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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함께 있을 수 있게 됐습니다.

by 이서진

안녕하세요^^

저는 둥이입니다. 올해 초등학교 2학년이 돼, 1학년 동생들이 엄청 많아졌지요.

학교가 끝나면 집까지 혼자 올 수 있고, 학원도 혼자 다닐 수 있어야 형아인 거 맞죠?

제가 바로 그렇게 씩씩한 형아 둥이입니다. 태권도 학원도, 영어 학원도 혼자서 잘 다녀요!!

(사실, 아침에 학교에 갈 때는 엄마 손을 잡고 가는데 무서워서 그러는 건 절대 아니에요.

엄마가 제 손을 잡고 학교로 가는 시간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다고 하셔서 제가 같이 가드리는 거니깐,

친구들에겐 비밀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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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살이 되니, 형아가 된 것 말고 더 행복한 일이 있는데요~!

그건 바로바로~~ 엄마가 제 곁에 있다는 것입니다. 엄마가 그동안은 일 한다고 바빠서 저랑 많이 못 놀아줬었거든요. 할머니는 '둥아, 너네 엄마는 공무원이야. 그래서 늘 바쁘단다~'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때마다 할머닌 행복한 표정을 짓는답니다. 할머니가 웃으시는 걸 봐선, 공무원이 멋진 일임에 분명하지만, 늘 바쁜 엄마를 보면 그건 또 아닌 것 같아서 헷갈려요. 엄마가 일하는 곳은 계속 바뀐답니다. 박물관에도 가봤고, 깜깜한 밤에 아빠와 함께 퇴근하는 엄마를 데리러 시청 가 봤어요. 물론, 전 항상 차에서 잠이 들어서 엄마를 보지 못했답니다. 이렇게 일하는 곳이 몇 번이나 바뀌어도 언제나 늦게 들어오고 힘들어하는 엄마를 보면 좋은 일은 아닌 것 같아요.


가장 속상한 일은 제가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하는 날이었어요.

제가 1학년 때, 코로나19라는 나쁜 병균이 생겼답니다. 나쁜 코로나 ㅠㅠ 모두 아시죠? 코로나 때문에 친구도 못 사귀고 소풍도 갈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유부초밥도 못 먹었지요.

그리고 코로나는 엄마랑 저를 더 멀리 떼어 놨답니다. 어린이집에 다닐 때도 많이 늦었지만, 코로나 후 엄마는 언제나 저녁 10시 넘어서 집에 오셨어요. 잠든 저에게 뽀뽀도 하고 꼭 끌어안고 잤다는데 전 기억이 안 나서 속상해요. 토요일 일요일도 매일 출근하셨어요. 병균이 너무 강해서 많이 싸워야 된다고 하시더니 결국은 초등학교 입학식에도 못 오셨답니다. 아빠도 바빠서 못 오셨어요. 할머니, 할아버지랑 사진도 찍고 또봇 브이 로봇을 입학 선물로 받았지만 마음이 아팠어요. 둥이는 친구들처럼 엄마와 사진을 꼭 찍고 싶었거든요.


그렇게 바쁘게 지내던 엄마랑 꼭 안고 누워있던 어느 날 밤, 엄마가 말씀하셨어요.

"둥아, 엄마가 늘 바빠서 미안해. 하지만 둥이가 엄마를 꼭 필요로 하면 옆에 있을게."

저는 방긋 웃으며 바로 대답했습니다.

"그럼 엄마 내일부터 다른 엄마들처럼 집에 있으면 안 돼?"


서른 밤 정도가 두번 쯤 지난 후,

엄마는 거짓말처럼 출근하지 않고 제 옆에 있어줬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모르지만 2학년 끝날 때까지 함께 있을 수 있게 됐다며 엄마도 많이 기뻐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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