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엄마에게

제가 엄마 보호자예요

by 여우언니

엄마, 벌써 2025년 봄이 오고 있어. 내가 엄마 보호자가 된 지도 벌써 십여 년이 지났네. 시간 참 빠르다. 그치? 오늘 몸은 좀 어때, 괜찮아?


나는 오늘 엄마의 빈자리가 느껴지는 하루였어. 아빠랑 크게 싸웠거든. 안 싸우고 잘 지내야 한다는 거 머리로는 아는데, 그게 너무 어렵네. 엄마가 옆에 있었으면 말도 잘 들어주고, 분명 더 잘 이해해 줬을 텐데.. 사실 엄마가 아픈 뒤로도, 오빠랑, 아빠랑 자주 다퉜어. 서로 의견도 너무 다르고, 고집이 세서 우리가 정말 가족이 맞나 싶을 때가 많았거든.


'우리 가족은 그동안 엄마가 있어서 존재할 수 있었다.'


엄마가 진짜 많이 힘들었을 텐데, 너무 늦게 깨달아서 미안해. 엄마가 옆에 있을 때는 모든 게 당연한 줄 알았어. 나를, 가족을 챙겨주는 엄마가, 얼마나 많은 걸 포기하고 가족을 위해 희생한지도 모르고..


'진짜 우리 가족의 기둥은 엄마였고, 엄마가 있어서 우리는 가족으로 지낼 수 있었다. 고맙다고 말했어야 했는데, 내가 더 엄마를 위해 노력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왜 엄마에게 상처를 주고 말도 안 되는 고집을 피우고, 큰 소리를 냈을까? 나중에 시간이 지나고 보면 엄마말이 다 맞았는데, 도대체 왜 그렇게 우기고 엄마한테 대들었을까? 과거를 자꾸 곱씹을수록 너무 후회돼서 힘들었어.


그날, 엄마랑 장을 보러 가지 않았다면 지금 엄마는 내 옆에서 같이 드라마를 보며 웃고 있겠지? 이제 다시는 건강했던 엄마를 현실에서 만나기는 어렵겠지. 그래도 보고 싶다. 하루라도 좋으니까, 엄마랑 같이 맛있는 거 먹으면서 수다 떨고, 그렇게 어리광 부리고 싶어.


그 사고 후에 정말 힘들었던 건 내가 숨 쉬는 모든 공간에 아프기 전의 엄마가 있었어. 집에도, 집 주변에도 엄마와 함께 한 추억들이 다 있었어. 집안 어디에도 엄마의 손길이 안 닿은 곳이 없었어. 엄마의 물건들을 볼 때마다 너무 힘들었고 엄마가 그 물건들을 더 이상 쓰지 못한다는 걸 알면서도 차마 버리지 못하고 정리하지 못했어. 나는 엄마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나 봐. 그래서 엄마의 손길이 필요할 때마다 더 엄마 생각이 났어.


엄마, 나는 아직도 엄마가 아프다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어. 분명 엄마가 아프다는 아는데, 계속 눈물이 나. 나는 아직도 우리 가족에게 이런 시련을 겪게 한 세상을 원망하고, 가해자를 용서할 수 없어. 나쁜 마음을 먹다가도, 혹여나 엄마에게 해가 갈까 봐, 마음을 다시 고쳐먹어. 착하게 살아야 우리 엄마한테 조금이라도 좋은 일이 생길 거 같아서, 혹시라도 기적이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사는데 쉽지 않네.


엄마가 가장 아프고 힘들다는 거 너무 잘 알면서, 나도 모르게 또 투정을 부리게 되네. 실은 그동안 힘들어서 몇 번이나 세상을 등지려고 했어. 사고에 대한 기억을 가진 채 살아갈 자신이 없었거든. 현실을 받아들이지도 못했어. 심지어 엄마랑 같이 삶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어. 엄마도 나와 같은 생각일 거라고, 혹시라도 그렇다면 같이 떠나는 게 맞겠다 싶었거든. 지금도 엄마가 아무것도 못하는 상태로 누워만 있는 게, 남의 손을 빌리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이 상황이 엄마가 원하는 삶인지 잘 모르겠어.


'괜찮아지고 있다고, 상처가 아물고, 옅어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마음속 깊은 곳까지 다 흉이 져서 내가 아무리 괜찮다고 되뇌어도 상처의 흔적이 여기저기 남아있다.'


엄마, 지난 십여 년의 세월을 다 말하기는 어렵지만, 내가 엄마를 많이 사랑한다는 사실 하나만은 꼭 기억해 줬으면 좋겠어. 그동안 잘 버텨줘서, 내 옆에 있어줘서 고맙고 미안해. 아마 엄마가 슬퍼할까 봐 차마 이 말들은 다하지 못할 거야. 그저 내 마음속에만 담아둘게.


엄마, 면회시간이 벌써 끝났대, 내일 또 올게.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엄마가 보고 싶고 그리울 거야. 사랑해.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