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얘들아, 여기선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해

주간 음식 7주 차 (2/12 월 ~ 2/18 일)

by 이승희

설 연휴가 지나고 쓰는 주간 음식. 연휴 내내 고향에 내려가서 잘 먹고 잘 쉬었다. 고향에 내려올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가족들과 더 자주 보고 연락하고 가족들한테 잘하자. 하지만 항상 생각만 하고 그렇게 못하는 나에 대한 반성과 아쉬움뿐이다.



주간 음식 7주 차 (2/12 월 ~ 2/18 일)


2월 12일 월요일 없음.

월요일은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은 탓이었다. 바쁘기도 했지만 너무 감정적인 성격 탓에 스트레스를 엄청 받으면 모든 것을 멈춘다. 회사에서 일을 할 때 극도로 예민해진다. 고치고 싶은데 잘 나아지지 않는다. 설 연휴가 없었다면 이번 주 내내 제일 꼴 보기 싫은 얼굴을 하고 있었겠지.



2월 13일 화요일 점심 @삼방매

항상 줄이 길어서 먹지 못했던 삼방매에 왔다. 채리랑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며 가볍게 맥주도 한잔했다. 채리는 항상 내가 가자는 대로, 하자는 대로, 내가 하는 말만 듣고 있는 아이라서 '얘는 무슨 생각을 할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잘 몰랐다. 이 날 1시간 30분 동안 대화하면서 채리에 대해서 조금 더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우리 참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냈던 사인데 깊은 대화 한번 제대로 나눠보지 못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내가 채리에게 귀 기울여 본 적이 없었을 수도.





2월 13일 화요일 저녁 @한남동 조국

평일에 한남동을 가는 것이 참 쉽지 않지만 막상 가면 또 엄청 좋다. 마냥 게으르게만 산다면 송파구에서만 노는 것이고 부지런해지면 더 좋은 곳들을 많이 볼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사람 많은 곳을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만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공간, 아주 조용한 공간을 좋아한다. 이런 거 해리가 참 잘 찾지! 해리가 아주 조용한 골목에 아무도 모를 것 같은 공간을 찾아냈다. '한남동 조국'

와인과 흑돼지구이, 까르보나라 파스타의 조합 아주 좋았다.

다음날 출근만 하지 않았다면 우린 밤새 이야기했을 거야.





2월 14일 수요일 점심 @성내식당

오랜만에 약속이 없는 수요일 점심!

'굶을까? 아니면 배달시켜먹을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문방구팀이 나갈 준비를 하길래 문방구팀 점심에 급 합류했다. 창고 요정 상호님이 차가 있어서 문방구팀은 성내동까지 자주 나가서 먹는다고 한다. 상호님, 유나 님이 나와 수지님을 차에 태우고 '성내식당'으로 데리고 갔다.

작은 기사식당이었다. 백반을 워낙 좋아하는 나라서, 회사 앞 가까이 이런 기사 식당이 있었다면 난 매일 이곳만 갔었을 것이다.

찌개, 반찬은 매일매일 랜덤! 단돈 5,000원. 양도 많고 맛있다. 가성비 끝내준다. 역시 기사식당이 최고야.





2월 14일 수요일 저녁 @육장

사랑하는 나의 육장, 망원동이라서 멀지만 일부러 오는 유일한 곳이다. 항상 사장님께 디엠을 보낸다.

'오늘 문 열었나요? 재료 소진 다 된 거 아니죠?'

이날은 나나언니를 데리고 왔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다 데리고 올 것이다. (그럴 수 있겠지?)

언니가 요즘은 어떻게 지내냐고 물었다. 이번 주 내내 일이 잘 풀리지 않고 나에 대한 자책하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가만히 듣다가 언니가 말했다.

자책하지 말고 반성하자. 그것만이 나 자신이 나를 갉아먹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2월 15일 목요일 @우리집

하~ 집이다. 설 연휴 시작!!!

천안에 오면 마음이 편하다. 역시 집밥이 최고다. 자취생활 10년 차가 되다 보니 집밥이 그립다. 집에 다시 들어가서 살고 싶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 그래도 돌아올 곳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이렇게 연휴 때만이라도 집에서 푹 쉬어본다.





2월 16일 금요일 @예감 쪽갈비

언니랑 채원이랑 카페에서 하루 종일 책 보고 글 쓰고 공부했다. 이런 것을 할 수 있는 명절의 여유로움에 감사하고 가족과 함께 누릴 수 있음에 감사한 하루였다. 카페에 있다가 근처에 맛있다고 소문난 '예감 쪽갈비'로 향했다. 우리는 [매운 쪽갈비 반, 보통 쪽갈비 반, 치즈 추가]를 주문했다.

사장님이 물었다.


사장님 : "보통 쪽갈비에 치즈 추가하면 되지요?"

언니 : "아, 아니요, 매운 쪽갈비에 추가요."

사장님 : "그러니까~ 보통 쪽갈비에 치즈 추가하고 매운 쪽갈비 주면 되잖어~"

언니 : "아... 치즈는 매운 쪽갈비 쪽에..."

사장님 : "그러니까 내 말이 맞지요~"


언니가 말했다.



치즈는 그 어느 쪽에도 합쳐져서 나오지 않았다.





2월 17일 토요일 @강릉 순두부

초등학교 6학년이 된 조카와 단 둘이 데이트했던 날.

교보문고에서 함께 책 구경하고 카페에서 커피 마시다가 배고파져서 밥을 먹었다. 조카가 이제 나보다 키도 크고 다리도 길다. 하루가 다르게 크는 조카가 신기하다. 친구처럼 팔짱 끼고 다녔다.


요즘 우리 조카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서 물었다. 초등학생 채원이의 연애사는 생각보다 복잡했고(ㅎㅎ) 엄마한테 말 못 할 비밀이 참 많았다. 채원이가 말하면서 계속 '엄마한텐 비밀이야~ 비밀 꼭 지켜줘.'라고 하는데 이야기를 듣는 내내 이걸 언니한테 말해야 하나, 조카의 비밀을 지켜줘야 하나 고민스러웠다.





2월 18일 일요일 @명량치킨

천안 고향집 근처엔 프랜차이즈 치킨집보다 개인이 직접 브랜드를 만들어서 운영하는 치킨집이 많았다.

'명량치킨?'

후기가 좋아서 속는 셈 치고 시켰는데 정말 맛있었다. 나이가 들수록 치즈 가루 치킨을 안 좋아한다던데 난 아직도 치즈 치킨이 맛있다. 헤헤. 조카랑 치즈 치킨을 두고 보이지 않는 신경전도 벌였다. 심지어 마지막 치즈 치킨의 한 조각은 조카가 나에게 양보했다. 양보하는 치킨을 받아먹는데.. 솔직히 조금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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