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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네티컷에서 새로운 만남(3화)

내가 미국에 오다니

by LoveeGracieee

내가 미국에 오다니 -(3편)



미국에서 함께 공부하자고 같이 코네티컷에 온 친구는 여기에 온 목적이 나와는 아주 다른 것이었음을 느꼈다. 자신이 바라던 목표에 다가가기는커녕 한 톨의 희망이 보이지 않자 모든 걸 포기하고 그냥 귀국하려 한다. 그녀의 유학목적은 무엇이었을까? 친구는 그 남자(예일대학원생)와 2년 정도 흔히 말하는 썸을 탔던 것 같다. 이 남자는 여름방학 때마다 내 친구와 만나고 놀러 다니고 말 그대로 데이트라는 데이트를 다 했다. 이런 일에 잘 모르는 내가 다 알았던 걸로는 봐서 둘의 관계는 심상치 않았다. 내 친구는 이 남자에 대한 마음이 커서 좀 더 관계를 진전시키고 싶었던지 미국에 가고 싶어 했고 나도 미국이라는 곳에 가서 좀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싶었기에 우리는 같이 오게 되었다. 하지만 그녀가 이제 간다고 한다. 이미 모든 걸 다 결정하고 나에게 통보하였다. 나는 내가 설득해도 별 득이 없다고 생각해 아무 말도 못 하고 한 번 따지지도 않고 그냥 알았다고 하고 내 방에 와서 무너지는 하늘을 볼 수 있었다. "이 집 렌트비 혼자서 감당하기에는 너무 많은 데 어떡하지? 또 이사를 가야 하나? 어떡하지?" 생각만 해도 아찔 한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이 친구는 바로 정리하고 나에게 미안하다는 빈말도 없이 한국으로 귀국하였다. 나는 막막하고도 앞이 깜깜한 내 미래를 생각할 틈도 없이 그냥 열심히 살았다. 시간이 되는대로 네일아트가게에서 일을 하고 공부하고 나름대로 예일음대 도서관에서 학생도 아니면서 학생인 것처럼 음악도 듣고 음악스코어도 찾아보고 하였다.


그러다 며칠이 지나지 않았는데 서울대에서 가야금을 전공하는 어린 동생도 유학을 왔다. 반가워서 대화를 하던 중 이 친구가 살 집을 구한다고 하여서 나는 당장 우리 집에 올 수 있고 함께 살자고 하며 데리고 왔다. 이 동생은 나랑 너무나도 잘 맞았다. 존중할 줄 알았고 대화도 통하였고 서로의 가치를 함께 공유할 수 있었다. 그렇게 이 친구랑 룸메이트가 되어 살기 시작했다. 이 친구는 가장 힘든 순간이 나에게 나타나 나를 살려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뉴헤이븐 교회집사님이 뉴욕 뉴저지 찬양 모임이 있는데 같이 가자고 권유하여서 한 번 참석하였다. 코네티컷에서 1시간 넘게 가니 뉴저지에 있는 어떤 집회장에 도착하게 되었다. 찬양집회였는데 찬양리더자가 재즈반주스타일로 세련되게 반주를 하시는데 나에게 너무나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피아노 코드의 스타일이나 리듬이 기존에 내가 쓰던 것들이 아니라 더 복잡하고 불화음적 요소가 있었지만 새로운 느낌을 주었고 배워서 나도 그렇게 치고 싶었다.

찬양을 인도하며 재즈반주를 멋있게 치신 집사님과 인사를 하고 정보도 얻고 좋은 만남을 가지고 돌아왔다. 몇 달 후에 선생님으로 만나며 많은 것을 가르쳐 주셨고 이분을 통해 나는 뉴욕에 있는 중형교회에 피아니스트로 음악디렉터로 스카웃이되었다.


어느 날 9월 11일 2001년, 뉴욕이라는 또 다른 꿈을 품고 아침에 티브이를 보며 꾸물거리고 있는데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내 눈앞에 보이고 있는 게 아닌가? 비행기가 뉴욕의 건물을 그냥 사정없이 돌진하는 게 아닌가. 너무나 믿기질 않았고 영화를 보고 있는 것만 같았지만 사실적인 일들이 뉴욕에서 워싱턴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내 룸메이트는 아는 오빠가 월스트리트에 일하는데 걱정이 되어서 계속 전화를 걸고 있었고 내 몸은 조금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후에 뉴욕에 와서 들은 이야기인데, 이때 맨해튼에서 일하던 사람들 모두가 패닉이 빠졌고 지하철이나 모든 교통수단이 끊어져 몇 시간씩 걸어서 집에 귀가하였다고 한다. 2996명의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되어 저 하늘의 별이 되었다. 나는 미국이라는 곳이 꿈같은 나라가 아닌 것임을 실감하며 뉴욕, 또 다른 세계를 향해 발걸음 내딛는 것에 두려움이 생겼다. 그래서 나는 내 룸메이트에게 같이 뉴욕에 가자고 제안했다. 다행히 그녀는 흔쾌히 승낙하였고 우리는 뉴욕교회에서 직접 보내주신 교회벤에 우리의 모든 짐을 싣고 뉴욕에 도착하여 새로운 삶을 도전해 나간다.


To be continued... 4화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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