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고 있다 - 작은 조각들 (3)
<월간사진> 2021년 7월 호에 제 리소그라프 작업이 소개되었습니다. 여행을 통해 바라본 16명의 다른 시선을 느껴보실 수 있습니다.
유일하게 인쇄물로 소개되어 조금 어색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손으로 편집된 제 사진들이 새롭게 보이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사진작가를 꿈꾸던 고등학교 때 자주 읽은 월간사진에 소개되어 영광입니다. 반짝이는 눈으로 꿈을 꾸던 저는 어른이 된 지금 많이 달라졌지만, 앞으로도 느리고 즐겁게 작업할 예정입니다.
1. 리소의 매력은 ‘우연’에서부터 온다. 리소그라프는 디지털 공판인쇄로 한 번에 한 가지 색을 인쇄하는 별색 인쇄이다. 두 가지 이상의 색이 합쳐졌을 때 오차가 생겨 어긋나기도 하고, 생각지도 못한 색이 탄생하기도 한다. 계획대로 되지 않아도 길을 서성이며 마주하는 모든 것이 새로운 ‘여행’처럼.
2.
여행 중 한마을에 머물다 보면 하나의 장소나 풍경에 빠지게 된다. 애초의 계획과는 다르게 3일 내내 같은 호수에 가거나, 매일 아침 같은 입장요금을 내고 오래된 성곽을 보러 나간다. 그리고 당연히 그 장소의 사진이 쌓이기 시작한다. 마지막 날에는 조금 더 경건한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필름 카메라로 천천히 바라보고 천천히 촬영한다. 집으로 돌아와 다시 그 풍경들과 마주하면 그날의 기억들이 되살아난다. 볼에 스치던 바람, 그곳에서 읽었던 책과 먹었던 과일들, 쉽게 정이 들어버린 사람들까지... 그러므로 여행 속 사진은 기억의 첫 페이지를 여는 표지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