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면 우리 이 일 못할 것 같지 않아?
내 나이 서른둘.
30대가 된 이후부터 같은 일을 하는 동료들과 늘 하는 이야기다. 마케팅을 할 때 아무도 뭐라 안 하지만 우리끼리 쫓아가는 그것, 트렌드. (트렌드 트렌드 트렌드...) 나는 트렌드의 파도에서 헤엄치다가 물 먹기 부지기수였다.
우리들의 나이는 들어가는데, 마케터들이 ‘10대, 20대 초중반 타깃으로 마케팅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일상 속의 자연스러웠고 습득되었던 것들이 점점 학습하는 모드로 바뀌어갔다. 마치 스마트폰이 익숙지 않고 새로운 기능이 불편해서 잘 안 쓰는 나의 부모님들처럼 말이다.
내가 느끼는 어려움은 어쩌면 막연한 두려움일지도 모른다. 이런 두려움은 몇 번의 불공감으로부터 비롯되기 시작했다.
‘이게 지금 뜬대~’
‘요즘 애들 이거 다 한대.’
‘진짜? 이걸 좋아한다고?’
공감되지 않은 무언가가 세상의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을 때. 세상은 빠르게 흘러가고 나에게 익숙하지 않은 것들을, 나보다 더 빠르게 습득하는 세대들을 보며 막연하게 두려워졌었다.
작년부터 ‘90년대생이 온다’고 줄기차게 외치는 이 사회 때문에 80년대생인 나는, 점점 트렌드의 주류에서 멀어지는 세대라는 것을 느끼기도 했다. 그렇다고 10대로 돌아가면 10대들의 마음을 잘 알 것 같냐~물으면 그건 또 아니지만. (어쩌라는...)
그런데 최근 나에게 정말 희망을 준 놀라운 이들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72년생 박진영과 방시혁이었다.
90년대생이 아니라 ‘72년생이 온다’라고 이름을 바꿔도 될 정도로 10대들의 물결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은 40대 후반의 두 대표님이었다. 특히 박진영은 원더걸스 때부터 트와이스까지 본인의 나이와 상관없이 해마다 멋진 행보를 보여주고 있었다. 이 사람들을 보면 나이는 큰 상관이 없어 보인다. 새로운 세대에게 새로운 것을 제안하고 그 사람들이 따라오게끔 한다. 왜 나는 ‘나이’라는 선입견에 빠져서 허우적댈 수밖에 없었을까. 나의 편협한 생각이 나를 더 좁은 한계로 몰아넣었던 것 같다.
아마존 대표 제프 베조스는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 10년 동안 어떤 변화를 예측하고 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구태의연한 질문이다. 앞으로 10년 동안 바뀌지 않는 것은 무엇이냐는 질문은 왜 하지 않나. 더 중요한 문제인데 말이다. 예측 가능한 정보를 바탕으로 사업 전략을 세우는 일이 더 쉽다. 사람들은 싼 가격과 빠른 배송, 다양한 상품을 원한다. 10년이 지나도 이는 변하지 않는다. 변하지 않는 전제에 집중해야 헛고생을 하지 않는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을 알고 있다면 그런 곳에 돈과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 제프 베조스
해가 갈수록 새로운 세대는 나타날 것이다. 변하는 것은 그 속도만큼 변하게 놔두고 변하지 않는 가치에 집중하자.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
새로운 것에 주목하게 하고 익숙한 것을 선택하게 하자.
그때마다 호들갑 떨지 말자.
가난한 자의 생각에 빠지지 말자.
‘나이’라는 한계에 빠지지 말자는 오늘의 다짐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