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힘들게 하는 주된 감정은 괴로움이다.
이성과 감정의 괴리에서 오는 괴로움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서 오는 괴로움
말하자면 이런 것들이다.
남편을 사랑하고 존중해야 하는 것은 알지만 지금 남편이 꼴 보기 싫다.
남편이 피곤한 것은 이해하지만 누워서 폰만 하는 것이 못마땅하다.
이것을 하기로 했는데 오늘도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남편이 한심하게 느껴진다.
좋은 아빠가 되고 싶은 남편의 마음은 훌륭하지만 아이들에게 하는 말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렇게 나는 남편이 마음에 안 드는 것도 많고, 예민하기도 하고, 나 잘난 맛에 사는 교만한 사람이다. 남편과 결혼을 하고 아주 도드라진 나의 교만함이 참 부끄럽고 요즘은 많이 괴롭기까지 한다. 노력을 하는데 잘 안돼서 괴롭고, 이러면 안 되는 것도 잘 알면서 언행이 반대로 나가는 그 순간순간이 참 많이 괴롭다.
그런데 남편은 나와는 다르다. 둘이 함께 예배를 드리면서 손 들고 찬양하고 눈물을 흘리며 은혜를 받은 것 같은 아내가 집에 와서는 예민하게 굴고 화를 내니, 이런 두 모습을 보고 남편은 속으로 "이 사람, 도대체 뭐지?" 싶을 텐데 남편은 이런 말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나 같으면 이것이 불평불만이 되어서 "은혜가 날아간다", "그럴 거면 예배를 드리지 말아라" 등등 아주 안 예쁜 말을 하며 어떻게든 이 사람을 고치려고 했을 텐데 말이다. 정말 나와는 다른 사람이다.
괴로움은 내가 어떻게 할 수가 없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은 남편의 이런 모습을 배우는 것이다. 내가 예민하면 예민한 대로 내가 더러우면 더러운 대로 그저 나의 모습 그대로를 사랑해 주는 남편의 그 마음을 닮기로 결심해 본다. 남편이 못마땅한 것이 많지만 배울 점 또한 많은 사람임을 안다.
이제 결혼 9년째.
세월이 흐르면 괴리감과 괴로움 또한 서서히 옅어지겠지? 이성과 감정이 가까워지겠지? 이상과 현실이 멀지 않겠지?
구부러진 말을 네 입에서 버리며
비뚤어진 말을 네 입술에서 멀리하라. (잠언 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