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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희 Aug 23. 2018

나의 글쓰기에 관하여

목요일의 글쓰기 1주년 기념

 <목요일의 글쓰기>를 시작한 지 1년이 되었다. 

이월 로스터스에서 뀰, 세영찡과 함께 시작한 게 엊그제 같은데 말이다. 처음엔 표현력을 기르고 싶어서, 짧은 글을 밀도 있게 쓰고 싶어서, 생각을 하면서 살고 싶어서 글쓰기를 시작했다. 셋이서 쓰던 목글은 다섯 명, 여섯 명, 그리고 현재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목요일의 글쓰기를 함께 하게 되었다. 


목요일의 글쓰기 1주년 기념으로, 오늘은 글쓰기를 통해 내가 발견한 '나의 글쓰기'를 이야기하려고 한다.  



나의 감정이 여러 개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글을 쓸 때면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지금 내 마음이 어떤지 들여다보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벌거벗은 나를 보는 것 같아서. 그런데 글을 쓰려면 반드시 들여다봐야 했고, 들여다보니 알게 된 새로운 사실은 내 안에 들어있는 감정들이 무수히 많다는 것이다. 기쁨, 슬픔, 화남, 짜증, 우울함으로 끝나지 않고 어떠한 단어로 규정지을 수 없는 여러 개의 감정들이 존재했다. 그런 감정들을 하나씩 꺼내어 글을 쓰면서 여러 가지 단어를 골라 쓰곤 했다. 어떤 사물이나 현상에 비유하기도 했으며, 영화나 책에서 어떤 문장을 인용하기도 했다. 

때론 한 가지의 감정이 복받쳐 오를 때면 그 감정으로 인해 글이 써지기도 했다. 이렇게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져서 글을 쓰다 보면 내가 글에 많이 드러난다. 다른 사람의 글을 볼 때도 마찬가지다. 그 사람의 생각과 현재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때가 많다. 정말 뛰어난 소설가가 아닌 이상 본인을 숨기기 어려운 것이 글쓰기일 것이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몰랐던 다양한 나의 감정들을 모두 존중하게 되었다. 



글에 더욱더 예민해졌다.

"정말 예민하지 않을 것 같은데."

많은 사람들은 나를 보고 예민과는 거리가 멀 것 같다고 한다. 하지만 마케팅을 하면서, 그리고 글을 쓰게 되면서 아주 예민해졌다. 말 그대로 글에서 느끼는 것들이 남들보다 커다랗고 빠르다는 뜻일 것이다. 글 하나에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무한한 감동을 받기도 하며, 또 글 하나에 실망하고 누군가를 싫어하게 되기도 했다. 그래서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무서울 때도 있다고 말했다. 글로 사람들의 마음을 아주 쉽게 움직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그래서 잘 쓰고 싶어 졌다. 나의 글로 인해 누군가가 힘을 얻었으면 좋겠고 위로받았으면 좋겠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때론 어떤 상품이 잘 팔리기도 했으면 좋겠다. 인성 이사님이 마케터의 일을 출간하고 나서 한 명 한 명에게 책에 싸인을 해줄 때 그 사람에게 향하는 메시지를 진심으로 적는 모습을 보고 큰 감동을 받은 적이 있다.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싸인을 해줬을 텐데 모두에게 같은 싸인이 아니라 진심으로 전하는 그 작은 글귀 역시, 나에게 크나큰 감동을 주었다. 


최근에 어떤 글을 보고 멈칫했던 순간. 

이석원 님의 글 '통증'




김동률의 다시 시작해보자 가사.



넷플릭스의 월정액 해지 글.





나라는 사람이 만들어지는 작업

 좋은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라는 말이 있다. 글을 쓰면서 늘 자신을 객관화하곤 한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곤 한다. 어제의 나는, 오늘의 나는 어땠을까.  

글을 쓰며 곰곰이 되짚어보고 생각하게 된다. 내가 쓴 글에서 내가 존재하지 않는 글은 단 한 개도 없었다. 내가 쓰는 글에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 읽히게 하기 위해 쓴 글은 없었다. 지금도 이 글은 나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중에 가장 좋아하는 것은 편지

 글을 쓰면서 글이 주는 힘을 믿게 되서부터였을까? 어떤 선물이든 나의 메시지를 담는 일에 집중하게 되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선물할 때면 꼭 손편지를 쓴다. 손편지를 받는 것도 무척 좋아한다. 종이에 꾹꾹 눌러 담은 손편지, 컴퓨터 글씨와 모바일의 글이 줄 수 없는 묘한 감정 전달. 


누군가에게 편지를 쓸 때면 세상의 시간이 잠깐 멈춘 기분이 든다. 글을 쓸 때 나에게 집중한다는 것을 알기에 편지를 쓸 때 오롯이 상대방에게 집중한다는 점이 편지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목요일의 글'이 아니라 '목요일의 글쓰기'여서 좋다. 1년 동안 '글'이라는 것에 멈춰있지 않고 '쓰기'라는 행위를 통해 바뀌어나갈 수 있어서 행복했다. 30년 동안 가장 나에 대해서 많이 생각했던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앞으로도 계속 쓰는 행위를 통해 다양한 나를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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