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이 먼저? 닭이 먼저?
상대에게서만 찾던 흠을 나 자신에게서도 찾기 시작하면서,
마치 나의 나이테가 한 줄씩 더 새겨지는 것 같았다.
온화한 시간을 겪고 흘러서 생기는 나이테는 균일하고 두껍게 누가 그려놓은 듯이 예쁘다.
사람도 자신의 우물 안에서만 풍파 없이 나이만 먹는다면, 그런 마음을 유지할 수 있을까?
여기에 쓰는 나의 글은, 그냥 나만의 개똥철학이다.
난 주로 쏘임을 당하는 편이다.
예전엔 내 마음을 그대로 표현했고, 상대에게 나의 마음을 강요했다.
만남과 이별을 일일이 세기 어려워지기 시작하면서부터
이별의 이유를 상대가 아닌 나에게서 찾기 시작했다.
그것 또한 어떤 계기가 있었겠지만,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그렇게 기억나지도 않는 어떤 하나의 계기로 인해 나라는 사람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먼저 화를 내는 사람이 잘못한 경우는 거의 없다.
상대가 뭔가를 건드렸을 확률이 높다.
보통은 감정을 건드린다.
여기서부터는 성향차이다. 사실 모든 건 성향차이다.
쉽게 말을 내뱉어버리는 사람이나, 쉽게 상처받고 쏘아버리는 사람이나
이 모든 건 나이테처럼 한 줄 한 줄 쌓아온 그 사람의 성향이다.
하지만 우리가 나무는 아니지 않은가. 상처를 받고 상처를 줬던 우리의 말과 행동은
어렴풋한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게 된다.
그렇게 상대의 감정을 건드리게 되고,
나는 된통 쏘임을 당했다.
2시간도 채 되지 않아 나는 또 장문의 사과의 글을 쓰고 있다.
글을 수도 없이 고쳐 쓴다.
내 마음을 드러내고 싶다.
나도 상처받았고 나도 생각이 있는 놈이란 걸 표현하고 싶었다.
하지만 뻔히 알고 있다. 그게 또 그분의 감정을 건드릴 것이라는 걸..
사과하는 입장은 반드시 저자세여야 한다.
그분과의 대화에서 피해야 하는 2가지 단어가 있다.
"노력"과 "미안해"라는 단어이다..;;
그분은 이 두 가지 단어를 매우 언짢아하시는 경향이 있다.
"미안하다는 말 듣기 싫어", "노력 말고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을 원해"
하... 남자가 사과할 때, "미안해 노력할게"를 빼면, 쓸 말이 별로 없다.
그분에 대한 TMI
그분은 마치, 낯가리는 야생의 아기 고양이 같다.
매우 귀엽지만 작은 손짓 하나에 털을 쭈뼛세우고 하악질을 하기도 하고,
안전하다는 판단이 서면 골골송을 부르는 아기 고양이..
마구 귀여워해주고 싶지만 함부로 했다간 쉽사리 긁힘을 당해버리고 마는 그런 존재말이다.
나는, 사랑은 노력으로 유지할 수 있다.라는 이념을 가진 사람이다.
어쩌면, 사랑 자체도 노력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기까지 한다.
상대를 즐겁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은 본질이고, 이걸 해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서로가 이 마음을 이해한다면, 누구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것이다(라고 생각한다)
분명 우리 주변에는 이런 사람이 있다.
"난 노력이 아니라 진심을 원해"
사실 이런 생각을 아직도 하고 있다면, 그 사람은 진정한 사랑꾼이라고 생각한다.
연애 좀 해본 분들이라면, 진심만으로 사랑을 지속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이런 분들의 특징은,
이전의 연애에서 무슨 일만 터지면 "미안해 더 노력할게"를 습관적으로 들었던 분일 가능성이 더 높다.
앞으로 우리가 "노력"이라는 단어를 어떻게 문장과 매치해야 할지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많이 속상했지? ㅠㅠ 내가 미안해.. 앞으로는 자기 마음 안 상하도록 노력할게.."
아무리 예쁘게 써도 이 이상 나오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대부분 먹히는 필살기가 있다.
바로, 장문이다.
주의할 점은, 위에도 언급했듯이 반드시 저자세여야 한다.
자학적으로 낮은 저자세는 위험하다.
나같이 못난 놈이, 부족한 놈이 등등은 안된다.
내 감정은 오로지 미안함이고, 깊이 생각해 보니 네 말이 맞다. 난 왜 몰랐을까
내가 실수를 했고, 난 너를 웃게 하고 싶은 마음뿐인데 내 행동이 잘못됐다.
습관적인 행동이었고, 안 그러도록 노력하겠다. 한 번만 봐줘라. 정도의 내용이 포함된 장문이면 좋다.
실제로도, 우리는 노력이라는 것을 해야 한다.
노력은 적응을 빠르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몇 년 만에 연애를 하면 겪는 가장 큰 문제 중에 하나는 연락인데, 이 연락을 주고받는 부분도
노력하면 금방 적응한다.
처음엔 서툰 노력 탓에 기계적으로 느낄 수도 있겠지만,
진짜 노력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내 진심을 담아 전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