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느 날, 항상 일 잘하고 똑 부러져 보였던 B가 고민을 털어놨다.
"요즘 일을 할수록 느낀 건데 일이 재미가 없어요. 사람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일, 시켜서 해야 하니까 하는 것들... 무엇보다도 제가 하고 싶어하는 일이 아니라 너무 힘드네요."
B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일을 하면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도 '내가 좋아하는 일, 하고 싶어 하는 일을 하고 있나?' 항상 일이 즐겁고 재밌었던 나에게도 재미없는 순간이 왔었다.
일이 재미없어지기 시작했던 건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단순한 업무를 계속해야 할 때, 해도 티가 안나는 작은 일들을 꾸준히 해야 할 때, (내가 만들어내는 일이 아닌) 해야 하기 때문에 급하게 무조건 하는 일들,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지만 해야만 하는 영역의 업무들. 이 모든 일들이 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지만 우리를 재미없게 할 수 있다고는 생각한다.
하고 싶어 하는 일과 해야만 하는 일, 주어진 일이 일치하기란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리고 그 일들을 제대로 잘 해내기란 더더욱 쉽지 않고.
#2
나와 같은 고민을 했었던 B를 위해 어떤 해답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해보았다. 지금 하고 있는 일 말고 B도 함께 해볼 수 있는 재밌는 일 만들어주기,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왜 하는 일인지 함께 고민해보기.
이런 생각을 하다가도 '하긴 나도 일할 때 내 고민에 대한 해결방법이 없었으면서.' 누가 누구에게 이렇게 해보라고 할 수 있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앞으로 일을 할 때 B의 이러한 일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하고 해결해보려고 했다. 같이 고민하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그러던 중에 B가 나 말고 본인이 항상 고민을 털어놓는 C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나는 C가 B에게 한 이야기를 듣고 퍼뜩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 C는 B의 고민을 듣고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어떤 일을 하고 어떤 브랜드를 맡아서 하는 건 중요하지 않아요. 어떠한 일이 실패하든 성공하든, 사람들이 알아주든 못 알아주든 결국에 마지막에 남는 건 '나'예요.
연극배우 사이에서는 이런 말이 있어요.
작품은 망해도 배우는 남는다.
배우들이 본인이 했던 작품이 망했을 때 정말 힘들어해요. 하지만 작품이 형편없어도 그 안에 배우는 남지요. 어떠한 상황 속에서 실패해도 남는 건 바로 본인이라는 걸 잊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내가 참여하던 프로젝트가 실패로 돌아갔을 때, 사람들이 아무도 몰라주는 일을 했을 때, 내가 몸담고 있던 회사가 망했을 때 안 힘든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나도 내가 열심히 준비했던 프로젝트들을 대중들이 알아주지 않을 때, 열심히 했는데 회사에서 인정받지 못했을 때 정말 힘들었다. 하지만 작품이 망해도 배우는 남듯이-
아무리 원망을 하고 있어봤자 바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오직 바꿀 수 있는 건 이 일을 받아들이는 나의 태도였다.
- 모든 요일의 기록 : 김민철
지금 이러한 '점'같은 시간들이 우리에게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포기하지않고 꾸준히 하다보면 B는 본인이 많이 성장했다는 것이 보일 것이라 믿는다. 나 역시 분명 그럴 것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