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렸을 때는 대학만 가면 나의 진로 고민이 끝날 줄 알았다. 하지만 대학에 가도, 취업을 해도, 왜 나이가 들어서도 나의 진로 고민은 끝이 없는 걸까.
수능 공부를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
#2
회사를 다니면서 마케터라는 직업은 다른 직업과 달리 나 혼자 마음먹는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같이 일하는 팀원이, 다니고 있는 회사의 브랜드가, 그 회사의 대표님의 철학이 모두 한 결로 맞아떨어져야 마케터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오랜 시간 동고동락했던 마케터들이 퇴사할 때, 출산휴가를 갈 때마다 혼자 덩그러니 남겨지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그때마다 내 '일'의 위기의식을 너무 많이 느꼈고,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올 때마다 브랜드에 대한 생각을 하나로 맞춰간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는 점이 큰 무게감으로 느껴졌다.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을 많이 받는 나이기에 더더욱 그랬을지도 모른다. 어떤 일이든 혼자 할 수 있는 건 없다.
'어느 날 대표님이 그만두면? 이사님이 그만두면? 마케팅실 멤버들이 다 퇴사해버리면? 회사가 사라지면? 내가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
나는 과연 마케터로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3
막연히 '마케터'가 되고 싶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다음엔 OO 마케터가 되고 싶었던 적도 있다.
'병원 마케터, 페이스북 마케터, 블로그 마케터, 퍼포먼스 마케터, App 마케터 등...' 그런 전문 분야를 찾는 것만이 나의 미래를 보장해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러한 수단보다 본질을 바라보고 문제를 해결하는 마케터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너무 어려운 것 같다. 끊임없이 나의 길에 대해서 고민해야 하고 찾아나가야 하고 잘 해내야 한다는 것이 가끔은 버겁기도 하다.
오래도록 좋은 글을 쓰는 작가로 살아가고 싶다. 자기 자신이라는 이유만으로 멸시와 혐오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 쪽에서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작가가 되고 싶다. 그 길에서 나 또한 두려움 없이, 온전한 나 자신이 되었으면 좋겠다.
- 2016년 여름, 최은영. 쇼코의 미소
나 또한 두려움 없이, 내 길에서
온전한 나 자신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