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리는 다시 처음부터 회의를 했다. 나는 시간이 없어 초조했고 불안했다. 괜히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으면 서로에게 짜증도 낼 수 있을만한 상황이었다.
우리답게 철가방을 만들어보자!
이사님이 침묵을 깨고 말씀하셨다. 사실 맨 처음 나온 아이디어였다. 배민스럽게 철가방 박스에 책과 사은품을 넣어서 주자고.
이 철가방 패키지는 진짜 철통이 아니면 정말 없어 보일 것 같아서 가장 나중에 할 거 없을 때 다시 생각하자고 했던 아이디어였다. 결국 우리는 처음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그렇다면 철가방 패키지 안에 책과 함께 줄 수있을만한 것이 없을까?
우리는 고민 끝에 배민문방구에서 야심차게 만들고 있었던 2017 배민일력을 함께 주기로 결정했다. 책 출간 시기가 11월이었기 때문에 시기상 2017 일력이 잘 어울리지 않을까 하는 상민님의 아이디어였다.
패키지 컨셉이 명확해지니, 그 다음은 모든 게 순조로웠다.
'중국집 전단지를 패러디해서 배민다움 책 목차를 만들면 어때요?'
'이왕 주는 김에 인스타그램에 인증하면 짜장면도 주는 건 어때요?'
철가방 패키지가 정해지니 다른 것들이 더욱 더 뾰족하게, 명확하게 정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탄생한 배민다움 찌라시, 인증하면 짜장면을 주는 이벤트까지.
어쩌면 우리는 '책' 이라는 이미지와는 전혀 상관없어 보이지만, 정말 배민스러운, 배민다움 에 맞는 패키지와 전단지, 그리고 인증 이벤트까지 만들 수 있었다.
그렇게 우리가 밤새 준비한 사전예약판매 패키지는 오픈하자마자 교보문고, 인터파크, 알라딘 실시간 베스트 순위에 올라갔고, 준비해 둔 1천 권은 3일만에 모두 품절되었다.
#2
배달의민족 CAO이신 신병철 박사님께서는 마케팅은 굉장히 깊고 뾰족해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다른 사람들이 말할땐 엣지가 있냐, 없냐로 표현되기도 한다. 사실 어렵다. (뭐든지, 뾰족하게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타겟을 좀 더 명확하게 좁혀서 뾰족하게, 훅!
하지만 우리다운거, 우리답게 하는 걸로 생각을 계속 하다보면 뾰족하고 깊게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사람들에게 우리의 패키지가, 우리의 찌라시가, 우리의 이벤트가 배민답게 느껴졌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