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병원생활, 가족간병

슬기로운 간병생활

by 여우언니

아무리 의식이 없는 환자라도 재활치료를 꼭 해야 해. 사람의 몸은 움직이지 않으면 굳거든. 그래서 대부분의 환자분들은 물리치료, 작업치료, 언어치료, 연하치료 등 재활을 시작해. 몸 여러 곳의 근육에 자극을 주고, 동시에 뇌도 깨우는 거지. 우리 엄마의 병명은 외상성 경막하 출혈, 두개골 골절, 수두증 등이야. 엄마의 뇌는 제 기능을 하지 못했고 의식을 찾지도, 몸을 움직이지도 못했어.


처음 입원한 신경외과 다인실, 같은 병실 환자분은 5년째 의식이 없는 상태셨어. 뇌 관련 질환이셨고, 보호자분은 초기에 제대로 재활을 못해서, 상황이 악화된 거 같다고 말씀해 주셨어.

처음 겪는 일이라 잘 몰랐던 우리는 재활의학과 협진으로 재활치료를 받는 중이라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그분 말씀은 재활로 유명한 병원에 가서 뇌를 활성화시켜 주는 약도 쓰고, 더 좋은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물리치료도 비보험으로 더 받아서 근육과 관절을 계속 움직여 줘야 한다고 했어. 의식이 없어도 로봇다리를 이용해서 환자에게 걷기 운동을 해준다고.


그 덕분에 우리는 서둘러 재활로 유명한 병원을 수소문해서 옮길 수 있었고, 후회 없이 엄마에게 많은 재활병원에서 다양한 치료를 받게 해 드릴 수 있었어. 그 보호자 분께 정말 감사해. 사실 다른 환자보호자에게 그렇게 말해 주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야. 자기 가족일로도 충분히 힘들기 때문에 남을 도울 여력이 없거든.


유명한 재활병원에 입원했는데, 담당 의사 선생님이 엄마의 뇌 상태를 보시더니, 앞으로 평생 누워계셔야 할 텐데 요양병원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씀해 주셨어. 당시에는 혹시나 하는 기대마저도 하지 못하게 하는 의사 선생님이 미웠고,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게 너무 힘들었어.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병원이었고, 줄 서서 입원하는 곳이었거든.


정말 보호자를 생각해서 해주신 말씀이었다는 걸 이제는 알아. 기적이 있을 거라고, 가족들은 생각하고 환자한테 매달리게 돼. 사실은 현실을 살아야 하는데, 산 사람은 살아야 하거든. 내가 엄마 간병을 하는 동안 다른 보호자 분들께서 '정말 딸 같아서, 안쓰러워서' 해주신 말씀이 많아.


'따님은 본인의 인생을 살아야 해요. 엄마 일을 너무 안타깝지만, 나는 내 딸이 나 때문에 젊은 나이에 병원에서 이러고 있다고 생각하면 너무 속상할 거 같아요.'라고 해 주셨어. 그 말을 들어도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은 그러기가 쉽지 않았어.


나는 대학을 졸업한 20대 중반이었고, 친구들은 다 취업을 하고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중이었거든. 그때에 나는 엄마와 같이 사고가 났고, 최선을 다해서 엄마 옆에 있고 싶었어. 그리고 후회하고 싶지 않았어. 뇌의 경우 수술도 골드타임이 있고, 재활도 가능한 시기가 있어서. 최대한 빨리 엄마가 나아지기를 바라를 마음에 우리 가족은 간병여사님 대신 가족간병을 선택했어. 실제로 가족간병은 환자에게 정서적으로도, 신체 기능 회복에도 더 도움이 된대.


아플 때 주위에 같은 경험이 있는 분이 있다면 그분에게 조언을 얻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꼭 네이버 카페에 병명을 검색해서 정보를 얻어야 해. 그리고 병원 보호자분들과는 되도록 잘 지내시는 게 좋아. 나는 많은 병원을 돌아다니면서 알게 된 환자보호자분들과 여전히 연락을 하며 안부를 묻곤 해. 처음 엄마가 아팠을 때부터 가족간병을 하면서 정말 힘들고 지쳤을 때, 같이 진심으로 위로해 주고, 환자를 걱정해 주고, 함께 울어줄 수 있는 분들이셨어. 같은 처지에, 같은 아픔을 공유하니, 유일하게 내 슬픔을 이해해 주는 분들이야. 그분들 덕분에 내가 지금껏 버틸 수 있었다고 생각해. 여자 병실이 많지 않다 보니까 재활병원을 돌아다니다 보면 종종 같은 병원에서 또 만나는 경우가 있어. 나처럼 엄마가 아파서 오신 따님들이 많았어. 그래서 더 마음이 쓰였던 거 같아.


나는 간병하는 밤마다 엄마가 숨을 잘 쉬는지 손가락을 코에 갖다 댔어. 그리고 엄마의 온기를 느끼고 싶어서 같이 침대에 잠깐 누워있다가 잠든 적도 많아. 나는 하루종일 엄마에게 앵무새처럼 말을 걸어. 물어보고 대답하기를 혼자 다하지. 의사소견으로는 우리 엄마는 반사적으로 눈을 깜박이는 것뿐이래. 그렇지만 우리 가족은 엄마가 우리를 알아보고 표현해 준다고 생각해.

그렇게 믿어.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