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주에 큰 충격에 빠졌던 사건이 있었다. 바로 FMS seoul 2018 (페이스북 컨퍼런스)에서 지코를 만난 것이다.
처음에 지코가 무대에 올라왔을 땐 페이스북 컨퍼런스 사이에 공연을 하는 것인가 생각이 들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분명히 타임테이블에는 special speaker라고 되어 있었다고!
지코는 공연을 하러 온 뮤지션이 아닌, 스피커로 무대에 올랐다. 그것도 약 2,000명의 광고전문가와 마케터들 앞에서 말이다.
지코는 본인의 음악을 알리기 위해 어떤 고민을 하고 있고, 어떤 식으로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활용하는지 아주 또렷하게 전달하였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무대에서 말을 할 때 조리 있게 참 잘했는데 평소에 정말 많은 생각 정리를 하는구나 싶었다. 지코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다른 연사분들이 이야기를 할 때는 못 느꼈던 수많은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FMS seoul 2018 지코 PART>
크리에이터들을 위한 플랫폼의 가능성
: 보여주는 게 중요한 플랫폼, 인스타그램
: 인스타그램이 뮤직비디오를 만든다면?
: 인스타그램 스토리 탭탭 / 스와이프 업을 이용한 뮤직비디오
: 지코 ‘천재’ 뮤직비디오, 인스타그램의 기능을 뮤직비디오에 넣고 싶었다.
: 인스타그램은 영상을 복수로 만들 수 있다. (IG TV에서 full mv, 스토리로 티저, IG 피드는 커머셜)
"(FB 담당 사회자) 여기 계신 분들이 다 광고 전문가분들인데요, 이 분들께 마지막으로 할 말 있으시면 해주시겠어요?"
“저는 비즈니스를 기획하는 것 자체가 아트(ART)라고 생각해요. 이 자리에 계신 분들이 모두 아티스트(Artist)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돌과 뮤지션 그리고 아티스트는 비슷해 보이지만 미묘하게 다르다. 예전 유희열이 아이유를 가리키며, '그녀는 아이돌이 아니라 뮤지션이다.'라고 표현을 했을 때 어떤 의미로 말한 것인지는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으니까. 나는 아이돌도 좋아하지만 아이돌이자 뮤지션을 더 좋아하며, 뮤지션이자 아티스트를 더 존경한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티스트이자 크리에이터로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지코가 존경스러웠고 멋있었다. 그날 지코의 강연은 나에게 큰 자극이 되었다.
#2
나 아티스트가 될 거야.
그다음 날부터 사람들에게 선언하고 다녔다. 모두들 비웃었지만 나는 진지했다. 지코의 강연 이후에 연이어 쇼미더머니777을 보았다.
쇼미더머니 3화 '그룹 대항전'에서도 래퍼들이 무대를 꾸미는 것을 보고도 너무 충격을 받았다. 래퍼들은 무대 위에서 준비되어있는 사람들이었다. 생각해보니 그들은 매일같이 가사를 쓰기 위해 글을 써야 했고, 글을 쓰기 위해 치열하게 스스로를 탐구했어야 했을 것이며, 끊임없이 자신에게 질문했을 것이다. 그런 훈련들이 래퍼들을 단단하게 만든 것 같았다. 이들에게 기획을 맡겨도, 마케팅을 맡겨도 다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분야를 막론하고 지금 이 순간에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을 모든 사람들이 그러할 것이다.
지코의 강연을 통해서, 쇼미더머니777 방송을 보다가 계속 위기의식을 느꼈다.
그럼 나는?
내가 노력을 안 한다는 것은 아니다. 나도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고민하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생각보다 내가 마케팅이라는 분야를 작게 본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나의 다음(next)을 '어떠한 회사' 또는 '창업'이라는 업무의 구분으로만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 관점을 바꿔서 분야의 경계선을 무너트려본다면? 진짜 ART라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본다면.
앞으로 어떠한 형식이나 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나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할 것이다. 내가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는지, 내가 어디까지 도전해볼 수 있는지. 아이돌에 머무르지 않고 아티스트로서 성장할 수 있을지 스스로에게 궁금하기 때문이다. 정말 재밌는 인생이다.
아티스트가 돼라. 아티스트란 기존 질서에 도전하는 용기와 통찰력, 창조성과 결단력을 갖춘 사람이다. 아트는 결과물이 아니라 여정이다.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혼신을 바칠 그 여정을 발견하는 것이다. by 세스 고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