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고 싶지 않은 그날
너무 갑작스러운 이별 아닌 이별, 나는 더 이상 엄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고, 나를 사랑해 주던 엄마의 모습을 볼 수 없었어. 분명 내 옆에서 든든하게 나를 지켜주던 엄마가 있었는데, 이제는 병원에 누워서 하염없이 천장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엄마가 내 옆에 있어.
그저 집에 돌아오면 '왔니?'라고 말해주던 엄마의 목소리가 그리워, 동영상이라도 꼭 남겨 놓을걸, 많이 후회해. 엄마와 함께 찍은 사진은 많은데, 엄마의 목소리가 들어간 영상을 찾는 건 어려웠어. 그래서 나는 그날 이후로 목소리가 들어간, 영상을 많이 찍어둬, 듣고 싶은데, 듣지 못하고 잊고 싶지 않은데, 잊혀지는 게 너무 힘들더라고.
나는 엄마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았어. 장을 보거나 같이 운동을 하거나 절에도 가고, 목욕탕도 가고, 영화를 보러 가고, 고등학교 시절 정말 힘든 시기에 엄마가 학교를 쉬고 함께 영화관에 가자고 해줬거든. 여러 가지 이유로 학교에 가기 싫었을 때, 엄마는 나를 꼭 어딘가로 데려가주셨어.
엄마가 아픈 뒤로, 엄마와 하던 일들을 혼자서 해야 할 때, 정말 슬펐어. 길에서 엄마와 딸이 다정하게 걸어가는 모습을 보면 너무 부러웠거든.
어디를 가도 엄마와 딸이 함께 하는 걸 볼 때마다 '나도 엄마랑 저렇게 했는데..'라는 생각에 마음이 슬퍼졌어. 어떤 날은 눈물이 나기도 했어.
나는 이제 이 모든 걸 평생 혼자 해야 해. 처음에는 남자친구에게 부탁했어. '네가 나의 엄마도 되어주고, 아빠도 되어주고, 남편도 되어주고, 친구도 되어줬으면 좋겠어.'라고, 그 친구는 그렇게 해주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나의 마음속은 공허하기 이를 데가 없었어. 엄마만이 채워줄 수 있었어. 그건 엄마의 자리였어. 다른 누군가로 대체할 수 없는 우리 엄마의 자리였어.
하루아침에 가족을 잃는다는 건 정말 너무 가혹한 일이야. 너무 죄송한 말이지만 지병으로 아프신 분들이 부러울 때도 있었어. 이별을 준비할 수 있을 테니까, 나는 엄마와의 이별을 준비하지 못했거든. 엄마에게 하고 싶은 말도, 듣고 싶은 말도 너무 많은데, 나는 이제 더 이상 들을 수 없으니까.
너무 갑작스럽게 나는 엄마의 보호자가 되었고, 우리 엄마는 갓난아이가 되셨어. 24시간, 엄마는 누군가 옆에서 돌봐드려야 하는 아기가 되셨어.
너무 사랑했고, 분명 나는 엄마를 많이 사랑하지만 엄마에게 상처를 주고, 다툴 때도 많았어. 그럼에도 엄마는 항상 나를 사랑해 줬어. 엄마는 어느 순간에도, 내가 무슨 일을 해도, 나를 지지해 줬어. 그렇게 나는 세상을 살아갈 수 있었어.
그리고 지금도 엄마 덕분에 나는 살아있어. 세상이 나를 버리고, 하늘이 나를 버렸다는 생각에, 나도 나를 버리려고 했는데, 차마 엄마를 두고 먼저 갈 수 없었어. 엄마를 혼자 이 세상에 두고 나만 도망치듯 갈 수 없었어. 나의 바람은 엄마보다 하루 더 사는 거, 그게 나의 바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