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미국에 오다니
미국으로 같이 온 여자 친구는 여름방학기간 동안 만났던 이 예일대학원생 남자친구를 많이 좋아했었던가 보다. 나도 이렇게 짐작하는 것은 당연히 나에게 한 번도 그 남자에 관한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이야기해 준 적이 없어서 이겠지. 우리의 우정은 딱 거기 까지였다. 나도 내 친구가 우리의 남자사람친구랑 둘이 어떤 사이인지 한 번도 물어본 적이 없었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친구였지만 나는 어릴 때 이 친구로부터 상처를 많이 받아오고 지냈기에 신뢰를 하지 못했고 아주 얄팍한 관계였음인 것은 분명하다.
남자와 여자의 둘이 오가는 감정의 기류가 예전과 같이 않은 것을 느낀 후로 내 여자친구는 항상 불안해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어학연수하고 음악공부하러 왔지만 이 친구는 어떻게 하면 이 남자를 만날 수 기회를 찾을 까 어떻게 하면 더 이쁘게 보여서 이 남자를 만날까를 생각하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 남자친구를 만나는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았고 내 친구도 지쳐 가는 것 같았다. 어느 날 남자사람친구한테 연락이 와서 우리는 함께 만났다. 남자 사람친구는 미국인 학생을 데리고 왔고 우리는 둘이 같이 나갔다. 그냥 햄버거 집에서 먹고 예일대 기숙사에서 가서 함께 영화 보는데 여러 다른 나라의 친구들도 모이고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 그리고 헤어졌다. 핑크빛기운은 전혀 없었던 것 같다. 내 친구는 기숙사에 돌아와서 별로 기분이 안 좋아 보였다. 나는 항상 그녀의 기분에 내 기분도 오락가락하고 또 걱정하고 그냥 내 책임인 것 마냥 신경을 썼다.
나는 어릴 때부터 굉장히 내성적인 성격이었는데 고등부 대학부를 지나면서 심한 내성적인 면을 극복할 수 있었다. 또한 친구들의 감정이나 눈치에 예민하고 해서 마음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많았다. 어릴 때부터 친구들에게 상처를 많이 받아서 그럴 것이다. 짧은 인생에 배신을 참 많이 당했다. 그래서 같이 유학 간 친구도 항상 마음에 쓰이고 힘들었다. 그의 기분이 너무 오락가락하는 관계로 난 심적으로 정신적으로 지쳐나갔다.
그러던 중 뉴헤이븐에 아파트가 나서 기숙사 보다 더 저렴하게 돈을 아낄 수 있다는 생각으로 계약을 하고 우리 둘이는 이사를 갔다. 그 주위에서 한인도 만나고 한인교회도 가게 되었다. 뉴헤이븐 한인교회에서 네일아트가게를 하시는 집사님이 우리를 많이 도와주셨는데 나를 네일아트가게에 아르바이트 몇 시간 하도록 허락하여 주었다. 나는 어릴 때 아트를 좋아해서 잘할 수 있겠다는 포부로 몇 시간씩 도와줬다. 이 네일아트가게는 바로 예일대학교 앞에 뉴헤이븐 다운타운에 위치해 이었다. 예일대학교라고 하지만 타운 전체 도시 전체가 학교라고 할 만큼 학교 캠퍼스가 크고 광활했다. 그리고 다운타운에는 흑인들이 많이 살았다. 그래서 네일아트가게에 오는 손님들이 흑인이 거의 80퍼센트이고 20퍼센트는 예일 대학교 학생이었다.
나에게 네일아트는 재미있었다. 네일아트사장님은 나에게 어떻게 매니큐어를 칠하는지 가르치시고 또한 그것을 어떻게 이쁘게 칠할 수 있는지 가르치셨다. 다리 종아리 마사지 하는 법도 가르쳐주셨고 어떻게 손님을 대접하는지 잘 가르쳐 주셨다. 거의 흑인손님들이었는데 쉽지 않았다. 내가 경험한 흑인손님들은 몸집이 많이 크셨고 발을 많이 깨끗이 관리하지 않으시는 분들이었다. 발마사지 기기에 두 다리를 살포시 넣어드리고 마사지기계 돌리고 씻고 내가 손수 빼내어 올려서 (좀 거의 대부분 무거움) 닦고, 발톱 다 자르고 정리하고, 종아리 마사지 들어가고 뜨거운 타월로 꾹꾹 눌러드리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그들은 편안한 서비스를 받고 좋아하신 분들은 팁으로 그 성의를 표시한다.
처음에는 미국에 공부하러 와서 흑인들 발 닦고 있는 내 모습이 처량해 보였다. 국제전화카드를 사서 엄마에게 전화한다. 아르바이트 괜찮다고 장점을 많이 말씀드렸지만 자세하게는 말씀을 못드렸다. 머나먼 곳에 유학 보낸 딸이 고생한다고 걱정하실 까봐 말은 못하고 너무 잘지낸다고 말씀드리고 전화를 끊고는 눈물이 뚝뚝 흐르곤 했었다.
한번은 예일대학원 법대 흑인남학생이 발을 정리하기 위해 왔다. 왕언니가 나보고 그 손님을 받으라고 하셨다. 어감이 좀 이상하게 들릴수도 있지만 그렇게 나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안되는 영어로 간단한 안부를 묻고 최선을 다해 발을 닦고 정리해 드렸다. 근데 손도 하고 싶다고 해서 손까지 열심히 닦고 바르고 정리하여 드리고 보내는데 팁이라며 40불을 주고 갔다. 아무리 미국에 팁문화가 있다하더라도 보통 흑인들이 주는 팁은 2-3 불 밖에 안되는데 학생이 엄청 많이 주고 갔던 것이다. 참 고마왔다. 그래도 나의 열심어린 서비스가 감동을 주었나보다라며 혼자 자부심느끼며 감사해 하였다. 그렇게 초반에 이런저런 일들로 어느정도 적응하며 이제 겨우 3개월을 지나는 찰나에 벼락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같이 온 여자친구가 갑자기 한국을 간다고 하는것이 아닌가! 이런 어처구니 없는 배신은 또 어디서 나온 것이지? 한 번의 상의도 없이 혼자 결정하고 통보해 버리는 이것은 또 무엇인것이지? 에구머니나!!!
To be continued.. 3화를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