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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쮸 Aug 02. 2018

무서운 '마녀' 김다미, 그녀의 눈물

  

*이 글은 약간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히로인의 탄생- 아동학대 그 경계선


분명 ‘마녀’는 흥미로운 액션 영화임에 틀림없다. 2017년 김옥빈의 ‘악녀’에 이은 여성 원톱 액션물로 기대하고 갔지만, 그 이상이다. 스피드와 파워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인물들과 그 정점에 선 자윤(김다미 분)의 능력은 짜릿하다. 누가봐도 강하고 비범한 모습이 아닌, 가녀리고 평범한 여고생 히로인은 절대무적이었고, 그 카리스마는 어색하지 않았다. 하지만 간과해선 안되는 부분이 있다. 그녀의 초인적 능력이 나치의 인종개량 실험과 같은 잔혹한 아동학대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영화의 아쉬움은 거기에 있다.아동학대가 가진 무게감은  결코 쉽게 넘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초인이기 이전에 상처받은 영혼인 그녀의 휴머니즘, 함께 실험 받은 1세대, 2세대 사람들의 이야기를 더 들어볼  순 없을까? 아름답지만 숨가쁘게 이어진 액션은 그들의 입을 막았고, 좀더 입체적으로 이해할 기회를 빼앗았다.
 


#김다미, 마녀를 뛰어넘은  인간 ‘구자윤’
 
그래도 신인 여배우 김다미의 연기력은 그 아쉬움을 달래기 충분하다. ‘마녀’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의 액션 실력이 궁금한 관객들을 납득시키기 충분했지만, 그 이상을 보여줬다. 크게 부릅뜬 서늘한 눈빛 안에는 인간 구자윤의 아픔, 양부모에 대한 사랑, 삶의 강한 의지가  담겨있다. 많은 말들이  숨어 있음을 알게 하는 눈빛이다. 영화 마녀는 시리즈물로 구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진 내용에서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볼 수 있을까? 아픈 상처를 가진 세상 모든 것들에 안타까움을 느끼며,위안이 될만한 시를 전한다.   
 
 


▲ 영화 '마녀' 스틸 컷     © 날쮸


상처에 대하여
 
                 복효근
 
오래전 입은 누이의
화상은 아무래도 꽃을 닮아간다
젊은 날 내내 속썩어쌓더니
누이의 눈매에선
꽃향기가 난다
요즈음 보니
모든 상처는 꽃을
꽃의 빛깔을 닮았다
하다못해 상처라면
아이들의 여드름마저도
초여름 고마리꽃을 닮았다
오래 피가 멎지 않던
상처일수록 꽃향기가괸다
오래된 누이의 화상을 보니 알겠다
향기가 배어나는 가슴속엔
커다란 상처 하나 있다는 것
 
잘 익은 상처에선
꽃향기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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