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영광을 보여주는 친구들
밀알 친구들과 마라톤을 준비하며 내가 깨달은 것
고린도전서 12:26
“만일 한 지체가 고통을 받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고통을 받고
한 지체가 영광을 얻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즐거워하느니라.”
저는 3년 전부터 건강해지고자 근력운동을 시작했지만, 달리기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어느 날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이라는 책을 읽고 “나도 욕심내지 말고 조금씩, 천천히 달려보자”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운동을 정말 싫어했고, 100미터 달리기도 겨우 해내는 허약한 체질이었습니다. 그런 제가 달리기를 시작한다는 것은 참으로 기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느새 저는 일주일에 3~4번은 정기적으로 달리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지금 밀알 친구들과 러닝을 시작하고 뒤돌아보니, 제가 달리기를 시작한 이유는 밀알의 친구들을 위한 하나님의 예비하심이 아니었을까 고백하게 됩니다. 비전이 맞는 사람을 만나게 되는 일을 비롯하여 일이 되어가는 타이밍도 정확하게 이루어지고, 이러한 모든 상황이 하나님의 계획이자 그분의 경륜임을 시간이 갈수록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작년에 장애인 마라톤에 참가해 가이드로 함께 뛰었던 봉사자이자 인투교회 팀장님이신 황예지 자매님과 밀알의 비전을 나누는 중, 올해 6월에 센트럴파크에서 장애인 마라톤 경기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우리 친구들과 봉사자들이 참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예지자매님과 함께 친구들과 매주 월요일마다, 작년 11월 중순부터 훈련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밀알 친구들은 대부분 운동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친구들과 부모님을 설득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훈련을 통해 친구들이 기뻐하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는 힘들더라도 이 일은 꼭 해야겠다는 마음이 확고해졌습니다. 그리고 운동이라는 목적으로 친구들과 모이는 일이 밀알친구들에게 육체적인 건강뿐 아니라 마음과 영혼까지 건강하게 해 준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친구들과 처음으로 플러싱의 한 공원에서 러닝을 했던 날이 기억납니다. 작년 11월 중순의 어느 추운 날이었습니다. 한 친구는 스키복처럼 아주 따뜻하게 입고 왔고, 또 다른 친구는 얇은 옷차림으로 추워 보였습니다. 준비운동을 마친 뒤 친구들에게 뛰자고 아무리 말해도 쉽게 뛰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10번 셀 동안 뛸 거예요!” 하며 양옆에서 팔짱을 끼고 겨우 끌다시피 뛰었습니다. 그래서 속으로 드는 생각은 밀알친구들이 러닝의 경험이 없어서 뛰기를 힘들어 할 수도 있구나라고 느꼈습니다.
그다음 주 훈련 때는 한 명이 더 나와 세 명이 운동을 하는데 제가 “뛰어요”하니 세 명이 너무 잘 뛰었습니다. 근데 멈추질 않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멈춰요!”라고 소리를 지르니 그때서야 우리 친구들은 멈추었답니다. 생각보다 지구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도 친구들을 알아가는 시간이었고 친구들도 ‘러닝’이라는 것을 알아가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페이스를 찾고 자신의 기준치를 찾는 것은 누구나가 쉽지 않은데 그것을 찾아가는 것이 저희들의 훈련목표입니다. 훈련이 끝난 뒤 스트레칭으로 마무리할 때는, 친구들 모두가 근육을 시원하게 늘리는 느낌이나 방법을 아직 잘 모른다는 것도 보게 되었습니다. 지구력은 좋지만 몸의 밸런스와 스트레칭이 약해서, 지금은 훈련할 때마다 그 부분을 보강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운동할 때 우리 친구들은 항상 “하하 호호” 웃음이 끊이지 않습니다. 태양이라는 친구는 “아따 참 좋다. 나 너무 행복해”라는 말을 수십 번 반복하며 자신의 행복을 표현합니다. 러닝을 하며 또 느끼는 것은, 많은 친구들이 같은 진단을 받았어도 성격과 개성, 그리고 특별함이 각자 다르다는 점입니다. 친구들의 다름을 하나씩 배워가는 재미도 있습니다.
또 친구들의 공통점은 러닝 시간, 날짜, 날씨, 장소 계획된 것을 그대로 하는 것을 좋아하고 그것을 계속 끊임없이 확인하며 묻습니다. 밀알 친구들의 특징이 정해지고 규칙적이며 예상 가능한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지요. 자신이 알면 자신이 삶을 컨트롤할 수 있어서 그렇죠. 원래 사람이 미래에 일어날 일을 알면 더 편안함을 느끼고 안정감을 얻는 것이 당연한 이치이듯 말입니다. 그래서 갑작스러운 변경이나 물건의 배치 변화, 엉뚱하거나 조급한 상황을 싫어하거나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밀알의 아이들은 각각 개성이 넘치는 존재들입니다. 같은 지적장애 집단으로 묶어 보는 것이 아니라, 고유한 인격체로서 한 명 한 명의 특기와 재주를 발견하고 칭찬해 줄 때, 그들은 더욱 빛날 수 있습니다. 조금 부족하거나 연약한 부분은 모든 인간이 가지고 있는 공통의 문제이기에, 그것에 초점을 맞춰 부정적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친구들이 우리 봉사자들에게 얼마나 큰 기쁨을 주는 존재인지 깨달아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친구들과 마라톤을 준비하며 느낀 점은, 봉사자인 제가 친구들에게 주는 사랑보다 친구들이 저에게 주는 사랑이 더 크다는 사실입니다. 친구들 한 명 한 명이 하늘나라의 상급을 이어갈 하나님의 백성이며, 천국을 함께 누릴 나의 가족입니다. 친구들은 단순히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공동체를 이루고 하나님을 예배하는 동역자임을 더욱 깊이 깨닫게 됩니다.
6월 28일에 장애인 마라톤 Achilles Hope & Possibility 4M이 맨해튼 센트럴파크에서 열립니다. 친구들은 각각 한 명의 가이드와 함께 4마일을 뛰게 됩니다. 현재 11명의 친구들과 11명의 자원봉사자가 이미 등록을 마쳤으며, 봉사자들이 쉴 수 있는 공휴일에는 친구들과 함께 센트럴파크에 가서 현지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밀알 가족분들의 많은 기도와 관심, 그리고 격려가 친구들에게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친구들이 안전사고 없이 모두 완주할 수 있도록, 그리고 휠체어를 타고 참가하는 친구 강국이도 잘 해낼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해 주세요. 이 작은 일들을 통해 우리가 하나가 되고, 마음과 육신이 더욱 건강해지는 2026년 뉴욕밀알이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