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l me by your name' 여행기 2 - 안녕 !
안녕 크레마 사랑해 또 올게. 아마 그리워지면 다음 일정은 제치고 갔다 올 거 같다. 방금 '시르미오네'에 도착했는데 영어가 조금씩 통해서 괜히 섭섭하다. 티미(엘리오)가 크레마에선 영어가 안 통해서 아미(울리바-)랑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는 게 진짜인 거 같다.⠀⠀⠀⠀⠀⠀⠀⠀⠀⠀
크레마 호텔에 걸려있던 그림인데 왠지 리첸고 가는 길에 봤던 풍경과 비슷해 보여서 찍어왔다. 진짜 크레마의 풍경을 보고 그린 게 아닐까?? 리첸고호수에 3일 연속으로 다녀왔는데, 자전거를 타고 달리며 보는 풍경이 얼마나 나를 설레게 했는지 모른다. 강을 건너는 중간에 고개를 돌리면 멀리 보이는 다리와 나무가 있는 풍경들. 꽃향기. 바람. 언제 지어졌는지 모를 오래되고 작은 교회와 낡은 벽돌집들. 정글 같은 숲길을 지나고 다시 도로로 나와 '리첸고'라고 적힌 표지판을 지나 숲으로 들어가면 푸른 나무로 둘러싸인 작은 호수가 나온다. 처음엔 엘리오와 올리버가 수영을 했었던 장소라는 이유로 왔지만, 그것과 별개로 이 마을이 낯설게 느껴질 때 자전거로 달려와서 호수 앞에 가만히 앉아있는 시간을 사랑했다. 수영도 했고. 잊지 말고 또 와야지.
+덧
지금 이 글은 당시 크레마를 떠나와 다음 장소인 가르다호수가 있는 '시르미오네'라는 (관광)도시에 도착해 쓴 글입니다.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이탈리아의 밀라노에서 동쪽으로 1시간 정도 떨어진 크레마라는 소도시에서 (감독 루카의 고향이기도 하고 실제로 집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신을 촬영했는데, 저는 브런치에 '리첸고호수'에 대한 글을 적었죠. 저와 장소 중심적으로 적었지만, 처음 하룻밤을 보낸 다음 날 복잡한 심정이 떠오르는 엘리오와 영문을 모르는 올리버가 새벽 수영을 하는 장면이 그대로 느껴지는 고요하고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엘리오 자신의 복잡한 마음이 후회인지, 아픔인지, 이별을 일찍 예감했는지 모르지만, 그 어색하고 아픈 공기를 모두 씻어낼 수 있을 만큼요.
리첸고호수 이외에, 크레마나 크레마에서 1~2시간 이내에 갈 수 있는 장면 속 장소들이 있습니다. 올리버가 엘리오에게 여름엔 무얼 하고 지내냐고 물어보았던 장면과 새벽 수영 후 엘리오가 올리버를 찾으러 온 크레마의 두오모 광장(매일 지나다녔어요), 엘리오의 고백신이 있는 '판디노', 첫 키스를 했던 엘리오의 비밀 장소(알프스 산맥의 물이 내려온다는 곳), 펄먼 주택이 있는 'Moscazzano 모스까짜노', 올리버와 엘리오가 이별하는 'Pizzighettone역'(영화에서는 클루조네역이지만 실제로는 다른 역입니다.)에 모두 다녀왔습니다. 물론 모든 장소들에 대해 쓰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일주일 정도 머물며 리첸고를에 제일 많이, 쉽게 다녀왔기에 리첸고에 대해 비중있게 썼고, 다음 여행지에 대해 이야기하며 다른 장소들도 천천히 소개하려 합니다. 그리고 크레마에 머물며 쓴 글들 중 하나를 남깁니다.
누군가 읽고 계시다면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자전거로 달릴 수 있는 길이 많아서 좋다. 차는 언제나 지나가는 사람과 자전거를 위해 멈춘다. 한 번도 빠짐없이 그랬다. 물이 흐르는 곳이, 그리고 비밀스러운 장소가 많아서 좋다. 문을 통과해 입장권을 살 필요 없이 수영할 수 있는 호수가 있고 커피와 과일이 싸다. 이 모든 것에 익숙해지는 동안 이 마을이 완전히 내 것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 근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