 외할머니를 보면 편안하고 즐겁게 지내시는 것 같아. 지아가 보기에도 그렇지 않니? 이모가 본 외할머니 모습 중 가장 행복한 모습인 것 같아. 그래서 이모는 태어났을 때 부여받고 정해진 인생의 숙제들을 무사히 마치면 여유로운 노년을 보낼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어.


힘들고 바쁜 시간을 잘 버터야 안정된 노후를 꿈꿀 수 있듯, 직장생활도 마찬가지란다. 무엇이든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선 합당한 대가를 치러야 되거든. 취직을 하면 임금을 받고,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지위를 얻게 돼 좋지만 반면에 포기해야 되는 것들도 많아. 그런 의미에서 민간기업보다 신분보장을 더 많이 받는 공무원이니 지켜야 할 의무가 많은 것도 어쩌면 당연한 거겠지?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방공무원법>에 규정된 11개 공무원 의무조항을 모두 숙지한 신규 공무원은 많지 않단다. 그래서 임용 후 뒤늦게 힘들어하고 후회하지.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 같아. 사람들은 대게 '꿀'이라고 하면, 그 달콤한 맛과 향을 먼저 떠오르잖니? 꿀을 모으기 위한 과정을 생각하기란 쉽지 않은 것 같아.

그래서 오늘도 지난번에 이어 신분보장을 받는 만큼 요구되는 다양한 공무원의 의무에 대해 얘기하려고 해.


지난주 '개인 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다!'에 이은 두 번째 주제는 '재산 축적 및 관리의 제한'이란다.

지난번에 알려준 <지방공무원법>에 규정된 11개의 공무원 의무조항 중 '성실, 비밀엄수, 청렴, 영리 업무 및 겸직 금지' 의무 등과 관련 있단다. 공무 중 알게 된 정보나 직권을 공무원 개인재산 축적을 위해 사용하면 안 돼. 또, 부정청탁이나 금품 역시 받으면 안 되고, 공무수행 외 다른 업무를 겸할 수 없단다. 그리고 직급, 담당업무에 따라 차등이 있지만 재산변동사항을 주기적으로 신고해야 돼. 어떻게 보면 상식적인 얘기들이지?

대부분 지방행정직 공무원으로 발령받으면 동주민센터가 첫 부임지가 될 확률이 높아. 구청이나 시청에 발령받는다고 해도 보통은 부서 내 직원들의 업무를 지원해 주는 '서무'라는 업무를 맡거나 간단한 단위업무를 잠시 보다가 주민센터로 발령받는단다. 결국, 주민등록법, 지방계약법, 지방공무원 인사 혹은 교육지침 등을 접하지. 그러다가 7~8급 정도가 되면 업무계획, 지역축제 개최, 교통행정, 문화예술 업무 지원 등 여러 가지 단위업무를 맡게 돼.

이렇듯 이모처럼 말단 공무원부터 시작한다면 사실, (아쉽게도?) 재산 축적에 도움이 될 시크릿(?)한 정보를 접할 기회는 거의 없단다. 다행히도 고급 정보나 막강한 권력이 없기 때문에 부정청탁, 금품을 접할 기회도 전혀 없단다. 이모처럼 소심한 성격에 검은(?) 손길이 다가온다면 잠도 못 자고 밥도 못 먹을 것 같아. 규정된 절차대로 신고하는 것과는 별개로 마음이 정말 괴로울 것 같아.

그런데도 이모가 '재산'과 관련 해 불편한 점이 있다는 것은 '부끄러움'때문이야.

지아는 학생이니깐 '돈'이 아닌 '성적'으로 예를 들어볼게. 혹시 친구 중 누군가가 지아뿐 아니라 지아 부모님의 성적도 모두 알고 있다면 기분이 어떻겠니? 높은 성적이 아니라 형편없이 낮은 성적까지 모두 다 알고 있다면... 이모처럼 공무원이 되면 '공직자 재산등록'이란 것을 하게 된단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건 발생 후 지금까지도 재산등록 범위를 두고 논란이 많지. 최근에는 시스템이 좋아져서 재산등록 대상자 주민등록번호만 입력하면 금융거래내역이 자동으로 등록되기 때문에 몇 가지만 추가로 입력하면 돼. 그런데 생각보다 생활비 부족으로 빚을 조금 낸 것도 모두 조회되고 재산 감소분에 대한 사유도 자세하게 적어야 돼 부끄러웠던 적도 많았어. 그리고 딸이 공무원이라는 죄(?)로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도 모두 재산 등록을 해야 된단다. 이모 때문에 평생 열심히 노동으로만 돈을 벌고 생활하셨던 외할머니, 외할머니께 너무 죄송했어. 임용된 지 한참 후에야 공무원이 된다는 것은 '나만의 일이 아닌 가족에게까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게 됐지.

또한 공무원의 투자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많기 때문에 조금 위험할 수 있는 투자 방법보다는 안정적인 정도만을 선택해야 된단다. 위법은 아니지만 편법인 것들도 할 수 없기 때문에 재산 축적의 기회가 줄어든다고 보면 돼.

마지막으로, 요즘 한창 인기인 'N 잡러'도 공무원은 금지란다. 공무 외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는 원칙적으로 금지하거든. 수입이 없어도 다른 직업을 갖기 위해서는 기관장의 허가가 있어야 돼. 기관에서는 업무 무관성, 근무시간 외 수행가능 정도 등 여러 가지 면을 고려해서 겸업을 허가해 주는데 외부강의, 집필 등이 아닌 다른 업무는 허가받기가 많이 까다롭단다. '경제적으로 어려워도 아르바이트를 전혀 할 수 없다는 것!'이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아이를 낳아 살다 보면 여러 번 아쉬울 때가 있단다.


세 번째, '공무원을 안 좋게 생각하는 사회적인 인식'이란다.

사실, 이모는 이 부분이 가장 힘들어. 얼마 전 학원에서 돌아온 둥이가 이모에게 묻더라고.

"엄마, 엄마랑 아빠 직업이 공무원이라고 했지?"

"응. 왜?"

"공무원이 나쁜 사람들이야?"

"무슨 말이야?"

"아니, 아까 엘리베이터 안에서 아줌마 아저씨들이 공무원들 일도 안 하고 돈 받는 나쁜 사람들이라던데. 엄마랑 아빠가 나쁜 거야? 나쁜 게 아니고 맨날 바쁜 거 아니야 맨날 바빠서 나랑 놀아주지도 못하잖아."

'성실하게 일 했을 뿐인데 졸지에 아이에게 부끄러운 직업을 갖게 된 엄마!'가 된 것 같아 이모는 정말 속상했단다. 하지만 이모가 더 속상했던 건 만일에 그 엘리베이터 속에 이모가 타고 있었다고 한 들 그분들께 뭐라 말도 못 했을 거라는 거야. 이렇듯 듣고도 못 들은 척 넘길 수밖에 없는 것들이 참 많단다.

이모부는 공무원 업무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말에 매번 상처 받는 이모가 오히려 더 신기하다고 해. 이모부 말씀이 맞는 것 같기도 해. 이모는 왜 16년이나 지났는데도 이런 말을 듣게 될 때마다 가슴이 아픈 걸까? 그냥 넘겨지지가 않아. 왜 저렇게까지 오해를 하시는 걸까...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직업이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이렇게도 욕을 들으면서도 일 해야 되는지 혼란스러워.

광복절을 위해 전봇대마다 태극기를 낑낑거리며 달고 있던 이모를 보던 6살 여자아이의 말,

"엄마, 공부 못하면 저 언니처럼 되는 거야?"부터 시작해서.

놀고먹는다고 대놓고 욕하는 사람들.

"너 공무원인데 이런 거 해도 돼?"라는 친구들의 농담 섞인 말들.

어디서부터 오해를 풀어야 되는 건지, 과연 그 오해가 풀리긴 할지 막막하다 못해 이제는 포기가 되는구나.

"서진아, 세상이 좋을 때나 안 좋을 때나 욕 듣는 것! 그게 우리 직업이야. 힘든 사람들의 마음이 편해지도록 욕 듣는 것도 우리 일이려니... 생각하자. 너무 속상해하지 말고."

유난히 눈에 많이 띄는 직업, 유난히 입에 많이 오르내리는 직업!

그래서 더 속상할 일이 많은 직업인 것 같아.


지아야! 화려한 연예인, 멋지게만 보이는 아이돌 스타들을 생각해 볼래? 하나같이 매우 힘들고 고된 연습생 시절을 거쳤을 거야. 이 길이 맞는지 방황하고, 흔들리는 마음을 수도 없이 다시 잡았겠지? 연습생 시절, 주변에서 그들을 무시하고 눈빛을 애써 외면하고, 유혹하는 손길을 뿌리쳐야 됐을 테고. 하지만 다른 사람들 눈에는 그 힘든 과정이 보이지 않아. 오로지 화려하고 멋진 면만 볼 수 있단다. 이모는 우리 지아가 화려함, 편안함 뒤에 숨어 있는 힘든 시간들을 볼 수 있는 안목을 갖게 되길 바래.


어떤 직업이든지 멋져 보이는 딱 그만큼 아니, 그보다 몇 배 이상의 인내와 고통이 수반된단다. 공무원도 마찬가지야. 특히 공무원은 업무 외 사적인 부분도 많이 제약된단다. 사람들이 직업을 선택하기 전에 그 분야에 대해 많이 알아보겠지만 이렇게 숨겨진 부분은 보통 알기 어렵단다. 그래서 위에서 이모가 말한 화려함 뒤에 숨어진 고통과 노력을 볼 수 있는 안목을 키우는 것이 더욱더 중요해. 그럼, 그 안목은 어떻게 해야 가질 수 있을까? 그건 바로, 그 정도의 고통을 인내해 본 사람들에게만 허락된단다. 지아도 지금 네게 지금 주어진 일을 참고 버티다 보면 더 깊게 숨어진 것들을 볼 수 있게 될 거야. 그것은 나중에 지아가 무엇이든 후회 없는 선택을 할 수 있게 도와줄 거야.

이모는 우리 지아가 남다른 안목으로 멋진 꿈을 이룰 것이라고 믿어!


그럼, 지아야 오늘 하루도 잘 보내고! 이모랑은 다음 편지에서 또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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