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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희 Nov 14. 2016

우리다운 게 뭔데요?

만약 배달앱 마케터가 책을 팔아야 한다면?

위 질문을 다시 말하자면 '배달의민족 마케터가 책을 마케팅해야 한다면?'이다. 이 일은 3개월 전 나에게 주어진 미션이었다.




#1

"이번에 책에 들어갈 사진 자료가 필요한데, 나 도와줄 수 있는 사람? 배민 팬클럽 사진도 필요하고, 광고 사진도 필요하고..."

이사님이 말했다.

팬클럽 사진을 갖고 있는 건 나뿐이었기에 마케팅실 멤버들은 일제히 나를 쳐다봤다.

"제가 찾아드릴게요. 이사님."


 그때까지만 해도 이사님이 간단하게 말씀하셨기에 정말 간단한 일인 줄 알았다. 이 사진자료를 찾는 일이 배달의민족 책 프로젝트 전체를 맡아서 진행하게 되는 일인 줄은 몰랐다.


배민다움



#2

"내가 '책 어떻게 팔 거야?'라고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할 거예요?"

이사님이 물었다.

"흠... 출간기념회도 하고.. 페이스북으로 홍보도 하고..."

"머리 속에 있는 것들을 말로 나열하지 말고 구체적인 일정에 맞게 계획을 세워봐요."


이사님은 종이를 가져와보라고 하시곤 종이에 쓱쓱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숭, 우리의 목표는 뭐지? 사람들이 우리의 책을 많이 읽게하는 것이겠죠. 그러려면 사람들이 우리 책이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하고 인지한 뒤에는 우리 책을 좋아하게 해야 하고..."

 이사님은 구체적인 목표를 잡고 실행방안을 만들어보라고 하셨다. 그래서 나는 기존 출판사에서 진행했던 기본적인 것들은 모두 진행하면서 배달의민족스러운 마케팅을 더해 계획을 세워보았다.



산 모양으로 그려서 목표를 잡고 하단엔 일정을 역순으로 정리했다.


실행방안을 크게 2가지로 나눴다.

1) 출판 마케팅 : 책이 나오면 진행하는 출판사에서 진행하는 대부분의 일들. (예약판매, 출간기념회, 북트레일러 등등)

2) 배민스러운 마케팅 : 배달의민족스럽게 책을 마케팅한다면, 어떤 방법이 있을지 생각하고 계획 세우기.

- 배민스럽게 예약 패키지를 만든다면?

- 배민스럽게 북 트레일러를 만든다면?

- 기존에 책 마케팅에선 보지 못했던 배민스러운 이슈 메이킹 이벤트는 없을까?

(책 마케팅 사례로 배민 이야기가 나오게 할 수 없을까)

- 배민 App에서 책 이벤트를 할 건 없을까?

등등.

순서상 가장 처음 준비해야 할 것이 '배민다움 예약판매 패키지'였다.



#3

 배민다움 사전예약 패키지는 사람들에게 우리의 책을 가장 먼저 알리는 신호탄같은 일이었다. 우리는 꼭 우리스럽게 예약 패키지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책에 같이 줄 수 있는 우리스러운 사은품을 생각하며 외국 사례도 찾아보고 우리답게 하는 사전예약 패키지는 없을까 계속 고민했다.

 

이것도 중의적인 표현을 써서 나왔던 아이디어 중 하나


 결국 마지막에 나온 아이디어는 '아이패드 미니 박스 패러디'였다. 패러디는 우리가 늘 해왔던 것이었다. 애플 로고 대신에 한입 깨문 치킨 로고를 넣고, 박스에 아이패드 사진 대신에 책 사진을 넣으면 참 재밌겠다 싶었다.

아이패드 미니 박스

이 박스 안에 '배민다움' 책과 '2017년 달력'을 넣어주기로 했다. 이제  예약판매를 알리기까지 5일밖에 시간이 없었다. 얼른 박스 제작업체에 디자인을 넘겨야 했고 포토팀 일정을 잡고 나온 샘플로 사진 촬영을 했어야 했다. 그리고 우리는 주말에도 쉬지않고 배민다움 예약판매를 알리는 페이지 기획서를 작성했다.



그리고 월요일이 되었다.

디자이너들이 아이패드 박스를 패러디한 것이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했고 마케팅실은 모두 멘붕에 빠졌다.

우리다운 박스... 우리다운거?


한정판 패키지 소식 오픈을 3일 앞두고 많은 사람들이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아이패드 미니 박스 패러디를 버리고 우리는 다시 처음부터 아이디어 회의를 시작해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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