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락장은 야속하게도 순식간에 벌어집니다. 어어 하는 사이에 낙폭이 커지다가 종국에는 끝을 알수 없는 투매가 발생하지요. 투자자들은 심리적 패닉 속에 끝을 알 수 없기에 인내심이 극에 이르렀을 때 감정적인 투매에 동참하고 맙니다. 주식시장은 그래서 참으로 야속한듯 합니다.
어제 잠들기전, 문득 2008년 당시 내 자신 그리고 2000년 당시 내 자신은 어떻게 그 당시를 보냈는지 생각하다가, 저의 블로그에 2008년에 적은 글을 찾아보았습니다.
ㅇ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만든 저의 투자블로그 : 그 속에 글들을 보다가.
2008년 이전에는 모포털사이트에 칼럼을 기고하여왔었다가, 글을 모아야하겠다는 생각에 2008년 어느날 티스토리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당시 금융위기가 피크를 향해 가던 흉흉한 시절이었기에 이를 기록으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에 블로그 이름을 "평지풍파 금융사"로 하였지요.
그리고 블로그 주소도 당시 살벌했던 시장 상황을 반영해서일까요? "죽느나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to be or Not to be" 햄릿의 명대사를 따오려다가 원색적으로 deathornot 이라고 땄었지요.
이 블로그 글 중 2008년 12월 23일에 적었던 글이 우연히 눈에 들어왔습니다.
2008년 10월 폭락장을 보낸 직후였지요. 참고로 2008년 10월 월간 최대하락폭은 -38%에 이르렀습니다. 지금도 증시가 무섭게 하락하고 있으니, 그 당시와 진배없는 분위기입니다.
당시 제 블로그 글에 이런 문구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2008년 12월 당시입니다.)
- 올해는 10년만에 찾아온 악령, "제2의 외환위기 가능성"이 투자심리를 억눌렀다.
- 9월 위기설이 시장에서 돌다 결국 10월에 터졌다. 금융시스템은 붕괴단계까지 무너졌다.
-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의 부도설이 증권가에 악성루머로 돌았다.
- 올해 가장 많이 팔린차가 Side Car 에 써킷브레이크를 옵션으로 달았다는 농담은 씁쓸함만을 더했다.
- TV 토론프로에서 M증권사 위원이 "탐욕(학술적인 의미의)"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파문이 일었다.
지금 상황과 비교할 수 있을 만큼의 심각했던 2008년 당시 상황들의 파편을 기록으로 남겼던 것입니다.
또 다른 글에는 매우 심각한 글을 적었습니다. 당시 저는 서울 명동에서 증권사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오후에 잠시 머리 식히러 명동 거리에 나갔다가 과학수사대가 어떤 건물을 막고 수사하던 상황을 보게 되었습니다. 아... 2008년 10월 그 당시 극단적인 상황을 보고 말았던 것입니다.
살벌했던 2008년 블로그 글을 보내고 3개월 뒤인 2009년 1월 저의 글에서는 이런 문구가 등장합니다.
"지난 10년 ~~~ 시장에서 잘 생존하였습니다. 앞으로 10년 어떻게 펼쳐질지 모르지만 또 다시 10년 생존하며 수익을 내야지요..."
[문득 과거 대폭락장 시기 내 자신은 어떠했는지 뒤돌아보다]
ㅇ 3번 째 위기를 겪으면 과거보다 담담하게 바라보지만
옛글을 보면서 이번 2020년 3월 코로나 쇼크, 2008년 10월 금융위기 그리고 그 이전 2000년 IT버블 붕괴 등 굵직하게 겪은 하락장에서 제 자신이 어떤 마음으로 상황을 마주했는지 떠올려보게 되었습니다.
2000년 IT버블 당시는 가장 극단적으로 고평가된 종목에 모든 재산을 올인하다 못해 엄청난 레버리지를 끌어왔습니다. 그 결과는 2000년 연말 당시 코스닥 지수에서도 나타나있는 헤어나기 어려운 손실을 경험하였습니다. 마음을 어찌해야할지 몰라 힘들다보니 심각한 생각도 하기도 했습니다만, 시장에서 생존하였습니다. 그렇게 생존하였기에 이후에 다가오는 기회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극단적이었던 버블주의 투자 결과는 가격하락만 -90%하락이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연말 저는 "신용융자로 레버리지를 업해보는 것은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였다가, 계획을 취소했었습니다. 만약 그 당시 제가 레버리지를 사용했었다면 2008년 하락장에서 생존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아니 2000년 IT버블 붕괴보다도 더 심각한 일어날 수 없는 하락을 경험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당시 저평가된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였고 다행히 시장보다는 양호하게 2008년을 넘길 수 있었습니다. (물론 2008년 10월 피크 때에는 08년 손실률이 반토막까지도 가기도 하였습니다.)
2000년보다는 부담없이 2008년 금융위기를 넘길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직후 2009년을 앞두고 저는 다른 극단적으로 저평가된 종목들이 널린 시장에서 포트폴리오를 재편성하였습니다. 잘 버텨준 종목을 버리고 시장에서 헐값에 버려진 종목들로 새롭게 포트폴리오를 담아가는 중에도 계속 시장은 1929년 대공황을 떠올리게 하는 공포스러운 뉴스가 쏟아졌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 2009년의 화려한 랠리가 찾아왔습니다.
2020년 현재는 3월 코로나 쇼크라 할 수 있겠지만, 2018년 1월부터 시작된 하락장의 피크 과정입니다. 투자자 모두가 심리적 패닉에 들어와 있다보니 이번 하락이 언제 그칠지 바닥을 논하지는 않겠습니다. 이러한 증시 속에서 저는 오히려 2008년보다 담담하게 지금 증시를 대하고 있습니다. 자금이 급한 투자자들이 투매를 하면서 비인성적인 가격까지 떨어지게 되면 그 비합리적인 가격은 새로운 기회가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 과정은 힘든 시간이 될 수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극단적으로 증시가 싸져있다는 것을 확실합니다.
예를들어 6년여 전에 H사가 강남에 노른자 땅을 10조원대에 매입하였었는데 현재 시가총액이 14조원이로군요. 혹은 배당수익률이 10%를 넘어가는 종목들이 부지기수로 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현재 증시 분위기에서는 아무도 눈과 귀에 들어오지 않을 것입니다.
ㅇ 투자자들의 마지막 인내심이 꺽이는 이번주
이번주에만 주가지수가 20%를 넘어 거의 30%가까이 하락하고 있습니다.
이 정도가 되면, 심각한 신용융자 마진콜, 미수금 강제청산이 진행되면서 투자자들의 분위기가 흉흉해 집니다. 그리고 투자자 본인도 계좌를 열어보기 두려울 정도로 심리상태가 공황상태에 빠지고 맙니다.
안들으려해도, 뉴스에서는 부정적인 뉴스들이 쏟아지고 마음 한켠에서는 그 때 왜 안팔았나, 그 때 왜 샀나라는 갈등을 하다보면, 어느 순간 인내심이 꺽이고 투매에 동참하고 있는 본인을 마주하게 되실 것입니다.
그것 모습이 피동적일 수도 있고 스스로 선택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오늘 주식시장 참여자들의 인내의 끈이 일시에 풀린 것을 보게 됩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그러했듯, 2000년 IT버블 붕괴 때 그러했듯 말이죠.
물론 저도 힘들지만, 담담히 2008년 연말에 했던 작업을 묵묵히 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고비가 지난 후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 이 이야기를 다시 꺼내고 있을 것입니다.
"지난 10년 ~~~ 시장에서 잘 생존하였습니다. 앞으로 10년 어떻게 펼쳐질지 모르지만 또 다시 10년 생존하며 수익을 내야지요..."
2020년 3월 19일 목요일
lovefund이성수 (유니인베스트먼트 대표, CIIA charterHol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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