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와 너를 좀 분리해봐. 너도 다른 '좋아하는 것'을 만들어봐. 결국 퇴사하면 뭘 할 건데?
퇴사하면 난 뭘 하게 될까. 그런 생각을 하면 까마득하다.
최근에 넷플릭스 오리지널 '데이비드 레터맨쇼'를 봤다. 2년 전 데이비드 레터맨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묻는다. 퇴임 후 뭐할 거냐고.
"우리 같이 도미노를 할 수도 있고, 스타벅스를 갈 수도 있겠죠."
미국의 한 대통령도 퇴임이라는 날이 오는 것처럼 어떤 일에는 항상 끝이 있다.
#1
내가 좋아하는 일은 마케팅이었다. 공연을 가는 것, 어떤 곳에서 음식을 먹는 것, 전시를 보는 그런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도 다 마케팅을 잘 하기 위함이었다. 이것이 현재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애정 하는 브랜드에서 하고 있으니 지금은 덕업 일치의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를 창업하지 않는 이상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위협(?)은 계속 받을 것 같다. 좋아하는 것이 일이 되면서 '다른 좋아하는 일'을 찾아야 할 것 같은 무언의 압박. 회사 업무와 다른 나만의 좋아하는 것..? 그런 게 존재한다면 무엇일까?
"배달의민족 퇴사하면 넌 뭘 할 건데?"
#2
스타트업에 있는 많은 창업가들이 하는 말 또는 취업을 하려고 회사를 고를 때 주변 사람들이 해주는 말.
네가 좋아하는 일을 해.
하지만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아는 게 어렵다. 갑자기 조용한 곳에 가서 내면에게 물어봐도 대답해주지 않는다. 그게 쉬운 일이었다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 열심히 일하고 있을 것이다. 어떠한 고민 없이.
여간 스트레스가 아닐 수 없다. 이런 고민은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지난달 B cast 팟캐스트를 듣는데 이런 주제로 이야기가 나왔다.
'크리에이티브 감각이라는 것이 선천적이냐?'
어려운 질문이에요. 하지만 '무언가를 좋아하는 것'은 선천적인 거라고 생각합니다. 주변의 환경이 중요한데 부모와 형제 덕분에 어렸을 때부터 어떤 것을 유심히 보는 능력이 발달할 수 있어요.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관심에 대한 예민함이 큰 사람, 나의 좋아함을 발견하기가 쉬운 사람은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후천적인 노력으로도 충분히 가능해요.
"좋아하는 걸 어떻게 찾아요?"
다시 이 질문으로 돌아가면 좋아하면 똑같이 따라 하려고 하는 애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모방하다 보면 그 안에 조금이라도 내 것이 있어요. 그렇게 누군가를 따라 하다 보면 다른 사람이 봤을 때 (약간) 그 사람만의 것이 발견되거든요.
'오늘부터 OOO 되게 좋아해야지.'가 아니고 좋아하면 똑같이 따라 하려는 '애정'이 반드시 생기기 마련입니다.
-B캐스트/조수용 대표
모방. 좋아하면 똑같이 따라 하고자 하는 욕심. 그 안에서 찾는 나만의 것
송원영 감독님도, 조수용 대표님도, 한명수 이사님도 '좋아하는 것', '나만의 것'을 찾을 때 이야기하는 공통적인 것 중에 '모방'이라는 키워드가 있다. 표절을 하라는 것이 아니다.
나만의 '어떤 것'을 찾고 싶을 때, 미친 듯이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고 싶을 때 좋아하는 대상, 멋져 보이는 대상을 똑같이 따라 해 보라는 것이다.
'이 작가가 왜 이렇게 했을까? 이 감독은 왜 이런 생각을 하며 했을까?' 계속 나에게 묻고 탐구하며 그렇게 나만의 것을 찾아가는 것이다. 그렇게 하다 보면 모방으로 시작되었던 나의 행동들이 나만의 것으로 발전되어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거라는 것.
내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과정은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나만의 언어와 나만의 색깔을 찾는 과정이 어렵다는 표현이 더 맞겠다. 하지만 고민을 많이 한 사람일수록 그 고민의 결과물들이 자기만의 언어로 표현될 때가 많다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것을 명확히 찾지 못하더라도 고민을 오래 하면 그 안에서 나오는 결과물들이 이미 나만의 언어로 표출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거 아닐까.
좋아하는 것들을 찾는 방법
1) 잘하는 것의 모방
2) 그 안에서 찾는 나만의 것
3) 관찰 그리고 생각 입히기, 나만의 관점으로 만들기
4) 나만의 언어, 색깔
5) 그리고 거침없이 표현하기
#3
오늘도 우리는 좋아하는 것을 찾기 위해 살고 있다. 지금 내가 좋아하는 일은 마케팅이지만 또 다른 좋아하는 것이 나타날 수 있다. 일 이외에도 퇴사 후 나의 삶을 위해서도 계속해서 찾아야 할지도 모른다.
여전히 난 미래에 무엇을 할지 모른다.
돌연 세계여행을 떠날지도 모르고 일본 가정 식당을 차릴지도 모르고 어쩌면 보험을 판매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냥 집 앞에서 한가롭게 커피를 먹고 있을 수도.
하지만 그 어떤 것을 한다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는 과정에서 나온 치열한 고민의 결과물 들일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