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청소를 합니다.

by 이서진

그럼, 지아야! 지금부터 이모가 입사 후 실제로 했던 업무들을 알려줄게!


지아는 혹시 이모가 예쁘게 사무실에 앉아서 서류랑 컴퓨터만 보면서 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니? 그렇다면, No~!! 하루 종일 가만히 앉아서 일할 수 있는 날은 생각보다 많지가 않단다. 지아를 실망시킬 것 같아서 매우 유감스럽지만 이모를 당황케 한 첫 번째 업무는 바로 '청소'였어. 공무원에게는 '청소'도 중요한 업무란다.


지아가 이모처럼 지방 행정직이 된다면 예상외로 얌전히 책상 앞에 앉아 있을 수 있는 시간은 많지가 않단다.

다양한 사유로 외근을 해야 되거든.


첫째, 앞에서 말한 것처럼 환경정비(청소)를 해야 돼. 그런데 '환경정비'라는 단어 안엔 정말 다양한 것들이 있단다. '봄맞이 환경정비 대청소, 휴가철 대비 마을 청소, 각종 큰 행사 대비 마을 청소' 등 청소의 종류가 이렇게 많다는 것을 이모도 공무원이 되고 나서야 알았거든. 이런 환경정비를 할 때 공무원의 역할은 단순히 길에 떨어진 쓰레기를 줍는 것에 그치지 않아. 우선, 발 벗고 마을 청소에 함께 해 주실 '주민'들을 모집하기 위해 홍보를 하고, 모집이 되면 구역에 맞게 인원을 배분해야 돼. 청소도구를 준비한 후, 주민들을 집결장소에 모셔다 드린 후 함께 청소를 한단다. 청소를 하는 도중엔 활동 사진을 남기고 다치시는 분들이 없는지 늘 주의를 기울어야 돼. 청소가 끝나면 결과 보고서를 작성하고 다음을 위해 피드백을 하는 등 실제 행사 준비와 크게 다르지 않아.

기억에 남는 활동을 떠올려보면, 이모가 근무했던 주민센터 관할지역에 '하천'이 있었는데 일주일에 한 번씩 새벽 7시에 나와서 하천 주변 청소를 한 적도 있었단다.

그리고 전 직원이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담배꽁초를 주워야 됐던 적도 있었어. 1주일에 10리터짜리 종량제 봉투 한 장을 채워야 됐는데 작은 꽁초로 한 봉지를 채우는 것도 어려웠지만 독한 담배 냄새로 고생했던 기억이 나. 나중엔 보다 못한 통장님들이 집에서 본인들이 직접 태우신 꽁초를 모아 주기도 하셨어.



둘째, 각종 현장 확인 업무가 있어.

신규일 때는 주민센터에서 '주민등록사실조사'를 자주 했었어. '주민등록사실조사'란 전산에 입력된 주민등록 사항대로 거주를 실제로 하는지 조사하는 것이란다. 주민등록사항은 복지, 교육, 세금 등 각종 정책에 활용되며 거주사실이 확인이 되지 않으면 '거주불명 등록' 처리를 해야 되기 때문에 꼼꼼하게 전 세대를 모두 확인해야 돼. 1차로 통장님들이 확인을 해 주시고 확인이 안 된 곳은 공무원이 직접 나가서 확인을 한단다.

근무시간엔 민원업무도 봐야 되고 실제로 주민을 만나야 되기 때문에 주로 퇴근 후나 주말에 사실조사를 다녔어. 지금처럼 위성지도가 없을 땐 지번주소를 찾는 게 어려워 중국집에 물어보기도 했고 골목길을 지키는 개를 피해 도망친 기억도 있지. 무엇보다도 거주사실이 확인되지 않는 분들 중 많은 분들이 모텔이나 여관에 주소를 두고 계셔서 그런 곳을 갈 때는 정말 무서웠던 기억이 나.


그리고 자치구나 동주민센터, 보조금 수령 단체, 기관을 방문 해 지도점검과 업무협의도 한단다.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그 사업을 직접 수행하는 곳과 업무협의는 필수란다. 주변 환경과 주민들의 여론 등을 알 수 있거든. 또, 민원 처리를 위해 기관을 방문하거나 지방 보조금법과 회계처리지침 등 법규에 맞게 보조금이 집행, 정산됐는지 점검도 해.


셋째, 각종 행사에도 동원된단다.

민간행사와 관에서 개최하는 행사는 그 성격이 많이 다르단다.

민간행사는 주로 '홍보'를 목적으로 개최하므로 많은 예산을 투입 해 인기 많은 연예인, 유명인사를 섭외하지. 그래서 민간행사에서는 행사 참여자를 어떻게 '모을까' 보다는 어떻게 '선정할까'에 초점을 둬. 선착순으로 마감하거나 구매력이 높은 분을 우선적으로 초대하기도 하지.


반면, 정부나 지자체에서 개최하는 행사는 '의미'에 비중을 둔단다. '광복절, 한글날, 개천절, 어버이날, 어린이날' 등 다양한 국가기념일 행사가 있어. 이런 행사들은 화려한 퍼포먼스로 소비를 촉구시키는 게 목적이 아니야. 해당 기념일의 의미를 상기시키기고 순국선열, 가족, 국가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갖도록 하는 것이 그 목적이야. 거기에 맞게 유명인보다 의미 있는 분이 초대돼 주로 차분하게 진행된단다.

국가기념일 행사 외 지역축제, 도로나 터널 등의 개통식 등 다양한 행사가 있어. 나름의 의미를 가진 이런 행사들의 단점이 있다면, 바로 재미가 없다는 것이지. 안타깝게도 '시민'을 위한 행사지만 정작 주인공들은 거의 참석하지 않아. 지아도 알듯이 행사장에 손님이 너무 없으면 행사가 너무 초라하게 느껴지잖니? 그래서 행사가 너무 초라 해 지지 않도록 자리를 메꿔주는 것 또한 우리 공무원의 업무 중 하나야.

'기공식, 착공식, 준공식, 마을단위 행사, 체육행사, 문화행사, 음악회, 명사초청 강연회' 등 종류를 가리지 않고 참석해야 된단다. 복지부서에 있든, 민원업무를 보든, 계약을 담당하든... 업무의 성격은 전혀 고려치 않고 차출 순서가 되면 무조건 나가야 해.


작년 코로나가 발생한 후부턴 대면 행사가 모두 취소됐지만 코로나가 진정되면 다시 부활할 것 같아. (코로나 발생 후 열감지기 운영, 역 수송업무지원, 생활치료센터 지원, 각종 지원금 지급 등 행정지원 업무가 많이 늘었지만 그 부분은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말해줄게.)


이상 세 가지가 이모가 생각하기에 '업무 같지 않은데 업무인 것들!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일들!'중 대표적인 것들이야. 물론, 위에서 말한 활동들은 거의 다 업무분장 외 활동이란다. 타 부서나 다른 사업의 행사를 지원하는 일이 대부분이라 정작 업무분장에 적힌 고유의 업무는 퇴근시간 후 밤늦도록 해야 돼.

이모가 처음 공무원이 됐을 때 이 부분이 무척 불합리하다고 생각했었어. 하지만...

헌법 제7조 ①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위 조문에 명백하게 적혀있잖니? (무서운 조문이지 ㅠㅠ)

공무원은 내가 담당하는 업무, 내가 속해 있는 지자체에 거주하는 주민들만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 아니란다. 공무원은 국민이 필요로 하는 일,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해야 될 일'을 마땅히 해야 되는 조직이란다.

이제 조금 '공무원'이란 세 글자에 담긴 무게가 느껴지니?


이모도 공무원이 되기 전엔 의아했어.

'왜 저렇게 뭘 입어도 '공무원'이라는 게 딱 표 나는 건지... 어쩜 이리도 모두들 무채색의 비슷한 촌스러운 스타일의 옷을 입을까.'

하지만, 공무원 임용 후 한 달이 되기 전에 그 답을 찾았단다. 우리가 하는 일은 예쁘게 입고는 수행하기 어렵다는 것을! 단정하게 입은 사무직이 아니라 어디든지 일당 백으로 쓰여야 되는 전천후가 돼야 한다는 것을!


글을 적다 보니 벌써 밤이 깊었구나. 우리 지아는 잠들었겠지?

'미래 국민의 봉사자! 전천후'가 되고자 하는 우리 지아야!

오늘 밤만은 예쁘고 멋진, 지아만의 꿈을 꾸면 좋겠구나. 지아의 꿈과 소망은 꼭 하늘에 닿을 테니...


지아를 사랑하는 이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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