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승희 Aug 01. 2016

수고스럽게 일하기

#1

입사 후 두 달쯤 지났을 때의 일이었다.


이벤트 당첨자에게 배달의민족 배지를 만들어서 보내줘야 했었다. 배지를 만들어본 적이 없는 나는 디자이너 밍캉에게 도와달라고 했다. 밍캉은 바쁜데도 불구하고 나에게 하나씩 순서대로 알려주었다.


한나체로 쓰여있는 종이를 인쇄해서 동그랗게 자른 뒤 투명한 용지와 함께 팡!

그렇게 한나체 배지는 만들어졌다.

한나체 배지

 밍캉이 알려준 대로 하다가 한 개의 배지가 동그랗게 마무리되어야 할 부분에 조금 말려들어갔었다. 하지만 눈에 크게 띄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다른 완성된 배지들과 함께 포장을 하려 했었다. 그때 밍캉이 말했다.


"우리 예쁘게 다시 해서 새로 만들어요. 이거 하나만 새로 하면 금방 할 거예요.(웃음)"

"흠.. 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요?"


나는 빨리빨리 택배를 보내고 싶었다.


이렇게 보낼 수는 없어요.

밍캉은 단호했다.



#2

'대충대충'을 검색해보면 국어사전에 이렇게 나온다.


 우리가 만족스러운 카피가 나오지 않았을 때, 어떠한 프로모션의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했을 때 대부분의 원인은 오랫동안 고민하지 않았을 때 나온다. 우리가 오랫동안 고민하지 않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1. 시간이 없어서 (마감일이 다가오니까)

2. 이 정도면 적당하다고 생각이 들어서



한때 나는 1번은 2번의 원인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모든지 적당히 하면 어떠한 것도 나아질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일을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의 차이는 회사 생활을 몇 년을 했고 경력이 얼마냐에 따라 차이 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얼마나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고민을 했는가, 어떠한 태도로 임했는가에서 결정된다.

사실 나도 잘 되지 않는다. 고민의 선이 짧았을 때, 적당히 했을 때 딱 내가 투자한 만큼의 반응이 돌아온다.


 몇 주 전 봉 타임(대표님과의 대화)에서 대표님은  

'일은 수고스러워야 한다.'라고 하셨다.


만드는 사람이 수고로우면
쓰는 사람이 편하고

만드는 사람이 편하면
쓰는 사람이 수고롭다.
-김봉진


이 서비스는 나를 위한 서비스가 아니다. 우리 타깃인 이용자들을 위한 서비스이고, 우리 이용자들이 편해야 하며, 우리 이용자들 입장에서 만들어져야 한다. 당연히 나는 편할 수 없으며 어떤 일이든 쉬울 수 없는 것이다.


'오늘의 나는 수고스러웠는가.' 의 대답에 아니었기 때문에 쓰는 글.

매거진의 이전글 마케터에게 필요한 기록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