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머 댄스신

by muchlluv

갑갑한 공기와 더위에, 여름에 갇히지 말자고 생각했었다. 습기에 잠식되지 않고 종종 작지만 소중한 나만의 환풍구들을 찾으며 자신의 삶을 사는 여름이 되길 바랬던 기억이 난다.


진정으로 원하는 삶은 댄스신처럼 밝고 경쾌한 삶이다.


여름 동안 에릭 로메르의 영화 두 편 정도를 보며 계절을 만끽하고 싶었다. 그리고 시간적으로, 심리적으로 더 여유가 있다면 <펀치 드렁크 러브>, <우리도 사랑일까> 같은 달달하다기엔 꽤나 톡톡 튀어 로맨스코미디가 아닌 코미디로맨스 같은 영화들도 그저 즐기고 싶었는데



사실은 종종 습기에 잠식되었던 날들이 더 많았다.



아무리 더워도 여름의 공기를 향이 기억될 정도로는 맡아두고 싶었던 걸까,

향이 없다면 생각 피곤 걱정 열의 희망 의지 등으로 가득 차 있을 그 밀도와 무게라도.


이번 여름의 공기는 유독 묵직했다.


덥고 습한 것을 그렇게 싫어하면서도 종종 퇴근 후 청계천 강가 같은 자리에 앉아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그날 하루의 감정을 꼭 두 번씩 맛봤다. 성취의 맛은 가장 달콤하나 찰나임에도 불구하고, 반추는 자해와 같이 내 영혼을 파고드는 자극임에도 불구하고.


강가에서 뜨겁게 올라오는 공기

생각이 많아질수록 무거워지는 공기에


때론 얼굴이 빨개지고 조금 현기증이 나도,

눈앞이 살포시 뿌예지는 것이 지금의 현실인지 앞으로의 미래인지 분간되지 않아도

이게 청춘일까 라는 생각에 마지막엔 꼭 이유 불분명한 미소가 지어졌던


스물넷의 여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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