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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희 Feb 10. 2018

대표님에게 배운 '책 잘 읽는 방법'

 첫 직장을 다닐 때부터 자취하던 집에 책이 정말 많이 있었다. 욕심이 많아서 읽어야 할 것 같은 책이나 좋아 보이는 책은 다 샀던 것 같다. 그냥 갖고 있고 싶었다. 그래서 친구들이 그런 나를 보고 매일 하던 말이 있었다.


'이승희는 보니까 사는 책들을 안 읽더라고. 그냥 집 인테리어 용이야.'


이런 친구들의 말 때문에 내가 산 책들을 다 읽어야 한다는 압박, 사놓은 책들을 다 읽지 않고 다음 책을 사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무한 반복되기도 했다. 내가 왜 이렇게 사기만 하고 안 읽나 생각해보니 온전히 책에 집중해야 할 시간에 하고 싶은 다른 것들이 너무 많았다.

나름 핑계를 대자면, 책 읽을 시간이 없었다고!




그런데 지금의 나는 책을 정말 많이 읽는다. 그것도 아주 재밌게 읽고 있다. 평균적으로 한 달에 10권 정도 보는 것 같다. 가방에 항상 책이 있는데, 책 없이 길을 나선 날에는 다시 집에 돌아와 책을 꼭 챙긴다. 책을 놓고 가면 그날 하루가 굉장히 찜찜하기도 하다.


이렇게 변하는 데까지는 4년이 걸린 것 같다. 철저히 회사와 대표님 덕분에.


우아한 형제들은 그 어떤 조건 없이 책을 무제한 지원한다. 독후감을 내라거나 또는 어떤 주제의 책을 읽으라는 강요조차 없다. 그래서 어떤 책이든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독서량이 많은 회사가 어디일까?'라고 생각해보면 단연 우리 회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출근길에서도, 엘리베이터에서도, 18층 카페에서도 곳곳에서 책을 들고 다니거나 읽고 있는 구성원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서로 책에 대한 이야기도 정말 많이 한다. '책'이라는 것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 축복받은 환경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통해 본인의 삶이 변화했다고 늘 말씀하셨던 대표님은 언제 어디서나 책 이야기를 하신다. 입사 면접 때, 밥을 먹을 때, 강연을 하실 때도, 한나체 포스터를 만들 때도 대표님 뒤에는 항상 책이 있었다.

면접 때 받았던 질문조차 '지금 읽고 있는 책이 있어요? 어떤 책을 가장 인상 깊게 읽었어요?'라고 물어보시기도 했었으니 대표님에게 '책'이라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 과거의 나를 부정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



4년 동안 대표님에게 추천받은 책들이 무수히 많은데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책들이 몇 가지가 있다. 책을 추천받고 그 책들을 어떻게하면 조금 더 재밌게, 그리고 잘 읽을 수 있는지, 대표님 옆에서 보고 들으며 알게된 몇 가지들을 책을 통해 이야기해보고 싶다.




1. 청년창업, 8권의 책으로 시작하다. 김봉진

 대표님이 직접 쓰신 첫 책이다. 대표님을 변화시킨 8권의 책을 추천해주는 책이다.

입사 전부터 대표님의 팬이었기 때문에 책이 나왔을 때도 바로 샀었고 첫 번째의 출간기념회, 그리고 그다음 북 토크까지 다 참석해서 두 번의 싸인을 받기도 했다. (정말 난 성공한 덕후...)


이 책 속에서 대표님이 추천하는 8권의 책들은 내 삶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나의 마케팅 지침서가 되어준 김왕기 선생님의 '목어'와 회사 일을 할 때 나의 마음가짐을 항상 다잡아주는 이나모리 가즈오의 '왜 일하는가'라는 소중한 책들은 대표님의 첫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2. 목어. 김왕기

 위에서도 말했듯이 나의 마케팅 지침서와 같은 이 책은 지금 구하기 너무 어렵기 때문에 더 소중해진 책이다. 내가 우리 팀원들에게, 그리고 친한 동생들에게도 많이 빌려주었던 김왕기 선생님의 '목어'는 배달의민족 마케팅의 가이드가 되어주는 보물 같은 책이다. 마케팅실 멤버들은 항상 '대표님은 디자이너이자 마케터'라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대표님을 만든 건 이 책의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매번 이 책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기반으로 마케팅 가이드를 잡아주셨기 때문이다. 나는 공부할 때만큼은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세게 가르치는 톤 앤 매너보다는 우리 이사님, 대표님 그리고 김왕기 선생님처럼 차근차근 부드럽게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참 좋다. 차근차근 부드럽게 말하면서도 충분히 날카로울 수 있다.  




3. 논어의 말. 나가오 다케시

 2014년 회사에 출근한 지 3일 만에 대표님과 인천을 간 적이 있었다. 당시 배달의민족 수수료에 대한 사장님들의 생각을 직접 듣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만나기로 했던 사장님이 약속했던 시간에 나오지 않았다. 출근한 지 얼마 안 된 나는 그런 상황 하나하나가 다 당황스러웠고 무서웠었다.

대표님과 가게 앞 카페에서 사장님의 연락을 기다리며 멍하니 앉아있을 때였다.


"사장님 연락 올 때까지 우리 책 보고 있자."

"아... 저 책 없는데요, 대표님."

"그럼 이 책 볼래?"


'논어의 말'이었다.

대표님은 옆에서 다른 책을 읽기 시작하셨고 나는 책을 펼치자마자 졸음이 쏟아졌다. 논어의 말이 202개나 나오는데 이해도 안 되고 어렵고 지루했다. 그 와중에 책 보면서 졸면 안 될 것 같아서 대표님 눈치를 엄청 봤던 기억이 난다. 어떤 말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은 채로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힘겹게 보고 있었는데 대표님이 아셨는지 말씀하셨다.


"그냥 보고 싶은 대로 봐. 처음부터 순서대로 끝까지 읽을 필요 없어. 그냥 딱 펼쳐서 보기도 하고, 목차 보고 읽고 싶은 부분부터 봐도 돼. 다 안봐도 돼."


나중에 대표님 인터뷰를 보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때나 고민이 많을 때 '논어의 말'을 보시며 마음을 풀어나간다고 한다. 이날 사장님을 기다리면서, 논어의 말을 나에게 주시면서 대표님은 어떤 생각을 하셨고 나에게 어떤 마음을 전해주고 싶으셨을까.




4. 지적자본론. 마스다 무네아키

 디자이너 대표님 옆에서 일하면서 정말 많이 변했다.

'우리는 모두 디자이너가 되어야 한다.'  

결국 브랜드를 만들어나가는 사람들은 모두 디자이너가 되어야 한다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꾸준히 몸소 보여주시기도 하고 이 책을 통해 전하시기도 했다.

디자인이 부가가치가 아니라 본질적인 가치가 되어야 하며, 그래서 어떻게 디자인을 통해 세상을 바꿔나가고 사람들에게 브랜드를 제안할 수 있는지 많이 배웠다.

말로 배우는 것과 글로 배우는 것은 미묘하게 다르다. 대표님은 말과 글을 다 사용하며 크리에이티브 그룹에게 본인이 주고 싶은 메시지의 정말 임팩트있게 전한다. 대표님만의 방식이 나에게도 많이 체화가 되었다. 그렇게 생각의 근육을 기르는 방법을 알려주셨다.


'디자인의 본질'에 대해서 생각의 근육을 가장 많이 길렀던 책이다.




5. 배민다움. 홍성태

 내 삶에 책이라는 것이 더 스며들게 되었던 것은 '배민다움' 책 마케팅을 맡게 되면서부터였다. 사람들이 책을 어떻게 읽고, 어떻게 대하고, 어떻게 구매하는지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대표님의 생각과 '배달의민족' 이라는 브랜드, 거기에 홍성태 교수님만의 생각으로 쓰인 글들. 그 글을 북스톤에서 어떻게 편집하고 그러한 기록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전파되는지 촘촘히 볼 수 있었다.

대표님은 왜 이런 책이 만들어지셨으면 했을까?

'책'이라는 도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배민다움'이라는 책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분명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표님답게 본인의 브랜드를 책으로 기록하고 전달하는 것이 정말 인상 깊었다.



성공한 덕후2




6. 책 잘 읽는 방법. 김봉진

책 잘 읽는 방법, 김봉진 / 북스톤

 내가 항상 옆에서 보고 들은 대표님만의 '책 잘 읽는 방법'을 담은 책, 드디어 나왔다. 이 책을 쓰는 대표님을 보면서 나도 이번 브런치를 쓸 수 있게 되었다. 나는 4년이 걸렸지만 다른 사람들은 조금 더 빨리 책을 재밌게, 그리고 잘 읽었으면 좋겠다.


 책을 잘 읽을 수 있는 방법만을 소개하는 책 같지만 결국 이 글 속에는 대표님의 생각과 삶이 너무나도 붙어있어서 자서전 같기도 하다. 이 책은 절판되지 않고 오래오래 남아줬으면 좋겠다. 그래서 이 책 덕분에 많은 사람들의 삶이 변화했으면 좋겠다. 수많은 책 속에 담긴 세상들을 만났으면 좋겠다. 나도 그렇게 만나고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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