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좀 제발!!!

by 가비

날파리 한 마리가 돌아다닌다. 여자인 나는 생각한다.


'이래서 쓰레기를 자주 버려야 해.'


우리 집 일반 쓰레기는 보통 월, 수, 금요일에 남편이 일을 갈 때 가지고 나간다. 오늘도 어김없이 가지고 나가라는 의미로 봉투를 질끈 묶어서 현관 앞에 내놓고 나는 외출을 했다. 집정리를 다 하고 외출을 하면 살림하는 주부의 마음은 얼마나 편한지....!! 기분 좋게 나왔는데 전화가 왔다.



"여보, 내가 쓰레기를 또 깜박했네!? 밖에 내놔~ 내가 이따가 가는 길에 들러서 가져갈게!"



흐미....

날파리....

냄새........



아니, 왜 맨날 깜박하는 거야?

왜 맨날 나갈 때 확인을 안 하고 나가는 거야?



남편의 젠틀한 태도는 전혀 느끼지를 못했다. 그저 날파리 생각뿐! 확인을 할 겨를이 없어서 확실하지도 않은 일에 대한 걱정에 짜증이 몰려온다. 날파리들이 꼬일 것을 생각하니까 화가 난다. 이해할 틈이 전혀 없다. 왜 또! 또! 또!!!! 맨날 까먹어!!!



엑셀이 나도 모르게 꽈악 밟혔다.......



집으로 돌아와 남편을 만났다.

만나자마자 한다는 말이


"내가 나갈 때 현관 주위를 꼭 한번 빙~ 둘러보고 나가는데 꼭 한두 개씩 빼먹고 나간다!?"


참 해맑게 말한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그게 미안해서 둘러대는 말도 고맙고 그렇게 현관을 둘러보고 나갈 남편의 모습을 상상하니 또 고맙고 아까 짜증을 낸 것이 부끄러워졌다. 이렇게 해맑고 착한 사람을 나는 오늘 맨날 깜박하는 남편으로 만들었구나. 나도 자주자주 휴대전화를 놓고 나가고, 차키도 두고 나가고, 뭐 하나씩 빼먹고 다니면서 누가 누굴 뭐라 하는지... 고맙고 미안한 나의 마음을 부끄러워서 숨기기 바빴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능하신 손 아래에서 겸손하라

때가 되면 너희를 높이시리라 (베드로전서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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