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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예린 Feb 06. 2024

1인 브랜드로 살아남기

아기 브랜드 1년 차의 회고록



브랜드를 잘 꾸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3월이면 공식적으로 러브케이크바스켓이 1년 차가 된다. 1주년 기념으로 어떤 이벤트를 준비하면 좋을지 고민하다 브랜드의 목적을 다시 고민한다. 왜 러브케이크바스켓이 탄생했는지, 내 브랜드에 세상에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지 스스로 답할 수 있는 이유가 있어야 했다.


시작은 단순했다. 그저 주변에서 만들어달라, 팔아달라는 요청이 많아서 흔쾌히 시작했다. 대신 이번에는 브랜드를 단단히 시작하기로. MD로 지내는 동안, 브랜딩 공부를 1년 정도 하는 시간을 보냈다. 매달 몇 권씩 책을 읽고, 유튜브도 보고, 클래스 101 강의도 듣고, 브랜딩 전문가와 커피챗도 하고, 북토크 세션도 여러 번 다녔다. 돈 한 푼 없었지만, 직전 브랜드로 들어오는 수입으로 야금야금 아껴가며 공부했다.


내가 브랜드로 보여주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 '당신의 이야기로 만드는 책 한 조각'이라는 슬로건을 완성하기까지 몇 달은 걸린 듯하다. 내가 아닌 사용자의 이야기로 완성하는 다이어리인 만큼 내가 작가가 되어 내 책을 쓰는 마음으로 다이어리를 쓰기를 바랐다.



그렇게 3월 1일을 다짐하고 1월 말부터 준비에 돌입했다. 사이트를 직접 만들고 그림도 외주를 맡기며 제품 사진과 상세페이지를 위해 스튜디오를 예약하고 친구를 섭외해서 촬영도 했다. 라벨도 1,000장이 되어야 발주가 가능했고, 원단 값도 만만치 않았으며 재료비도 충당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조금씩 팔아서 돈을 또 모으고 그 돈으로 다시 또 이어가며 3월을 맞았다.


오픈하고 결과는 당연히 미미했다. 처음부터 대단한 반응이 오지는 않았다. 그래도 다행스럽게 적자는 아닌 수준이라 가능성을 믿기로 했다. 인스타그램은 이제 해시태그 기반이 아니었고, 릴스나 광고로 승부를 보아야 했다. 릴스는 내가 바라는 브랜드 방향이 아니었고 보여주고 싶은 브랜드의 이미지나 분위기를 담아내지 못할 거란 생각으로 광고를 택했다.


그렇게 수입이 안정화가 되기까지 매달 적게는 15만 원, 많게는 30만 원 정도를 광고비로 태웠다. 그때가지도 버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더 많았다. 다행히 수입이 모자라지 않는 수준으로 주문이 있었기에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를 하면서 끊임없이 노출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팔로워가 매일 몇백 명씩 늘었다. 유명한 유튜버가 내 제품을 사용해 주며 화력은 더 커졌다.



물론 소소하게 신경 쓴 디테일도 많다. 아무리 해시태그 기반이 아니게 되었다 하더라도 나만의 해시태그 전략도 가지고 있고, 광고용 이미지, 게시글용 이미지를 분리해 가며 올릴 정도로 내가 보여주고 싶은 무드를 확실히 분리했다.


지금은 광고를 재개하지 않은지 3개월이 넘었고 연말연초가 지나 다이어리 화력이 크지 않기에 다시 광고를 다시 재개했다. 수요와 공급을 어느 정도 이번 달로 맞춘 듯하여 새로운 계획을 또 준비한다. 작년 연말 즈음 1,000장의 라벨은 다 소진해서 이번에는 10,000장을 발주했다. 1년 사이 꽤 큰 변화이지 않을까.


생각을 차근차근 정리하며, 다시 되짚어본다. 사람들이 기록을 통해 나를 알아가고 행복과 안온을 찾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다이어리 제품을 만들기 시작한 만큼, 앞으로도 그 메시지에 부합하는 도구를 콘텐츠든 제품이든 다양한 형태로 만들고 싶다. 유명하고 대단한 기업이 되고 싶은 바람은 없지만, 적어도 내가 몸 담고 있는 시장에서 어느 정도 나를 찾아주고 아껴주는 브랜드가 된 만큼 사랑을 감사히 받고 더 발전하는 브랜드이자 대표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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