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아야, 서진 이모야. 추석 연휴에도 공부하러 학교와 도서관 다닌다고 힘들지?
지금 이모가 여고시절을 돌이켜보니 어려운 공부를 끊임없이 해야 되는 것도 힘들겠지만 외출하기 딱 좋은 날씨에 시간적, 공간적으로 갇혀 있어야 된다는 사실이 더 힘들었던 것 같아. 답답함... 그 자체지. 하루도 자유롭지 않은 것 같은 느낌. 내 마음대로 내 시간을 통제할 수 없을 때 느끼는 상실감.
오늘은 공무원의 '자유'에 대해 얘기해 볼게~! 신분보장을 받는 만큼 공무원에겐 다양한 의무가 있단다. 이모가 지아에게 얘기하고 싶은 것도 의무 즉, '누릴 수 없고 제한된 자유'에 관한 것이야.
공무원의 행동과 태도, 이념, 종교, 정치 등 직장 및 일상생활과도 연관될 수 있는 다양한 의무 사항이 <지방공무원법>에 11개 조항으로 규정돼 있단다.
제48조(성실의 의무) 모든 공무원은 법규를 준수하며 성실히 그 직무를 수행하여야 한다.
제49조(복종의 의무) 공무원은 직무를 수행할 때 소속 상사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하여야 한다. 다만, 이에 대한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
제50조(직장이탈 금지) ① 공무원은 소속 상사의 허가 없이 또는 정당한 이유 없이 직장을 이탈하지 못한다.
제51조(친절ㆍ공정의 의무) 공무원은 주민 전체의 봉사자로서 친절하고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하여야 한다.
제51조의 2(종교중립의 의무) ① 공무원은 종교에 따른 차별 없이 직무를 수행하여야 한다. 제52조(비밀 엄수의 의무) 공무원은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엄수하여야 한다.
제53조(청렴의 의무) ① 공무원은 직무와 관련하여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사례(謝禮)ㆍ증여 또는 향응을 주거나 받을 수 없다.
제54조(외국 정부의 영예 등을 받을 경우) 공무원은 외국 정부로부터 영예 또는 증여를 받을 경우에는 대통령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제55조(품위 유지의 의무) 공무원은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56조(영리 업무 및 겸직 금지) ① 공무원은 공무 외에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하지 못하며, 소속 기관의 장의 허가 없이 다른 직무를 겸할 수 없다.
제57조(정치운동의 금지) ① 공무원은 정당이나 그 밖의 정치단체의 결성에 관여하거나 가입할 수 없다.
제58조(집단행위의 금지) ① 공무원은 노동운동이나 그밖에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사실상 노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은 예외로 한다.
'공무원이기 때문에 제한되는 것들'... 지아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다양하지? 물론, 제54조(외국 정부의 영예 등을 받을 경우)나 제57조(정치운동의 금지) 등은 이모에게 크게 영향을 주진 않아. 이렇듯 공무원 개인에 따라 조금 더 중요하게 생각되는 항목이 있겠지만 모든 항목을 다 지켜야 한단다.
그럼, 이모가 실제 생활하면서 느낀 공무원의 의무, 제한사항에 대해 얘기해 줄게.
첫째, 성실, 복종, 직장이탈 금지의 의무와 관련된 것으로, '개인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없다'는 것이야! 근무 시간 중엔 너무나도 당연한 얘기고, 근무시간 외에도 적용되지. 긴급한 민원 발생, 중앙부처 혹은 상급자로부터의 갑작스러운 지시사항 전달, 긴급한 의회나 감사업무 대응 등을 위해서는 언제든지 출동할 수 있는 마인드가 필요하단다. 재산, 생명과 관련이 없는 것 같은데 퇴근시간 10분 전에 전화 해 내일 출근 전까지 자료 요구를 산더미 같이 하는 의회, 감사기관, 상급기관이 꽤 많거든. 주말에도 카카오톡을 통해 업무지시를 하는 중앙부처 담당자들이 원망스럽기도 하지만 전화할 때마다 바쁘고 지친 목소리를 들으면 '그들도 우리처럼 어쩔 수 없구나...'라고 이해할 수밖에 없단다.
지난주에 얘기했던 각종 비상근무와 행사 참가도 마찬가지야.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어도 인력동원, 참가 지원 명령이 떨어지면 반드시 참석해야 돼. 그래서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기 참 곤란하단다. 언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불안하기도 해.
프랑스의 회사에서는 직원들에게 한 달 업무 계획을 미리 주며,
직원들은 그 계획에 변동이 생기는 것을 끔찍하게 싫어한다.
매일 업무량이 예측 가능하기 때문에 친구들과의 약속을 잡기가 쉽다.
레스토랑을 예약하거나 공연 티켓을 미리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높은 곳에 올라가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이유는 멀리 볼 수 있기 때문일 터인데,
프랑스인은 시간의 고지를 선점하고 있는 것 같다.
일주일, 한 달, 1년 또는 5년 안에 정확하게
자기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 아는 사람이 매우 많다.
21세기 급변하는 문명시대에 삶이 예측 가능하다는 것은
최고의 사치일 수도 있다.
이모가 얼마 전에 읽었던 조승우 작가의 책 <시크하다> 중 한 구절이야. 너무 멋지지 않니? 예측 가능하다는 삶 속에 누리는 안정감과 자신의 시간을 통제한다는 만족감! 조승우 작가님도 프랑스와 우리나라의 조직문화가 다르다는 것을 알고 계셔서 예측 가능한 삶을 '21세기의 최고의 사치'라고 표현한 것이 아닐까? 그만큼 어렵고 어쩜 지금의 대한민국에서는 불가능할 수도 있지.
안타깝지만 우리나라 여느 민간기업과 다르지 않게 공무원도 이 부분에 대한 만족감이 매우 낮은 직업이란다.
우리 지아가 공부를 마치고 사회에 나올 때쯤이면 조승우 작가님의 글에 적힌 21세기의 최고의 사치를 누구나 당연히 누리며 살 수 있게 되기를 바랄게. 어떤 직업을 가지든, 어느 위치에 있든 지아의 시간을 자유롭게 컨트롤할 수 있게 되면 좋겠어.
생각보다 얘기가 길어졌네. 우리 지아, 오늘도 좋은 꿈 꾸며 잘 자렴~
오늘 못다 한 얘기는 다음에 다시 해 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