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펀드 : 개인투자자에게는 好好, 한진칼 상황을 보며
사회적인 물의를 계속 일으켜온 한진그룹 오너일가 그로 인해 추락한 민심 분위기 속에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경영권 공격이 시작되었습니다. 어제 그레이스홀딩스(KCGI의 투자목적 회사)가 한진칼의 지분 9%를 확보하면서 한진칼의 2대 주주로 올라섰고 공시를 통해 "경영목적에 부합하도록 관련 행위들을 고려한다"는 경영권 장악을 위한 지분 확보임을 천명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행동주의 펀드들의 활동은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기업가치 제고라는 효과를 얻을 수 있고 시장 전체에 밸류에이션이 높아지는 계기를 만들어 줍니다.
ㅇ 예전에는 기존 경영진에 대한 경영권 간섭을 역모처럼 보아왔지만...
사대주의 문화가 오랜기간 남아있던 한국 사회에서 경영권은 오너일가 내에서 장자(큰아들)가 상속되어야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어왔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상장사들의 창업주가 연로하게 되면 경영권을 자식에게 물려주는 소위 경영승계 과정을 시작합니다. 가끔은 큰 아들 외에 다른 형제, 자매들이 불만을 품고 형제의 난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직계 적통에게 물려주지요.
오랜 세월 한국 금융시장에서는 이를 당연시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에 반하는 경영권 간섭을 하는 행동주의 펀드나 행동주의 투자자의 활동을 마치 "역모"처럼 몹쓸 짓처럼 바라보았습니다. 하지만 오랜 세월
투자자들은 이러한 경영승계가 결국 주주들의 가치를 해치고 득을 만든 경우가 적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하였습니다.
특히나 경영 승계 전후 과정에서 2세, 3세가 경영능력이 없고 무모하게 사업을 벌리다 회사가 몰락하기도 하고, 또는 경영2세, 3세가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만드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투자자들은 그리고 한국 사회에서는 이제 경영승계에 대하여 곱지 않은 시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어느 순간부터는 행동주의 펀드들의 경영권 장악 시도에 대하여 소액주주들이 동참하거나 환영하는 상황들이 보이기 시작하였지요. 그리고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켰던 한진그룹 오너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쌓여서일까요? 이번 한진칼에 대한 그레이스홀딩스의 경영권 참여 공시에 대하여 부정적인 의견이 아닌 오히려 환영하는 분위기까지 관찰되어질 정도입니다.
[한진칼에 대하여 그레이스홀딩스는 경영권 참여를 표명]
ㅇ 행동주의 펀드 활동이 늘면 : 주주가치는 높아진다
행동주의 펀드들이 경영권 참여를 공시하며 5%룰에 맞춘 공시를 하게 되면 그 순간부터 흥미로운 상황들이 전개됩니다. 일단 기존 오너들, 대주주 입장에서는 불편한 존재가 등장한 것이기에 긴장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경영권 참여를 공시한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장부 열람권"을 행사하거나 감사 선임권을 주장하며 기존 오너들의 경영진들에 긴장을 가합니다.
잠깐 상상 해 보시면 쉽게 이 상황을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구멍가게를 하나 운영하고 있다하지요. 이 구멍가게를 여러분들은 마음대로 경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구멍가게를 창업할 때 소액(대략 전체 투자금에 10%정도)을 투자한 형제가 갑자기
"야~~ 내 이익 배분이 이상해! 장부 내놔봐"
이렇게 나오면 여러분은 긴장할 것입니다. 배째라 정신으로 "아 몰랑!! 내 마음이야"라 할 수 있겠지만 법적 소송이 전개되고 형제가 가족친지 내 여론전을 펼치면 이거 참 난감 해 집니다.
"구멍가게 주인인 형이 돈 빼돌린 정황이 보인다~~~ 그 돈으로 혼자만 잘 먹고 산다~"
상황이 점점 복잡 해 지면 어르고 달래면서 형제의 요구를 일부(?) 받아들이게 됩니다.
행동주의 펀드들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활동은 제도적으로 기업들을 괴롭힐 수 있는 약점을 찾아 절대 지분이 아니더라도 기존 오너들을 공격합니다. 여기에 지분이 많은 주요 주주들 혹은 개인주주 연합과 동맹을 맺고 경영진에 압박을 가하게되면
기존 오너들은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서라도 주주들의 요구를 들어주게 되고 과거처럼 경영권을 전횡하기 어려워 집니다.
당연히 숨겨졌전 이익이 살아나고 배당도 늘어나는 등 기업가치가 높아지며 자연스럽게 주주가치는 높아지면서 주가는 강세흐름을 만들게 됩니다.
여기에 경영권 간섭이 진행되면서 경영권 방어를 위한 기존 오너들의 지분 매입이 있을 경우 소액주주들은 어부지리로 큰 주가 상승에 수혜를 입게 됩니다.
십수년전 필자가 투자했던 모 제약회사에 갑자기 행동주의 펀드가 유입되면서 경영진에게 배당증액 등을 요구하였던 일이 있습니다. 그 후 해당 제약회사의 경우 매출과 이익이 이상하리 만치 꾸준히 성장하고 배당도 꾸준히 나오면서 주가가 크게 상승하였습니다.
또는 과거에 투자했던 어떤 회사의 경우 개인투자자가 행동주의 투자를 하면서 소액주주를 연합하여 회사에 경영권 압박을 가했던 경우도 있었습니다. 당시 그 회사 주총에 갔을 때 상황이 볼만 했습니다.
보통 주주총회 때에는 거수기(회사 직원들)이 주요 자리에 일렬로 앉아서 "찬성합니다~~"라면서 분위기를 만들었지만 당시 행동주의 투자자와 소액주주 연합은 그 높아진 연합지분을 앞세워 거수기 노릇하던 직원들을 조용히 시키고 주주들의 요구를 경영진에게 강하게 어필하면서 배당증액을 얻어내고 감사 선임권을 요구하며 경영진을 긴장시켰습니다.
ㅇ 행동주의 투자자의 증가 : 시장 전체에 긍정적인 효과
[사진참조 : pixabay]
앞서 언급드린바처럼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기존 오너들의 전횡을 막다보니 경영승계 과정처럼 기존 주주들에게 해를 끼치는 일련의 행위들을 억제할 수 있고, 지분 경쟁이 발생하여 주가 상승 현상이 나타나며, 재무제표에 대한 감시가 강화되어 역분식(이익을 숨기는 행위)이나 분식회계를 차단하는 효과를 만드는 것과 동시에 배당을 늘려 주주가치를 높이게 됩니다.
(특히 경영승계 과정에서는 역분식이 왕왕 관찰되곤 하지요. 이렇게 숨겨진 이익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요? 그것은 여러분 상상에...)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시장 전체적으로 늘면, 기존 오너들 입장에서는 언제 경영권 공격을 받을지 모른다는 긴장감이 발생하기에 이를 예방하기 위하여 미리미리 주주들을 달래는 주주 친화 정책을 펼치기도 하고, 지분을 늘리기 위해 미리미리 시장에서 매입하기도 하고, 제3세력에 의한 지분 확보를 어렵게 하기 위하여 주가 상승을 용인(?)하기도 합니다.
자연스럽게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증가는 증시 전체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넓게 깔아주는 효과를 만들어 줍니다.
"그래도!!! 경영권 간섭은 기업에게 안좋아~~~"라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그 고정관념 덕분에 오랜 시간 만들어진 한국증시에서의 낮은 배당성향과 낮은 배당수익률 그리고 주주총회에서 거수기 직원들에게 가려 발언권도 없는 소액주주들 그리고 안하무인으로 사람들을 대하는 오너일가, 이 모든 것이 한국증시를 레벨 다운 시켰다는 것을 기억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수많은 주식형펀드들 그리고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통해 제3의 거수기 역할이 아닌 투자자와 연금 수혜자들을 위한 결정을 해야하겠습니다.
그래야 수익률도 올라가며 운용역 본인의 성과도 높게 인정받지 않겠습니까?
2018년 11월 16일 금요일
lovefund이성수(CIIA charterHolder, 국제공인투자분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