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아이 수능일. 모든 수험생 힘내라
부모인 나도 수능을 보는 듯.
2023년 11월 16일 드디어 오고야 말았군요.
2024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일!
바로 오늘이 고3인 큰 아이의 수능일입니다.
부담 된다면서 혼자 다녀오겠다는 딸. (도보 15분)
딸은 "감" 이란 한 마디 남겼고, 우리 부부는 "다녀와"로 응답해 주었습니다.
이제 막 출발했습니다.
딸 덕분에 초콜릿 실컷 먹고 있습니다.
지인들이 딸아이에게 전해달라며 저와 집사람에게 정신적인 응원과 물질적인 응원까지 듬뿍 보내 주어, 마치 제가 수능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는군요.
어제 전철에서도 라디오에서도 수능일이라며 응원의 메시지와 당부의 멘트가 계속해서 이어집니다. 그제야 실감 나더군요. :)
1997년 나에게 수능이란.
지금은 특성화고라고 하지요. 제 시절엔 실업계라 했고, 공고를 다녔지요.
그땐 취업을 우선시했기에 나라에 이바지하고자 고3인 5월에 산업 현장에 투입되었습니다.
공부라는 자체에 무관심했기에 고3 때의 수능은 패스했고, 뒤늦게야 재수학원에 등록해서 첫 수능은 다음 해인 97년에 보게 되었네요.
수능을 어떻게 치렀는지 기억조차 희미해졌지만, 합격자 명단에 없다는 무미건조한 ARS의 안내 멘트만 기억에 생생하게 남는 건, 살아남고 더 잘 살도록 이끄는 건 어쩌면 성공보단 실패로 인생을 배움을 뜻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지금의 딸아이에겐 '오늘을 위해서 12년 동안 배움을 이어 오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네요. 살아보니 수능이란 단지 인생의 첫 관문의 시작에 불과한데 말이죠.
제가 장남이고, 첫아이라 주변에서도 걱정이 되는지 궁금한 게 참 많으셨다.
아침에 함께 가느냐?
도시락 반찬은 무엇인지?
시험 끝난 후 엄마가 정문에서 기다려준 일이 큰 감동이었다.
아이 시험 볼 때 근처 카페에서 기다렸다. 등등
딸 아인 모든 상황에 대해서 한 문장으로 일축했다.
"혼자 걸어갈 거고, 마치고 친구들하고 노래방 가기로 했어."
겸허히 받아들이는 자세가 보기 좋았다.
어쩌면 불안해하는 건 딸아이를 제외한 모두 즉, 딸아이 여집합이라는 존재다.
집사람은 수능 날 점심에 먹을 알맞은 반찬을 선택하느라 2주간의 연습을 거쳤으며,
나 역시 이틀의 휴가를 내어서 집에서 보내고 있으며,
얼마 전에 집사람과 강화도 보문사에서 촛불을 밝혔으며 또한 잊었던 108배까지 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장인 장모님은 대구 팔공산의 갓바위에 올라 대왕 합격엿을 보내 주셨다.
덕분에 서로를 챙겨주고 걱정해 주는 마음에 감사할 따름이다.
특정한 날이라서 선심 쓰는 듯 그랬던 게 아니라는 걸 잘 안다.
서로를 사랑해 주는 마음이 늘 있기에 이럴 때 확연히 드러나는 것일 뿐.
모두 모두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