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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진 Sep 15. 2022

아이가 태어나면 실손보험부터 가입하세요!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아도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언제든지 손쉽게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그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우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그것들을 후순위로 미루다가 놓치고, 후회합니다.


제게 그중 하나는 아들 둥이의 실손보험 가입입니다! 

매달 보험료를 자동 이체하면 쉽게 가입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실손보험! 

하지만 문제는 보험료가 아닌, 타이밍이었습니다!


생각해보면 2013년에 둥이를 낳은 후 지금까지 10년! 그 무수히 많은 시간들이 후회되고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보험회사 가입을 권유하는 콜센터 상담원들의 전화를 1초의 고민도 없이 '회의 중이라 전화 끊겠습니다.'로 답했던 제 삐뚤이 입을 비틀어버리고 싶습니다.


  '아이가 크기 전에 실손보험에 가입해야 돼. 특히, 남자아이들은 장난을 많이 치고 활동량이 많아 더 다치기 쉬우니까 , 알았지?'라는 말을 주변 엄마들에게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경험하지 못한 세계는 잘 알기 어려운 것처럼 남편과 저는 둥이의 실손보험 중요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장애인이라서, 남편도 지병과 가족력으로 인해 실손보험에 가입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한 번도 보험의 혜택을 받아 본 적이 없었고. 남들 보기에 부자연스러울 뿐 병원비로 큰돈 들어갈 일도 없었기 때문에 매달 들어가는 보험료가 아깝게 생각됐습니다. 그리고 둥이는 맞벌이 가정에 한 명뿐인 아들이니 혹시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병원비쯤이야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오만함도 있었습니다. 


다행히도 둥이의 실손보험에 대해 걱정하게 된 계기는 둥이가 아파서가 아니라 저 때문입니다. 몇 달 전 갑작스럽게 종양 제거술을 받게 됐습니다. 수술 포함 입원 기간이 고작 3일 간 병원비는 무려 9,455,590원! 아주 간단한 수술이고 3일인데 무려 천만 원이라니!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형편이 어려울수록 보험 가입은 필수라는 말이 그제야 생각났고 실손 보험이 없는 둥이가 위험해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입원 기간은 고작 3일이었지만, 퇴원 후 한 달이 지나서야 통증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정신이 들자마자 둥이의 실손보험 가입이 떠올랐습니다. 보험회사는 여러 곳이지만 실손보험 보장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았고 보험 설계사를 만날 시간도 없어서 인터넷으로 가입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우리 둥이의 인적사항을 넣고 원하는 보장 범위를 설정했습니다. 늦게 가입하는 만큼 최대한 많이 보장될 수 있도록 넉넉하게 설정했습니다. 여기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마지막 단계쯤, '최근 3년간 수술, 입원 한 이력이나 복용 중인 약이 있는가요?'라는 질문이 나왔고 저는 솔직하게 기재했습니다. '수술한 적은 없고 코로나로 인한 폐렴으로 3개월 전 입원 후 완쾌됨. 소아청소년 정신과에서 ADHD 판정받고 심리상담치료와 병행하며 약을 복용 중임'라고! 그때만 해도 몰랐습니다. 이렇게 적는 게 둥이의 보험 가입을 위해 할 수 있었던 저의 마지막 행동이라는 것을!


입력 후 '다음' 버튼을 누르자 둥이의 보험가입 절차는 중지됐습니다. 처음에는 인터넷 연결에 문제가 있는지 알았습니다. 재접속 후 둥이의 인적사항을 입력하자 다시 멈췄습니다. 다음날도 똑같았습니다. 그제야 '콜센터로 문의해주십시오'라는 작은 글씨가 눈에 띄었습니다. 콜센터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저희 아이 이름은 000고, 생년월일은 000습니다. 보험 가입 도중에 다음 단계로 진행이 안돼서 전화드렸습니다."

  "어머님 정신과에서 약을 처방받고 있는 경우는 보험 가입이 안됩니다."

  "아, 네...... 그런데 과잉행동을 보이진 않고 오히려 소심한 성격이에요. 조금이라도 마음이 편해질까 싶어 상담받고 있는데 학교생활도 잘하고 있습니다."

  "규정상 보험가입이 어렵습니다. 죄송합니다."


둥이의 보험가입 거부! 전혀 생각하지 못한 일이었습니다. 

우리 아들이 보험가입을 할 수 없다니!


저희 부부가 보험 가입이 안됐으니 미리 가입했어야 됐는데, 미리 챙기지 못하고 놓쳤던 시간들이 너무 후회스러웠습니다. 이런 못난 엄마 같으니라고...... 아이에게 중요한 것을 놓친 엄마인 저는, 스스로 괴롭게 만들고 벌을 주고 싶어서 몇 년 전의 일을 애써 끄집어 떠올렸습니다.


사실, 둥이가 3살이 됐을 때 실손 보험에 가입한 적이 있었습니다. 계약 체결 전과 달리 계약 체결 후 무성의하고 비전문적인 보험 설계사의 태도에 매우 실망했던 저는 계약 체결 후 10일 만에 직접 보험을 해약했습니다. 이런 바보 같은.......  조금 성에 안찬다고 아예 내쳐버린 제 잘못인걸 누구를 탓하겠습니까. 제겐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둥이를 엄마가 직접 보험회사에서 거부당하는 사람으로 만든 것 같아 둥이에게 정말로 미안할 뿐입니다.


 '못난 엄마가 됐으니 혹시 모를 불상사를 대비하기 위해 일해서 돈이라도 벌어야겠다!'는 마음으로 지내던 중 둥이의 소아정신과 의사 선생님과 상담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저, 선생님 저희 둥이 정확한 진단명이 ADHD가 맞나요? 진단 코드가 어떻게 되나요?"

  "왜 그러시죠, 어머니?"

  "둥이 실손보험을 가입해주려고 했는데 지금 이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고 있다고 보험가입을 거부당했어요."

  "둥이는 어머니도 아시다시피 그렇게 심각하지 않습니다. 더 심한 아이들도 보험 가입하던데요. 제가 소견서를 적어줄 테니 보험회사에 다시 한번 문의해보세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듣자마자 살 것 같았습니다. 

병원에서 발급해 준 진단서에는 분명히,

  <호전 상태로 정신과적으로 보험가입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 판단됨>이라는 말이 적혀있었습니다.


이튿날 둥이의 보험 가입을 거부했던 보험회사에 다시 전화를 걸었습니다.

  "저희 애는 10살 남자아이인데, 실손 보험 가입을 하고 싶습니다."

  "이름과 생년월일을 알 수 있을까요?"

저는 둥이의 인적사항을 말하며 의사 선생님으로부터 보험 가입에 문제가 없다는 소견이 적힌 진단서를 발급받았으니 보험가입 가능 여부를 다시 한번 검토해달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조심스럽게 말하고 조마조마하게 기다리던 제게 상담사는 또 한 번 비수를 꽂았습니다.

  "죄송합니다, 어머니. 의사 선생님의 소견과 달리 내부 방침 상 정신과적인 약물 복용 시 보험 가입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다만 보험회사마다 내규가 다르니 보험 가입이 가능할 곳이 있을 수도 있어요."


포기했다가 다시 희망을 가졌다가 다시 포기해야 되는 상황. 

처음보다 더 힘들었습니다. 울먹이며 말하는 제 하소연을 들어주던 동생은 보험업계에 종사하는 지인이 있다며 둥이가 가입 가능한 보험상품이 있는지 알아봐 준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언니, 보험회사마다 개인정보 공유가 되는지 둥이 주민번호를 입력하면 조회가 아예 안되게끔 돼 있데. 둥이가 정신과 약 복용을 중단하고 5년이 지나야지 보험 가입을 할 수 있다는데 어쩌지?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전화나 인터넷 상담 말고 보험설계사와 직접 만나서 상담을 받다 보면 방법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속상했지만 친구가 알아봐 준 것만 해도 너무 감사했습니다. 약 복용 중단 후 5년이라니. 그럼 우리 둥이는 성인이 되기 전엔 보험가입이 못하겠지요. 그리고 '가족 세 명 중 누구도 건강에 자신 있는 사람이 없는데 대책을 세우지도 못하는 상황이 돼 버렸으니. 진짜 회사를 그만두면 안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속상하고 미안한 뜻밖의 상황에서 생업의 소중함을 느끼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렇게 저희 가족 세명은 모두 보험회사의 고객님이 되지 못했습니다.



이상으로 저의 바보 같은 경험담이었습니다.  

혹시라도 오해를 할까 봐 말씀드리자면, 저는 보험회사 직원도 아니고 가족 중에도 관련된 일을 하는 분이 없습니다. 다만, 암도 아닌 간단한 병으로 병원비의 무서움을 깨닫게 됐고 뒤늦게 아들이라도 실손보험에 가입시켜 주려고 했는데 ADHD라 거부당한 게 너무나도 속상해서 적은 글입니다. 귀찮고, 바쁘고, 잊어버려서 놓친 아들의 실손보험! 

뭐 어쩌겠습니까! 건강하게 잘 자라 주는 아들을 사랑하며 아픔이 있는 우리 가족, 서로를 사랑하고 토닥이며 살아야겠죠! 혹시 모르니 병원비도 열심히 벌면서요ㅜㅜ


집마다 경제력,  가치관, 건강상태 등에 따라 보험가입에 대한 생각이 다르겠지만 보험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이 없으시다면 가급적 아이가 아프기 전에 보험 가입을 해 두시길 추천합니다. 부모와 아이에게 든든한 울타리가 돼 줄 것 같습니다. 


각자 2%씩 부족한 저희 가족은 서로에게 울타리가 될 수 있도록 손을 꼭 잡고 힘들어도 꿋꿋하고 열심히 버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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