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이 Oct 27. 2020

모든걸 그만 두고 싶다.

내가 맺어야 하는 끝맺음에 대한 두려움

내가 올해 가장 많이 한 말은 아마도 '그만두고 싶어'일 것이다. 일을 시작하면서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그만두고 싶다. 학교를 다닐때는 지금 이 순간이 괴로워도 조금만 참으면 졸업이니까 참고 견뎠다. 언젠가 끝이 나겠지 하면서. 그런데 이상하게 직장을 다니면 '졸업'이라는 것을 내 스스로 해내야 한다. 내 스스로 끝맺음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졸업이 미뤄지고 미뤄지다 몇년이 흐르게 된다. 그만두는거 나는 그것이 참 어렵다. 내가 좋아하는것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에 다양한 일을 해보고싶은데, 그렇다고 다양한 일을 하다가 내 20대를 날려버리는 것은 아닌지, 그렇게 이도저도 아닌 인생을 살게 되는 것은 아닌지, 그런 생각이 든다. 


우리 엄마의 삶을 보면 이렇다. 본인이 원하는 것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정형편 때문에, 부모님의 반대때문에 결국 이루지 못했다고. 그런 소리를 들을때마다 나는 이렇게 말한다. 부모님이 무슨상관이야, 하고싶다면 어떻게든 무슨수를 써서라도 했어야지. 그런데 지금 내 꼴을 보니 나도 엄마처럼 살아가고 있다. 돈때문에, 나 자신을 믿지 못해서 하기 싫은 일을 그만두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열심히 하지도 않은 채 어영부영 시간만 보내고 있다. 과거도 그렇게 살아왔는데, 현실이 꿈을 이루기엔 어려울거라는 둥의 핑계를 대가면서 그렇게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면서 살아만 가고 있다.


무언가 변화를 꾀하고자 찾았던 정신건강의학과에서도 답을 찾지 못했다. 하긴, 몇년동안 해결되지 않은 나의 인생의 문제들이 병원 한번 간다고 해서 달라지겠나. 달라지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살아가는 내가 한심스럽다. 과거 백수시절에 비하면도 돈도 충분히 많은데 백만원만 있어도 풍족하게 살겠다 생각했는데 머나먼 나의 미래가 걱정스러운 탓에 돈이 없는건 여전하다. 나에겐 직업이란 돈이 목적이 아닌 자아성취의 목적에 해당되서 그런지 현재의 직업을 유지하는것이 어렵고도 두렵다. 그리고 여전히 불행한건 마찬가지이다. 행복이라는 감정을 느낀지는 아주 오래되었고 바램을 잃은지도 오래다. 그저 숨이 붙어있기에 삶을 지속할 뿐. 어떻게 살아야 할지,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야 할지 여전히 모르겠고 모르겠다. 젊을때 삶의 방향, 답을 찾는것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살아온 경험이 없기에 좋고 싫음의 경계가 불분명한것. 젊을때 방황하는게 당연하다는데, 왠지 모든것을 그만두면 실패자가 될까봐, 그게 무섭다. 사는게 무섭다. 모든것이 의미가 없어지고 불안하다. 인간이 제일 두려워하는 감정인 그 불안이 나를 집어삼키는 꼴을 언제까지 지켜만 보고 있을건지, 나에게 물어보고 싶지만 '나'도 아마 잘 모를듯하다. 

작가의 이전글 그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