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사님의 배달의민족 콘텐츠 강연이 끝난 후였다.
"배달의민족의 콘텐츠를 내부에서 저렇게 만들려면 업무의 강도가 굉장히 셀 것 같은데 그런 스트레스는 어떻게 해결하나요?"
어떤 분이 이사님께 물어봤다. 이사님은 이 질문에 이렇게 대답하셨다.
"저는 스트레스는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일에서 오는 스트레스'.
전자는 사람 간의 관계에서 겪는 스트레스죠. 후자는 일을 더 잘하고 싶어서 오는 스트레스예요. 저는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두 가지가 있다면 두 가지 스트레스 중 사람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2
나는 회사에서 사람에 대한 스트레스는 받지 않는 편이다.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데에는 2가지 이유가 있는데 한 가지는 운 좋게도 '사람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좋은 구성원들을 만난 덕분이고, 나머지 한 가지는 개인적으로 사람에 대한 기대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좋은 면이든, 나쁜 면이든 어떠한 면으로 비치는 사람의 모습은 내가 생각하는 모습일 뿐 그 사람의 모습이 아닐지 모른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렇게 생각하게 된 것은 6년 전 첫 직장에서, 어떠한 모임에서 누군가를 만났을 때, 페이스북을 통해 누군가를 만났을 때 모두 내가 '이럴 것이다.'라고 판단했던 것들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사람에서 오는 스트레스, 사람에 대한 실망은 순전히 내 탓이다. 우리 모두 별로라고 인정하면 쉬운데 '내가 입사한 이 회사는 좋을 것이다, 편할 것이다, 이 사람은 이럴 것이다.'라는 기대심이 참 우리를 힘들게 한다.
"내가 별로라는 걸 인지하는 사람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할 수 있다. 무엇보다 개인의 선량함이나 역량에 의존하는 방식보다 제대로 굴러갈 수 있는 체계가, 시스템이 중요하다는 사실에 더 빨리 가닿을 수 있다. 그건 비관이 아니다. 비전이다."
-허지웅, 버티는 삶에 관하여
지금도 어떤 곳에서는 말이 안 되는 일로 스트레스를 받는 회사원들이 있을 것이다. 직장 상사가 새벽 3시에 집 앞으로 불러서 술을 먹자고 해서 스트레스받는 사람, 그냥 시키는 것만 하지 쓸데없이 왜 일을 벌이냐며 구박받는 사람, 사사건건 불평불만만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똑같이 부정적으로 변해가는 사람, 일 보다는 누군가에게 잘 보여서 회사생활을 쉽게 하려는 사람 등.
이러한 '사람 스트레스'를 받지만 지금 당장 회사를 그만둘 수 없고 버텨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나마 나 자신이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사람에 대한 기대, 회사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 방법이 최선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