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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니쌤 Oct 30. 2022

공교육 교사로 살아남기

안정에서 불안정으로 나아가기

공교육 교사는 교육공무원이다. 교육공무원은 말 그대로 교육을 하는 공무원이다. 그렇기에 공교육 교사는 '교육'뿐만 아니라 '공무원'의 역할을 해야 한다. 공무원의 의미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국가 혹은 지방 단체의 사무를 맡아보는 사람'이라고 나온다.(네이버 국어사전 참고) 즉, 공교육 교사는 수업 뿐 아니라 교육과 관련된 사무를 맡아야 한다. 교육과 관련된 사무를 맡는 데 어려움이 있으면 안타깝지만 공교육 교사로 살아남기가 쉽지 않다.


사진 출처 : Pixabay

그렇다면 교육과 관련된 사무에 어떤 것이 있을까? 안타깝게도 답이 없다. 교육이란 어느 한 영역만 잘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학생을 둘러싼 수많은 환경이 교육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에  교육 정책, 사회 상황에 따라 학교에서 해야 할 '교육과 관련된 일'이 생긴다. 맞벌이가 늘어나기 시작하니 아이들이 방과후 시간 활용을 위해 방과후/돌봄과 같은 일을 해야 한다고 했다. 친구나 선후배 사이 폭력 사건이 많아지니 학교폭력과 관련된 일을 해야 한다고 했다. 코로나19가 터지니 방역, 온라인 수업을 해야 한다고 하더니, 포스트 코로나19가 되니 심리적 안정감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해야 한다고 했다.


어찌 보면 교육이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할 일은 맞는 것 같다. 문제는 지금 쓴 이런 일들이 누적되어 왔다는 점이다. 사라지는 일은 별로 없고 생기는 일은 많다. 이로 인해 절대적으로 교사 1인이 해야 할 일이 많아졌으며, 그 일에 대한 책임을 오롯이 교사가 져야 하는 상황이 됐다. 설상가상으로 일은 많아졌는데 학생수가 줄어드니 교사를 덜 뽑겠다고 한다. 이쯤 되면 '공무원' 일을 위한 '교사'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말이다. 하지만 이게 내가 공교육을 떠나야겠다고 생각한 이유 전부가 아니다.


가장 큰 이유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공무원'이 해야 할 일 중 빼놓을 수 없는 게 '민원 처리'인데, 이 일은 내가 가장 힘들어한 일이었다.  그 간 교직에 있으면서 '이게 교육과 무슨 관련이 있을까?' 싶은 민원', '내 의지와 교육관과는 관련 없는 일로 인한 민원', '모두의 교육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서 뜻하지 않게 받게 된 민원'을 받고, 이 일을 처리하는 일이 너무나 힘겨웠다. '민원 = 내 잘못'처럼 느껴지면서(이성적으로 내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도, 마치 그 모든 일들이 내가 잘못한 것처럼 느껴졌다.) 스스로를 타박하기 시작했고,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나는 교육이 하고 싶었을 뿐인데, 아이들을 잘 가르치고 싶었을 뿐인데

왜 이렇게 되었을까?


내가 나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압박감이 강해졌다.


정년까지 교육공무원으로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미래에 이 세상을 뜨기 전 내 삶을 돌아봤을 때 어떤 마음이 들까?

오늘이 내 삶의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했을 때 이렇게 살아도 괜찮을까?


내 삶을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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