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있었는데 없어졌습니다(1)

기억하고 싶지 않은 그날

by 여우언니

'엄마, 엄마 나왔어. 여사님 엄마는 좀 어떠세요?' 내가 입원한 엄마를 보러 가면 제일 먼저 하는 말이야. 우리 엄마는 12년 전 나와 함께 교통사고를 당하고 지금까지 누워계셔.

그때의 일을 어떻게 글로 다 못할 거 같아서, 어디까지 써도 될지, 내가 정말 감당할 수 있을지 잘 몰라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망설이고, 쓰다가 지우기를 반복했는지 모르겠어. 엄마를 한순간에 잃은 딸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담담하게 전달되기를 바랄게.


그날은 엄마와 함께 집 근처 자주 가던 마트에서 여느 때와 같이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어. 신호등 없는 작은 횡단보도를 사람들 따라 건너던 중이었거든.

미처 피할 새도 없이 순식간에 차가 덮쳤고, 그대로 엄마는 의식을 찾지 못했어. 절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하는, 뉴스에서나 보던 그런 일이, 우리 가족한테 일어났어. 엄마는 머리 쪽을 심하게 다쳤고, 여러 번 수술을 통해 상황이 더 악화 됐어. 재활 치료로 유명한 병원은 안 가본 곳이 없었고, 조금이라도 나아지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에 오랜 시간 가족간병을 했어.

사실 머리를 다친다는 게 어떤 걸 의미하는지 전혀 몰랐어. 나는 수술하고 회복하면 엄마가 다시 일상생활을 하실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 적어도 집에는 돌아올 수 있을 거라고 믿었어. 이렇게 오랜 시간, 아무런 말도 못 하고, 먹지도 못하고, 혼자서 하실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어.


10대 중과실 교통사고였고, 형사사건과 민사사건이 동시에 진행돼서, 변호사를 선임해야 했어. 나는 입원한 병원에서 형사분들에게 진술해야 했고, 계속 누군가에게 사고에 대해서 설명해야 했어. 기억하고 싶지 않은데 자꾸 기억을 되짚어야 했어. 나는 사고 블랙박스 영상을 끝내 보지 못하고 아빠와 오빠가 대신 경찰서에 가서 보고 사건은 검찰로 넘어갔어.


소송이라는 게, 참 어려워. 가족이 의식 없이 누워있는 상태로 가해자의 구속적부심사를 봐야 했고, 때로는 진술을 해야 했고, 소송을 참관해야 했어. 나는 사고 피해자이자 목격자였거든. 엄마와 같이 사고가 나서 더 정신적으로 힘들었어.

사실 현실을 외면하고 싶었는데, 아빠는 내가 꼭 가야 한다고 하더라. 그때는 현실을 마주하는 게 정말 너무 힘들고, 가해자를 보는 게 어려워서, 아빠를 조금 원망했는데, 지금은 그렇게 최선을 다해서, 누워계신 엄마 일을 가족 모두가 힘을 합쳐서 헤쳐나가야 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 우리 아빠는 나를 강하게 키우고 싶으셨던 거 같아. 그 덕분에 나는 아직도 그때의 일을 생생히 기억하나 봐.


분명 자세히 기억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아직도 엄마가 아무렇지 않게 나에게 밥을 차려주는 꿈을 꾸더라. 주로 엄마가 나오는 꿈은 우리가 살던 집에서 엄마와 내가 웃으며 대화하는 그런 꿈이었어. 꿈인지 모른 체 나는 행복했고, 심지어 꿈에서 엄마한테 '엄마 나 진짜 무서운 꿈 꿨잖아. 글쎄, 엄마가 누워있는 거야.'라고 말하더라, 눈을 뜨고 현실로 돌아오면 나는 무너져 내려. 아침부터 눈물이 나더라고, 이미 십여 년 동안 많은 눈물을 흘리고 정말 겪지 않아도 되는 고통을 경험하면서 살고 있는데, 시간이 지나면 무뎌질 줄 알았는데, 나는 여전히 힘들어하더라.


사실 지금도 이 모든 게 꿈이길 간절히 바라거든. 그리고 나는 계속 그날을 후회하며, 돌아갈 수 있다면 그 전날로 돌아가길 간절히 바라. 만약 사고 전날로 돌아간다면 엄마와 아무 데도 나가지 않고 집에만 있을 거야.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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