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말 이후 9년여 한국증시는 미국증시에 비해 뒤쳐진 성과를 보여왔습니다. 그래서일까요? 한국증시는 미국증시보다 못난이라는 고정관념이 뿌리깊게 자리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우리 어릴적 어른들이 말씀하시던 "역시 미국제가 최고야"라는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할 정도로 군중심리는 한국증시는 못난이 미국증시는 얼짱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한국증시가 미국증시보다 그렇게도 못난이일까?
ㅇ 미국증시의 승승장구, 한국증시는 못난이
[세계 주요섹터의 2010년 말 이후 증시 등락률, 한국증시는 겨우 2.3%상승]
2010년 말 이전까지만 하여도 한국증시는 세계적인 상승률을 이어왔습니다. 2009년, 2010년 2년 동안 미국 S&P500지수가 39%정도 상승하는 동안 한국증시는 82.4%나 상승하는 환상적인 랠리를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2010년 말 이후 9년여 동안 한국증시는 현재까지 그저 2.3%상승에 그쳤습니다.
이에 반하여 미국증시는 142.3%상승하였고, 못난이었던 일본도 123%상승하였으며 유럽위기로 비실거렸던 유로스톡스50도 30%가까이 상승하였습니다.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증시가 승승장구하는 동안 한국증시는 철저히 소외되었던 것입니다.
이에 대하여 한국이 성장률이 뒤쳐졌다거나 상장기업 성장성이 미국에 뒤쳐진다는 여러가지 논리와 근거가 제시되곤 하지요. 하기사 생각 해 보면 지난 2010년 이후 미국의 FAANG기업들을 중심으로한 성장주들의 랠리는 미 증시를 화려하게 달구었고 일본은 아베노믹스 속에 증시가 레벨업 되었습니다.
그런데... 못난이 중에 상못난이인 한국증시 과연 이들 국가에 비하여 정말 체질이 못났을까요?
ㅇ 경제성장률 측면 : 지난 9년 한국은 주요국보다 우위에 있었다
[지난 9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주요국들보다 우위에 있었다, 자료참조 : IMF]
지난 9년여 한국증시가 못난이었다면 그리스처럼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위기에 있었어야할 것입니다만 오히려 위에 표에서 보시는바처럼 미국,일본,유럽 주요국들보다 우위에 경제성장률을 보여주어왔습니다. 2018년 이후 미국이 넘어서긴하였습니다만 지난 9년 동안 한국증시가 소외된 것을 설명하기에는 한국증시가 억울한 면에 큽니다.
2010년 이후 2000p에서서의 가는 횡보장 그리고 2017년 반등하였지만 2018년 하락장을 거치면서 사람들의 무의식 속에는 "한국이 선진국보다 경제가 뒤쳐졌기에 증시가 이 모양 이꼴인가 보다"라는 고정관념이 자리하였습니다.
하지만 위의 표를 본다면 한국증시가 9년여 억눌린 것은 억울한 면이 크다 할 수 있겠습니다.
ㅇ 상장기업들의 BPS측면 : 과연 미국보다 뒤쳐졌는가?
주가지수를 시장PBR로 나누어주면 가상의 시장BPS가 계산됩니다.
이 BPS는 기업들이 꾸준히 이익을 내어 순자산가치가 쌓이면서 증가하기도 하고, 기업들의 자사주 소각등과 같은 이벤트로 BPS가 증가하기도 합니다. 미국 증시의 경우 기업들의 성장세도 있다하지만 자사주 매입등의 이벤트가 급증하면서 상장사들의 BPS가 증가하고 가상의 시장BPS도 증가하였습니다.
지난 9년여 한국증시가 2%정도의 형편없는 상승이었다면, 이 가상의 BPS 증가율 또한 형편없었어야할 것입니다.
[한국과 미국증시의 시장BPS 연도별 증가추이]
하지만, 한국증시의 가상BPS는 매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갔고 9년간 CAGR기준으로 미국보다 연간 1.9%p높은 수준의 성장률을 이어왔습니다.
이 수치로 보아도 한국증시가 억울한 면이 크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ㅇ 왜 한국증시는 못난이가 되고 미국증시는 얼짱이 되었는가? : 모멘텀과 패시브
한국증시가 9년간 극단적으로 외면받은 것을 설명하기에는 한국의 경제성장률이나 국내 증시에 있는 기업들의 BPS증가율은 너무도 양호하였습니다. 오히려 한국증시가 거지옷을 입었다는 이유로 멸시받는 "왕자와 거지" 동화에 나온 왕자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아무리 훌륭한 사람이라도 허름한 옷을 입고 꼬질꼬질하게 다닌다면 남들이 무시 것이고, 반대로 나쁜 사람도 멋진 옷에 고급차를 몰고다닌다면 그 속을 보지 않고 "훌륭한사람"으로 칭송하는 것이 사람사는 세상이지요.
주식시장에도 이와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멋진옷과 고급차와 같은 증시의 요소는 무엇일까요? 바로 모멘텀과 패시브전략입니다.
모멘텀 전략은 주가가 상승하는 종목이나 시장을 계속 사들이게 됩니다. 당연히 모멘텀이 가득한 미국증시에는 계속 "가즈아!!"를 외치는 모멘텀 자금들이 몰릴 것이고 한국증시는 모멘텀이 없다보니 무시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마치... 왕자가 거지옷을 입고 나갔다가 무시받는 느낌과 비슷합니다.
패시브 전략은 인덱스를 추종하는 전략이지요. 하지만 이 패시브 전략은 구조적으로 대표인덱스를 추종해야하는데 시가총액이 높은 곳에 있는 종목은 기업의 가치가 하락하여도 계속 대표인덱스에 남아 자금이 유입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반대로 못난이 종목은 아무리 뛰어난 내공을 가지고 있어도 인덱스에 들어오지 못해 오랜기간 패시브 자금의 사랑을 받지 못합니다.
이러한 모멘텀 전략과 패시브전략이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한국증시가 빛을 보지 못하고 오히려 주가지수가 폭등하며 화려해 보이는 미국증시 쪽으로만 자금이 몰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왕자가 다시 제자리를 찾아갔던 것처럼 한국증시는 오랜기간 주가지수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가치를 찾아 한국증시는 움직일 것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눈에 지금 한국증시는 꼬질꼬질한 "거지처럼"보일 뿐이지요.
2019년 10월 31일 목요일
lovefund이성수 (유니인베스트먼트 대표, CIIA charterHol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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